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점프를 하다
상태바
번지점프를 하다
  • 승인 2005.03.04 14: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꽃보다 아름다운 배우, 이은주를 추억하며

이은주라는 배우를 알게 된 것은 홍상수 감독의 <오! 수정>이었다. 낯선 여배우가 연기파 배우(정보석, 문성근)들 사이에서 꽤 당돌하게 연기해 내는 것을 보고 저 배우가 누구일까라는 생각을 했었고, 나중에 그녀의 나이가 생각보다 어리다는 것을 알고는 무척 놀랐었다. 그 후 그녀는 서서히 대중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배우가 되었고, 진정한 그녀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것은 <번지점프를 하다 (2001)>였다.

개봉 당시 ‘동성애’냐 ‘환생’이냐 라는 논란거리를 만들어 내며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번지점프를 하다>는 이은주라는 배우를 좀 더 대중과 가깝게 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1983년 소나기가 내리는 어느 여름 날, 국문과 학생 서인우(이병헌)는 우연히 스쳐 지나간 적이 있었던 조소과 학생 인태희(이은주)를 만나게 된다. 소심하고 현실적인 성격의 인우와 적극적이고 감정에 솔직한 태희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도 점차 풋풋한 사랑을 하게 되지만 인우의 군입대로 이별을 해야만 한다.

입영열차를 타는 날, 인우는 태희를 기다린다. 그러나 태희는 결국 오지 못한다. 세월이 흘러 인우는 고등학교 국어 선생님이 되고, 태희와 비슷한 행동을 하는 학생 임현빈(여현수)을 만나게 된다.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반부는 1983년을 배경으로 한 인우와 태희의 멜로드라마이고, 후반부는 2000년을 배경으로 한 인우와 현빈의 이야기이다. 시대의 차이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이병헌의 물오른 연기와 더불어 지금까지의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참신하면서도 파격적인 소재로 인기를 얻었던 <번지점프를 하다>는 지금 시점에서 돌이켜본다면 이은주의 미래를 예견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항간에 그녀가 세상을 떠난 날이 이 영화 속에서 태희가 사고를 당하는 날과 같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어찌됐건 간에 두 사람 모두 너무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야만 했다.

산 정상에 오른 후 번지점프를 하고 싶어했고, 밥을 먹으면서 “왜 숟가락의 받침은 ㄷ이고, 젓가락의 받침은 ㅅ일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하는 태희의 모습을 보면서 이은주라는 배우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그녀의 대단한 팬도 아니었고, 그녀와 직접적인 일면식도 없었는데 그녀의 죽음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가슴이 아팠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킨 이유는 왜일까?

바로 그녀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 좌절 등을 대신 전해주었던 영화배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모뿐만 아니라 연기도 잘하는 여배우로서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 나갈 사람이었기에 이제 그녀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것에 더욱 가슴이 아팠는지도 모르겠다.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보여줬던 풋풋하면서 적극적인 태희의 모습으로써 영원히 남을 배우, 이은주를 추억하며 그녀의 명복을 빈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