[한의학은 나의 삶34] 김용수(보현당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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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나의 삶34] 김용수(보현당한의원장)
  • 승인 2005.04.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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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의학 통해 한의학 정체성 찾는다

현대과학은 게놈지도 완성으로 또 한번의 탄력을 받은 듯 새로운 발견들을 토해내고 있다. 첨단과학의 홍수 속에서, 한의학의 실체를 해석하려는 시도들이 잇따르고 있고 그 성과에 의해 거꾸로 한의학이 재평가되고 있다.
현대과학 발전의 성과에 무임승차해 덕을 본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결국 현대과학이 해석하는 방식에 따라 한의학이 규정된다는 것은 종속 관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귀와 눈을 막지 않는 한 현대과학의 맹렬한 기세를 외면하고 독불장군 노릇을 할 수도 없는 것이 지금 한의사의 고민이다. 이에 한의계에서도 현대과학을 활용해 한의학의 효과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이 가운데 김용수(43·전북 전주 보현당한의원)원장은 한의학을 양방생리학의 개념으로 해석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그리고 그 첫 성과물로 지난 2003년 ‘분석의학을 통한 한의학의 이해 1·2’(들꽃누리 刊)를 발간했다. 또한 임상적으로는 이러한 분석의학을 기초로 10여년간 종양환자 진료에만 전념해 오고 있다.
김 원장은 “의학의 목적은 인체와 질병의 실체를 밝히고,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것이다. 서양의학과 동양의학의 차이는 관점이 다를 뿐 대상은 같다”고 지적하면서 “미시적 분야, 분석적 기능이 앞선 양방생리학을 한의학 개념과 연결하면 이해의 수준을 높여 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 양방약리학 중심의 함정에 빠지다

대구 출신의 김 원장은 86년 원광대 한의대 졸업 후 개원의로 나섰다.
졸업 후 임상에만 전념하다 동교 석사과정을 밟던 중 부친이 1990년초 위암 판정을 받고 10개월 만에 생을 달리했다. 지도교수였던 정우열 선생의 독려로 석사논문을 통과시키고 원광대 BK 박사학위까지 마무리했다.
그가 종양학에 깊은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부친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고, 학문적 접근방향으로는 정우열 선생이 제시했던 “兩의학의 융합”이 뿌리가 됐다.

김 원장은 90년대 초반, 약리학을 공부하면서 임상에 적용하려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는 초기에 양방약리학을 공부하면서 임상에 실패했던 이유가 서양 약리학을 기본으로 한의학을 접붙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실패를 거듭하면서 되짚어 보니 그 점이 문제였다. 그래서 한의학의 기미론을 중심으로 사고를 전환하자 길이 잡혀가기 시작했다. 양방약리학 중심의 접목은 실패라는 사실을 확실히 반증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종양환자만을 보기 시작했다. 종양치료에만 전념하고 싶은 욕구와 함께, 종양환자에 대한 치료효과를 끝까지 추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환자는 하루에 2명으로 제한하고 치료에 집중했다. 이는 의사로서 소수의 환자에게 최대로 집중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했다.
두 딸과 아들을 키우는 가장으로서 초기엔 환자가 없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하지만 종양 전문 한의사로서의 인지도가 형성되면서 문제는 해결됐다.
하지만 “임상경험이 많다 해도 죽음을 앞둔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의사로서의 고통은 여전하다”는 그의 표정이 진료와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듯 했다.

■ 종양치료에만 전념

98년부터 2003년까지 우석대 한의대에서 외래교수로 한방종양학을 강의했던 김 원장은 학생들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문명의 충돌에 충격을 받았다.
그 자신도 재학시절 새로운 학문 앞에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강단에 설 만큼 시간이 흘렀건만 학생들의 혼란이 여전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었다.
서양과학 개념에 익숙한 한의대 학생들에게 한의학을 가르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서양과학의 거대한 패러다임 속에 있는 수많은 대중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우리들만의 언어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는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더해졌다.
김용수 원장은 강조한다.
“서양 생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동양 생리학을 도입하면 혼란이 온다. 그러나 거꾸로 동양 생리학을 이해하기 위해 서양 생리학을 도입하면 동양 생리학의 개념이 더 명확해진다.”

■ 동서양의 에너지源, 氣와 ATP

책 ‘분석의학을 통한 한의학의 이해’에서 밝혀 놓은 양방생리학과 동양생리학의 융합점은 흥미롭게 펼쳐지고 있다.
그는 첫장에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無始無終의 순환도’로 소개하고 있다. 그 일부를 들여다 보면 다음과 같다.
“인간의 생명활동은 자연과의 出入에 의해 이뤄진다. 이러한 순환의 힘을 한의학에서는 氣라고 표현한다.

