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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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만들자
  • 승인 2005.04.0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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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지는 건강정보 권위있는 해석이 필요하다
연구전담기관, 전략적 기획능력 확충도 시급


4. 국민건강 지침을 주도하자


회사원 김모씨(45)는 매일 청국장 가루를 물에 타 마신다. 자신은 청국장음식이 몸에 좋다는 소리는 들었지만 청국장가루를 물에 타 먹는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부인이 권하는 청국장가루를 먹으며 좋은지 어떤지 모르고 청국장을 먹고 있다.

그의 부인은 평소에도 건강에 대한 관심이 유별나다. 육식이 성인병을 유발하고 아이들에게도 장기적으로 건강을 해친다고 생각해서 식탁을 온통 채식으로 채우는가 하면 건강이 안 좋은 남편에게는 반신욕을 권하고, 스스로는 관장을 정기적으로 한다고 한다. 이밖에도 그의 부인은 건강에 좋은 방법이 있으면 수시로 실천한다고 한다.
그는 또 얼마 전 그의 어머니가 홍삼을 구입해와 복용을 권하는 바람에 매일 홍삼가루를 물에 타 마시고 있다.

김씨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건강증진행위는 수없이 많다. 공식적인 한·양방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중심적인 의료행태이리라 생각되지만 의료소비자들의 개인적이고 비공식적인 건강행위 구매방식은 앞서 말한 청국장, 채식, 반신욕, 관장 말고도 효소요법, 건강식품 복용, 운동요법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있다. 모 방송국에서는 셀프 숙뜸방의 창업을 알선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해 한의계의 반발을 사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 비공식 건강증진행위 만연

그럼 소비자들이 이런 정보들을 어떻게 얻을까? 대부분 소비자들은 미용실이나 은행 등에 비치돼 있는 여성지를 통해 얻거나 일간신문의 건강 란을 통해 얻는다. 인터넷을 서핑하다 얻는 정보도 적지 않다. 의료기관을 통해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게 얻어진 정보는 각종 모임을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들 소비자들은 자신이 얻은 의료정보 내지 건강정보를 바탕으로 자신의 건강과 가족의 건강을 유지하는 데 활용한다. 김씨 부인과 같이 남편의 건강행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료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정보가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한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면서 소비자들의 건강지식과 부딪힌다. 한의사 C씨는 이런 경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 나라 환자들은 반신욕을 하면 다들 몸에 좋은 줄 아는 것 같아요. 우유를 먹으면 무조건 키가 큰다고 생각해서 그런지 학교에서 일률적으로 급식에 포함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지요.”

건강에 좋다고 하면 아무런 검증도 없이 무조건 좋다고 하고, 국민들은 따라 하는 패턴이 우려된다는 게 한의사 C씨의 지적이다. 목욕을 하고 난 뒤 피로를 느낀다면 반신욕은 안하느니만 못하고, 우유를 먹고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하면 몸에 맞지 않는 것인데도 학교에서는 획일적으로 우유급식을 하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돈가스를 먹고 배가 아프거나 몸에 안 좋다고 느끼는 태음인 체질의 사람들에게는 돈가스 급식을 중지하고 현미밥을 급식하는 게 적절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음식의 맛과 관련해서도 한의사들의 우려는 크기만 하다. 어느 식당을 가든 음식이 맵고 짜야 맛있다는 통념이 자리 잡고 있어 국민들은 어쩔 수 없이 먹지 않으면 안 되게 되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운동요법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잘못된 운동으로 인한 부작용이 많은데도 소비자들은 운동이 좋다는 사실만 알뿐 기본적인 주의사항에 대해서는 무지하고, 심지어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무조건 뛰고 달리려고만 한다는 것이다.

■ 내 몸에 맞는 건강정보 없나?

정부가 추진하는 국민건강 증진 프로그램들은 한결같이 영양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경향을 띤다. 운동의 경우에도 획일적이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의학은 양의학과 달리 몸을 중시한다. 영양이 많고 적음의 관점에서 보기보다는 내 몸에 맞느냐 여부에서 바라보는 게 한의학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무엇을 먹어야 한다, 먹어서는 안 된다 등의 주장도 한의학의 관점에서는 틀린 주장이 된다.

커피를 예로 든다면 ‘하루 한 잔씩 마시면 몸에 좋다’는 식의 주장에 대해 ‘내 몸에 맞는다면’ 이라는 전제를 깔고 반박해야 한의학의 원리에 부합한다. 이런 접근방법은 음식은 물론 운동에도 적용할 수 있다. 외국에서도 연구결과를 발표할 때 ‘내 몸에 맞는다면’이라는 전제조건을 달아 발표하는 식으로 바뀌고 있다. 이를 테면 체질의학을 초보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셈이다.

■ 내적 확신을 제도로 구현 못해

국민의 잘못된 건강행위 이면에는 의료인, 특히 한의사의 잘못이 크다는 지적이 많다. 의료인으로서 국민을 잘못 계도했기 때문이다. 가령 국민들이 많이 앓고 있는 아토피와 알레르기, 두드러기 증상은 血이 약해지고 있는 데서 발생하는 현상인데도 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한의사가 드문 것도 그런 사례의 하나다.

박찬국 함소아연구소장은 “비료를 많이 준 농산물, 조생종 농산물, 비닐하우스에서 자란 채소는 陰氣가 적어 혈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한의계가 나서 국민을 계도하고 국가의 정책을 바꾸어 민족의 정기가 망가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박 소장은 “의료인들도 主訴症만을 치료하지 말고 정확하게 변증하여 치료할 것”을 강조했다.

그러나 한의학은 이런 주장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은 예방의학의 기능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검증기능’의 취약 탓이다. 한의학이 예방의학의 보고인데도 취약한 검증기능으로 인해 내적 확신을 제도적으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 한의대내 예방의학교실 강화해야

의학의 목표는 국민의 건강이다. 한의사는 의료인으로서, 또 한의학의 담지자로서 국민의 건강증진 욕구를 올바르게 이끌어줄 책임이 있다.
그러나 현실의 한의사는 이 분야에서 취약하다. 자신의 건강지식을 검증해서 제도의 형태로 국민에 지침을 내려줄 만큼 주도적인 준비가 안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한의계는 한의학의 예방의학적 특성을 체계화, 제도화하기 위한 과제를 안고 있다 하겠다. 그 첫 번째 단추가 대학 내 예방의학교실의 활성화라는 지적이 많다. 아울러 전략적 기획능력을 시급히 확충해야 한다는 일선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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