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36] 世醫得效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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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36] 世醫得效方
  • 승인 2005.03.11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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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를 대물림한 名醫의 家傳處方

元의 危亦林이 1337년에 편찬하여 1345년에 간행한 의방서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정보검색 사전에 『婦人良方』을 지은 宋나라 陳自明의 저작으로 소개되어 있어 영문을 모르겠다. 이 책은 보통 ‘득효방’이라 부르며, 전 19권이고 그 다음에 孫思邈의 양생법이 실려 있다. 이에 비해 『四庫全書』 본에는 끝부분에 『千金方養生書』 1권이 부록으로 있어 모두 20권으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425년(세종 7) 춘천부에서 처음 이 책을 간행하였다. 이 판본은 20권 22책으로 되어 있으며, 原州儒學敎授 尹晃의 발문이 붙어 있어 원나라 판본을 복각한 내력이 새겨져 있다. 또한 1587년에 간행한 『攷事撮要』의 ‘八道冊版’에는 춘천과 담양판이 있는 것으로 기재되어 있다.

『득효방』은 이미 고려 시대에 우리나라에 전해졌으며, 조선 초기부터 醫科取才의 과목으로 채택되었다. 세종 12년에는 『危氏得效方』이라는 서명으로 의과취재의 과목으로 언급되어 있고, 세조 2년과 성종 2년의 『조선왕조실록』 기사에도 역시 마찬가지로 기록되어 있다. 또 『경국대전』에도 역시 의원 취재 목으로 올라있어 명실상부한 교과서였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역대 조선의학서에 주요 참고문헌으로 인용되었는데, 『의방유취』에 ‘득효방’이 채록된 곳은 152군데 총 188항목에 달하며, 『향약집성방』에는 133조문이 인용되어 있다. 더욱이 『동의보감』에서는 인용횟수가 무려 1045조에 달해 단일 方書 중에서는 가장 많은 처방이 채록되었으며, 전체 인용빈도를 따져보아도 本草, (醫學)入門, 丹溪(心法) 다음으로 많다. 뿐만 아니라 허준이 『언해태산집요』와 『언해두창집요』를 집필하는데도 주요 참고서로 이용했으며, 이것만으로도 조선의학에 미친 영향이 대단하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5대째 내려오는 家傳 처방을 바탕으로 하여 편성한 것이다. 내용의 차례는 원나라의 醫學十三科에 의거하여, 내과·외과·부인과·소아과·五官科·傷科 등 각 전문과에 속하는 질병의 脈象과 병증, 치법을 구분하여 설명하였고, 질병 분류를 비교적 세밀히 하였다. 수록한 역대처방과 家傳方은 수량이 많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실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참고가치가 크다. 특히 骨傷科 병증의 치료에 탁월한 점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1은 脈과 雜病, 권2는 外感六淫, 권3은 氣病·身痛·痺病·얼격, 권4는 嘔逆·곽亂·痰飮 등, 권5는 脾胃·喘息·泄瀉 등, 권6은 痢疾·腹脹 등에 대하여 다루고 있고, 권18은 整骨, 권19는 腫氣에 대하여 다루고 있다. 예시로 권10의 구성을 보면 大方脈雜醫科로 되어 있고 여기에 頭痛, 面病, 耳病, 鼻病, 腋氣, 中毒, 諸蟲, 救急, 骨경, 怪疾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마지막 怪疾에서는 ‘得效四十六方’이라는 부제 아래 46가지 괴난증에 대한 치험례와 醫案이 수록되어 있어 흥미로운데, 곧바로 응용은 어렵겠지만 참고해 볼 만하다. 처방은 消風散, 香유散, 黑錫丹과 같은 名方들이 원인별로 분류되어 수록되어 있다. 또 경우에 따라 灸法, 洗面藥, 膏藥과 외용약도 채택하고 있어 생각보다 다양한 치법과 제형을 응용하고 있다.

각 병증마다 처방은 검게 칠한 바탕에 글자만 하얗게 白文으로 드러내어 구별하기 쉽게 배려하였고 적응증이 비교적 간단명료하여 구분하기 좋다. 중복된 처방은 처방이 소재한 門類를 주석으로 조그맣게 표기해 두어 찾아보기 쉽게 해놓았다. 현재 국내에는 가천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권10과 권11이 보물 1250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번에 새로 문을 여는 허준기념관에 보물로 지정된 것과 같은 권10에 갑진활자로 인쇄된 것이 수장되었다니 몹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042)868-9442
answer@kiom.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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