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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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만들자
  • 승인 2005.03.04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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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문화 정립 없이 한의학 발전 없다
한의사 스스로 염담허무 실천해야
성별, 연령별 한의학적 양생법 교육도 시급
분회·지부가 한의학문화 전파의 주체돼야


3. 한의학문화를 확산시키자

□ 우리에게 다가온 문화

과거 10여전 많은 전문가들은 흔히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 바 있다. 이때만 해도 문화가 큰 영향을 끼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설사 영향을 끼친다 하더라도 21세기 중반이나 후반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는 급변했다. 문화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우리 생활주변에서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졌다. 가히 문화의 격전장을 방불케하고 있다. 문화적 취향을 고려하지 하지 않은 채 자동차를 생산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게 됐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상품에 감동과 문화적 부가가치를 첨가하지 않으면 상품구실을 못하게 되는 세상이 왔다. 제품 구매자가 단순한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와 이미지가 가미된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 의료계에 부는 문화마케팅

제품에 문화의 옷을 입히는 시대사조는 의료계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다. 지난 몇 년간 우리 사회는 삶의 질을 중시하는 웰빙문화 붐이 일었다.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먹고사는 문제보다 어떻게 살 것인가에 관심이 모아진 탓이다.

그러나 한의계 단순한 문화마케팅 차원을 넘어서는 총체적인 한의학문화 정립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박왕용 한의협 학술이사는 “한의학문화를 살리지 않고서는 한의학의 발전은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한의학의 가치를 보는 안목 필요

사실 한의학은 학문 자체가 문화적 요소를 간직하고 있다. 일상적 생활용어 중에서 한의학용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도 그중의 하나다. 사람들이 쓰는 한의학용어에는 병을 보는 철학, 삶을 바르게 살아가는 방법이 고스란히 내재돼 있다.

국민이 한의학을 나의 몸을 지켜주는 의학으로 인식하고 있는 이유는 타 의료와 비교해서 한의학답게 만들어주는 정체성을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방치료를 할 때 치료기간은 더디지만 부작용이 적으며, 장기적으로 내 몸을 스스로 치유케 해주어, 종국적으로 건강을 지켜준다는 믿음이 내재돼 있는 것이다.

반면에 치료기간의 장기성과, 그에 따른 치료비의 증가는 한의학이 개선해야 할 과제이나 이런 요소도 ‘빨리 빨리 문화’에서 ‘느림의 문화’가 보편적인 가치지향으로 자리 잡히게 되면 새롭게 조명될 가능성이 높다.

동양문화에 대한 관심의 증대 또한 한의학을 둘러싼 인문적 지식과 담론의 증가로 이어질 전망이다. 또한 사회발전과정이 산업사회에서 후기산업사회로 이행하고, 시민사회가 성숙해질수록 한의학문화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예견된다.

□ 한의학 문화가 보편화되려면

한의학이 국민의 의식 속에 뿌리깊이 박혀있다고 하더라도 한의학문화가 저절로 꽃피는 것은 아니다. 선조들이 물려준 좋은 한의학 문화에 지나치게 안주하면 한의학문화 형성에 역행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새롭게 한의학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한의계는 한의학 문화를 다시 일깨우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다른 접근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의사부터 문화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들이 한의학문화를 간직하기를 기대하기에 앞서 한의학을 생업으로 하는 한의사부터 한의학적 문화를 생활 속에서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개량한복을 입고, 고풍스런 인테리어를 하는 차원을 넘어 생활과 환자상담, 진료, 한의원운영 등에서 염(염)淡虛無를 실천하자는 것이다.

한의학의 가치가 국민의 생활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활동에 매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끊이지 않는다. 건강에 대한 국민의 연령별, 성별 관심사에 한의계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갈 때 한의학문화가 정착된다는 것이다.

각 연령대에 맞는 양생법을 알려주고, 나아가서는 사회운동으로 확산시킨다면 국민의 한의학에 대한 이해와 신뢰수준을 훨씬 높아질 것이라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어릴 때부터 한의학문화를 체험케 해야 한다는 의견도 설득력있게 다가오고 있다. 어려서 침을 맞고, 한약을 먹어본 사람이 성장해서도 한의학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침이 아프다고, 약이 쓰다고 먹이지 않고, 간편한 양약이나 주사로 병을 치료한 사람들에게 한의학은 마냥 멀게 느껴진다.

다행히 교과서에 한의학을 소개하고 있어 어린이의 한의학인식은 과거에 비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어린이가 한의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더욱 바람직할 수 있다.
그밖에 한의학문화가치를 확산시키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 문화전파의 주체는

한의학은 이론도 좋고, 인력도 우수한데 시스템이 받쳐주지 못해 아이디어 차원에서 끝나버리기 일쑤다. 아이디어만 제공하고, 과실은 다른 의약인이 취하는 형국이다. 아이디어 차원에서 좋긴 한데 정작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주체가 미약한 것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따라서 한의학문화 확산에 관심을 가진 관계자들은 분회와 지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행정전산화로 역할이 반감된 동사무소가 지역문화센터로 거듭났듯이 한의계도 분회와 지부가 지역문화센터 기능을 수행하게 하자는 것이다. 시민대상의 한의학 건강교실 개설도 그 한 방법으로 거론된다.

김승진 기자

※ 월 1회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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