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37] 쥬방문造果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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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37] 쥬방문造果法
  • 승인 2005.03.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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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으로 먹는 술, 약으로 만든 과자

지은이를 알 수 없는 음식조리 책으로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순 한글로 써있는 필사본 1책이다. 전문을 정갈한 필체로 반듯하게 써 내려간 모양새로 보아 어느 지체 있는 양반가에서 적어두고 사용하던 술 담그는 비법책임이 분명하다. 약술 담그는 법과 藥果 만드는 방법을 중심으로 여러 가지 전통방식의 건강식품에 사용하는 재료와 제조방법이 기재되어 있다. 이와 유사한 책으로 『酒方文』, 『釀酒方』,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장의 『釀酒法』 등이 있으며, 필자는 이미 양주방에 대해 한번 소개한 바가 있다. (74회, 백가지 약을 만드는 방법 - 『釀酒方』 - 2001년 6월 18일자) 규장각 소장본은 일명 ‘하생원주방문’이라고도 하는데, 권미에 원작자로 보이는 ‘河生員酒方文冊’이라는 명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또 ‘正月二七日錢一兩’이라는 글도 적혀 있어 엽전 1냥을 주고 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7세기 사본으로 추정하는 규장각 소장본에는 모든 음식명 밑에 한자를 병기하고 있는데 반해, 이 책은 다른 책과 달리 서명이 특이하게 『쥬방문造果法』으로 되어있고, 음식명에 한자명이 병기되어 있지 않다. 또한 말미에 “하생원주방문책”이라는 문구 대신, “腐腸生疾, 迷性失德. 右酒誡”라는 문구가 있다. 술을 과음하면 ‘장이 썩어 병이 생기고 본성이 흐려져 덕망을 잃게 된다.’라는 뜻의 警句로 작성자가 스스로 자신을 경계하는 의미에서 적어 놓은 것으로 생각된다. 본문의 말미에는 ‘造酒吉日, 造醋吉日’이 적혀 있어 음식 하나에도 온갖 정성을 기울였던 조상의 마음가짐을 읽을 수 있다. 아울러 마지막 장에는 ‘癸亥元月寓在佳野村書계해원월우재가야촌셔’라고 필사기를 적어놓았다.

이 책의 주방문에는 벽향주, 세신주, 삼해주, 이화주 등 앞뒤로 20여종의 술 담그는 방법이 적혀있다. 과자 만드는 방법에는 인삼, 연근, 모과, 맥문동, 생강, 靑梅, 杏仁 등의 약재가 재료로 쓰이고 있어 약과 음식이 근본이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또 과자의 종류로는 정과, 산자, 강정, 엿 등이 각양각색의 재료와 함께 소개되어 있으며, 초, 율란, 조란, 다식, 약과, 중백기, 만두과 등을 수록하였다. 아울러, 화채와 콩국, 미수, 송화수, 배숙, 수정과, 식혜와 같은 건강 음료수를 만드는 제법이 실려 있다. 갖가지 술과 음식, 과자의 이름만 늘어놓아도 온갖 차림새를 갖추어 놓은 잔치상을 바라보는 것 같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이 든다.

또 과자와 차의 재료로 귤, 유자, 잣, 깨, 콩, 호도, 대추, 밤, 흑임자, 낙화생, 복숭아, 배, 앵도, 포도, 수수, 청포, 보리와 같은 곡식이나 과실이 이용되었을 뿐만 아니라 송화, 신검초(당귀), 용안육, 생강, 오미자, 국화, 매화, 홍삼, 율무, 산사 같은 약재를 폭넓게 사용하였다. 본문 중에 약술에 대표격으로 소자주(蘇子酒)를 들 수 있는데, 간단하게 제법과 효용을 풀어보기로 하자. “차조기씨 한 되를 잠깐 볶아서 헐렁한 베주머니에 넣어 청주 세말 넣은 항아리에 담갔다가 짜내고 그 술을 조금씩 먹으면 가슴에 가득 찼던 기운이 시원하므로 노인에게 더욱 좋고 기운을 편안하게 하고 폐기를 보하고 담증이 다스려진다.”라고 하였다.

한편 율란에서는 부재료로 우유와 버터를 사용하여 만드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어 서양 문물이 전해진 이후 전통음식에 적용되는 양상을 엿볼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또 약과의 제조법 말미에는 밀가루는 조선밀가루가 좋다는 표현이 있는 것으로 보아 작성시기가 대략 일제강점기인 1923년경일 것으로 보인다.
전문에 기재된 조문 수는 서울대 소장본(78조목)과는 달리 총 101조목이며, 마지막 조문의 필체가 다른 것으로 보아 시간차를 두고 몇 차례 첨가된 것으로 보인다. 또 술 담그는 법이 앞뒤로 나뉘어 적혀 있는 것으로 보아 상당 기간에 걸쳐 가필과 첨삭을 거쳤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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