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논단] 의료일원화 주장 본질에서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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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논단] 의료일원화 주장 본질에서 벗어났다
  • 승인 2005.03.18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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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적 근거 빈약, 위기탈출용 정치공세 짙어

CT 판결과 포스터 공방으로 촉발된 한·양 의료계 간의 갈등이 의료일원화논쟁으로 비화된 가운데 정치공방으로 흘러 조속한 수습이 요구되고 있다.
의협은 지난해 12월 ‘의료일원화 범의료계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의한 데 이어 지난 8일에는 보건복지부 등에 민관협력기구 형태의 ‘의료일원화대책특별위원회’ 구성을 건의하기에 이르렀다.

이 건의문에서 의협은 ‘의료비의 이중부담’, ‘체계적이지 못한 한약관리로 인한 심각한 부작용’, ‘과학화된 의학교육의 필요성’, ‘전통의학에 대한 주요국의 추이’ 등을 들어 정부 차원에서 의료일원화 논의를 추진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양의계의 주장들은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학문적 근거가 빈약해 논리의 정합성이 떨어진 결과 의료일원화가 정치적 구호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최근에 주장하고 있는 양의계의 의료일원화론은 명칭만 바뀌었을 뿐 여전히 70년대 이전의 한의사폐지론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결국 양의계의 의료일원화론이 근본적으로 한의사와 한의학을 국가의 보건의료체계에서 배제하려는 목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 한의계의 판단이다.

양의계는 또한 학문적 기반이 부족한 과도기적 단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의료부작용이 마치 한의학의 본질적 한계인 양 주장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한의계는 이런 문제를 극복하고자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상호교류방안을 제안했지만 양의계는 이 제안마저 이원화 체계를 공고하게 만든다면서 반대해왔다.

양의계의 구태의연한 논리는 의료일원화 추진방식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일원화의 당사자인 한의계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는 무시하고 정부를 끌어들이는 방법을 고집하는 게 대표적이다. 방법론이 다른 의학을 통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지만 이해당사자를 배제하고 통합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의료일원화론의 순수성을 의심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한의계는 의료일원화 논리가 이렇듯 빈약한데도 양의계가 총력전을 펴는 데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양의계의 내분을 감추기 위한 수단이라는 시각도 그중의 하나다. 감기치료를 둘러싼 양의계내의 과별 갈등과 차기 의사협회장 선출을 둘러싼 의사 단체의 정책 부재를 한의계를 제물로 해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양의학의 주변환경이 급격하게 바뀌는 데서 오는 초조감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구의학이 한계에 다다르면서 서양에서는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비해 서구의학에 종속적인 국내의 양방의료계는 한의학과의 협력에 나서기보다는 거꾸로 한의학을 희생해 위기를 탈출하려 한다는 것이다.

양의계의 비이성적 정치적 공세의 원인은 무엇보다 양방의학이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한 데 따른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의료영역이 꾸준히 해체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하는 데서 오는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한의사에 대한 현대 의료기기 허용도 시대적 추이를 반영한 결과일 뿐인데도 양의계가 시대의 흐름을 감지하지 못한 채 엉뚱하게 의료일원화라는 구태의연한 방법을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양의계의 공세에도 불구하고 한의계는 의외로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 한의사는 “자연의학인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양의계가 없애고자 한다고 해서 한의학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복수면허를 취득한 의사출신의 다른 한의사는 양의계의 한의학 고사작전으로 한의학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보건복지부도 아직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아 양의계의 일원화대책특별위 구성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이고 한의계도 양의계에 자제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할 예정이어서 조만간 갈등이 수습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양의계의 일원화론은 전체 양의계 차원의 대책위원회가 구성된 데다가 학문 외적인 요인이 내재돼 있어 당분간은 일원화 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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