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눈 가리고 아옹하는 한약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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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눈 가리고 아옹하는 한약제도
  • 승인 2005.03.2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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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모 단체 모임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마치 큰 성과나 있는 양 “한의계와 규격한약재 의무사용기관에 한방의료기관을 포함시키는 것을 합의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있기 하루 전 모 보건전문지는 “한방의료기관에서 한약재 규격품 사용을 의무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되는 한약유통실명제는 정책의 앞뒤가 바뀌었다”며 “한약재의 불신을 해소하는 일은 약국과 한약업사보다는 한방의료기관이 먼저 나서야 한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바로 며칠 전 우리한약되살리기운동본부와 생약협회가 의협을 항의방문했을 때 이 문제가 다시 거론되면서 “그래서 양의사가 나서게 됐다”라는 말이 나왔다.
과연 한방의료기관이 규격한약재 의무사용 대상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약재 문제가 발생했거나 커진 것일까?
한의협의 관계자에게 합의를 했냐고 물으니 그다지 큰 일이 아니라는 식으로 “좋은한약공급추진위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라고 말할 뿐이었다.

이 문제는 한약재 유통을 어느 정도 아는 사람이라면 그냥 웃고 넘길 수밖에 없는 일이다. 기초도 안 돼있는 사람과는 논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한의원이 사용하는 한약재는 200에서 300종에 달하고, 사용량이 많은 당귀도 한 달에 10근 이상 사용하는 한의원은 극히 드물다. 그런데 품목별로 농민에게 따로 사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면 한의원을 대상으로 농산물-비규격 한약재를 판매하는 조직이 따로 있다는 말인가?

규격품인 한약재를 만드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제조업소를 차려 품목허가를 내고, 규정대로 검사를 하지 않아도 규격한약재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다.
현재 유통되는 한약재는 겉으로 보기에는 거의 전부가 규격품이다. 한의사가 비규격품을 구입하려면 산지를 찾아가거나 시장을 돌아다녀야 할 것이다. 그래도 극히 일부 품목만을 구할 수 있다.

물론 건강원이나 식품제조업소로 들어가야 할 농산물이 한약재로 유통되고 있는가 하면 밀수품과 함께 산지나 판매업소에서 유통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의원에 납품될 때는 전부 규격품이다.
이런 것을 놔두고 백날 ‘유통실명제’니 ‘한방의료기관 규격품 사용의무화’를 시행한다한들 눈 가리고 아옹 일 수밖에 없다.

이런 것을 아는지 모르는 것인지 말이 없는 한의계나, 무슨 꼬투리를 잡은 양 득의에 찬 행동을 보이는 단체 그리고 무슨 큰 업적이라도 이룬 양 과시하는 모습은 정말 혼자 보기 아까운 일이다. 덕분에 한의계는 규격품을 쓰지 않으려는 집단으로 보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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