자연과의 출입에 의해 인체의 出入升降이 이뤄진다. 출입승강에 의해 인체의 구조적인 陰成形과 기능적인 陽化氣가 발휘되면서 생명활동이 영위된다. 음성형은 해부학적 구조를, 양화기는 정, 기, 신 즉 기능적인 의미이다. 정, 기, 신은 혈의 순화에 의해 기능이 발휘되며 혈의 순환은 정, 기, 신의 기능에 의해 이뤄진다. 이런 표현이 한의학의 血者氣之配이다. 생명활동의 순환은 음과 양의 조절에 의해 平衡을 유지하는 것이다.
神은 새로운 개체의 증식에 대한 유전정보전달의 개념과 같다.”
그가 양방생리학과 동양생리학을 연결하는 작업에 들어서면서 큰 고비를 만난 것은 ‘氣’라는 지점에서였다.

생명활동을 영위하기 위해 에너지 즉 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동서의학의 공통분모였다.
세포의 에너지 생성은 세포질과 미토콘드리아에서 이뤄지고, 미토콘드라아에서 호흡을 통해 얻어지는 산소와 소화관을 통해 얻어지는 포도당을 이용해 ATP 라는 에너지를 생성하게 된다. 서양생리학에서의 ATP와 氣 개념이 유사한데 서양의학에서 말하는 에너지란 산소와 포도당을 이용해 생성되는 물질적 에너지인 ATP에 국한돼 있는 반면 한의학에서의 기는 물질과 무형적 에너지를 포함하는 포괄적인 에너지라고 설명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인체의 기본활동인 기 개념이 실마리였고 이를 찾기 위해 6개월이 걸렸다. 그 기쁨에 며칠을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양방생리학을 공부할수록 한의학의 진가가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는 것이 지금까지 그가 겪은 경험의 결과이다.

■ 한의학 우수성 전파

그는 환자의 기대치가 바뀌어가는 것을 실감한다.
“난치성 종양환자를 보면 과거에는 다른 병원에서 이것저것 다 해보다가, 마지막으로 굿을 한다거나 한의원을 찾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당당히 한의학 ‘치료’를 요구하는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대중의 인식이 바뀐다는 것은 한의계에 큰 희망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 큰 변하는 현대과학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순환’을 핵심으로 하는 한의학의 생명관이 양의계의 한계를 극복하는 의학으로 드러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양의학과 한의학의 선택에 있어 단순 이분법적 판단은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양의학의 생명관은 문제점을 박멸, 제거하는 데 있지만 그 결과 세포의 내성으로 슈퍼바이러스를 감당하고 있지 못한다. 하지만 한의학은 균형과 조절이다.

종양환자를 보면서 그는 “한의학 치료는 종양을 완치하는 것이 아니라, 좀더 나은 상태로 삶을 영위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환자를 보고, 또 실로 한의학이 상당히 이에 기여하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양방의학에 대한 관심을 가진다고 하면서 초기에 자신이 범했던 것처럼 양방의학을 기본으로 하는 함정에 빠져서는 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것은 모두 정체성의 부실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의학을 통한 한의학의 이해가 바로 정체성 찾기의 방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며 또한 학회를 창립한 이유이자 강의의 핵심이다.

■ 靑風학회 창립 주도

한편 그는 “한의학이 외부적인 힘에 의해 제도적으로 없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면서 “하지만 환자들이 찾지 않는 의학으로 버려지는 것을 방관한다면 스스로 자멸을 초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건강보험 중 한의학의 비중은 너무나 미미해 한의학 시장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한의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싶었다고 한다. 그와 뜻을 같이하는 한의사를 중심으로 2003년 ‘靑風학회’(회장 김순열·경기 수원 CNC한의원)를 구성해 이끌고 있다.

현재 1기는 12명이며, 일반 한의사를 대상으로 ‘간’ 질환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최근 간독성에 대한 문제로 한의학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정작 한의사들 스스로도 자신감이 없다”면서 “간 질환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공부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용수 원장은 “한의학은 인간과 자연을 아우르는 전체적인 학문”이라면서 “현재 미약한 나의 학문은 미래 더 큰 의학으로 발전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월등한 이론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에 한의사가 되고 싶어 한다는 아들의 이야기 속에 대견함이 묻어난다.
그는 임상적으로 계속 종양환자 연구에 매진하고, 분석의학을 통해 차기에는 3권 소화기·4권 생식기 편 등을 출판할 계획이다.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분석의학적 접근도 시도해 볼 생각이다.
청풍학회에서는 1인 강의시스템이 아닌, 많은 이들이 이론적으로 무장할 수 있는 열린 교육시스템을 실천한다는 것이 그의 바람이다.
그의 저서로는 ‘분석의학을 통한 한의학의 이해’외에 ‘한방종양학’ ‘삼단계암치료법’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등이 있다.

오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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