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발전적 의료일원화의 방향
상태바
[오피니언] 발전적 의료일원화의 방향
  • 승인 2005.03.25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박 유 근
서울 강남구 원초당한의원 (한의사·의사)


과도기적 과정으로 복수면허제 도입 바람직
한의학교육체계 무너뜨리는 상황은 피해야


의사협회가 한방과 양방으로 이원화된 의료제도에 대한 일원화 방침을 천명하고, 이를 의료 백년대계 차원에서 절차를 밟아 순차적으로 추진해 나갈 뜻을 밝혔다. 또한 의협은 내과학회, 소아과학회 등 5개 학회 이사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학회 차원에서 한약의 부작용에 대한 의학적인 검증 작업을 벌여나가기 위해 ‘한약재사용실태조사단’을 구성키로 합의했다.

지금까지 한방의료에 큰 관심이 없던 의사협회가 이렇듯 국민의 건강을 빌미로 한방의료 영역을 넘보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CT판결에 불복하여 그 대응수단으로 이러한 상황이 촉발된 것이 아님은 이제 어느 누구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한의학, 아니 동양의학의 우수성과 효용가치는 이제 한의사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의료 면허가 이원화되지 않은 대다수의 서구 국가에서 대체의학이라는 틀 속에서 양의사에 의해 한의학이 연구되어지고 있는 현실은 점점 일상이 되어가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면허의 배타성이 존재함에도 한방의 의료 행위가 양방 의료기관에서 점점 합법화 되어가고 있다. 한의사들이 원하든, 원치 않든 현실적인 의료 일원화는 진행형이다.

또, 양·한방 복수 면허를 소지하고 있거나, 소지하게 될 양·한방 의사가 현재 80여명에 이른다. 이들 복수 면허자는 의료기관을 한쪽으로만 개설할 수 있지만, 양·한방 의료행위를 동시에 하는데 제약이 없고, 일상적인 의료광고에 의사, 한의사임을 알리는데도 제한이 없다. 단지 법 규정상 한의원으로 개원하여 양방의료 행위를 할 경우, 환자로부터 양방 의료에 대한 진료비를 징수할 수 없으나, 그 진료비를 한방 비 보험 진료 영역에 삽입하여 진료비를 받으면 되므로 말 그대로 의료 일원화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환자들로부터 양·한방 의료 행위를 같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점점 큰 경쟁력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렇듯 의료일원화는 대세이며, 되돌릴 수 없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한의학이 그 명맥이 유지되어 나가면서 발전적 의료일원화가 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점은 한의학의 제도권 교육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점이다. 현재, 의료일원화에 대한 의료계의 추진 방향으로는 의학 과목과 한의학 과목을 포함하는 개편된 의대 교과 과정을 운영, 졸업 후에는 동일한 ‘신제 면허’ 부여와 함께 종합병원에서의 ‘한의학 전문의’ 수련 과정 신설이 필요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다시 말해 한의과대학을 없애고 이것을 의대에 흡수 통폐합 시키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된다면 한의학은 점점 몰락의 길을 걸을 수 밖에 없다. 만약 작금의 현실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전전 긍긍만하고, 일원화에 대한 부정만하고 있다면 점점 한의학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며, 의협의 의도대로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현 상황에서 한의학의 제도권 교육을 공고히 하고, 발전적 의료 일원화를 이룰 수 있는 방안은 한의학 전문 대학원제도의 도입과 복수 면허제도의 장려책이다. 다시 말해, 의학전문 대학원과 동등한 입장을 견지할 수 있는 한의학 전문대학원을 적극적으로 신설해야 하고, 한의사와 의사의 복수면허취득을 용이하게 하기 위하여, 한의학 전문 대학원, 혹은 의학전문 대학원 상호 교차 입학에 가산점을 부여하고, 이미 이수한 교과목의 학점취득을 면제하여 2-3년 내에 해당 국가고시를 치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최소한 이러한 과도기적 과정을 10년 이상은 지속해야, 한양방의료계가 대등한 입장에서 본격적인 의료일원화 방안을 논의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얼마나 한의계에 유리한 조건의 과도기적 과정을 만들어 내는가에 달렸다. 우리나라처럼 주류 의학은 양방의학이지만 면허는 이원화돼있는 상황에서 양방 의료계의 주장처럼 일거에 한의학의 교육체계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반드시 과도기적인 과정은 필요하며 그것은 복수면허제의 장려책 뿐이다.

- 약력 -
▲42세 ▲고려대의대 졸(90년)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2년차 수료 ▲대구한의대 졸(02년) ▲경희대동서의학대학원(한약리학과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