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정보] 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18 - 침향과 울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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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재정보] 강병수 교수의 본초이야기18 - 침향과 울향
  • 승인 2005.02.2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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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병 수 (동국대 한의대 명예교수)


예부터 우리나라에서는 이 두 약을 귀중한 치료약으로서 이용하였을 뿐 아니라 香料로써 진귀하게 사용하였다.
沈香은 인도, 인도네시아, 베트남, 말레이시아, 중국 해남도에 여러 품종이 자생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없다.

그러나 향나무는 전국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으며 모두 12건의 향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특히, 울릉도 해안 암벽에 자라는 향나무는 울향(鬱香)이라 하여 두 곳(울릉도 서면 통구미, 대풍감)의 향나무 자생지에 대하여 환경부의 학술연구자원으로서 천연기념물 48, 49호로 지정(1962년 12월 3일자)되어 있다.

동남아 열대식물인 침향나무는 Aquilaria 속에 약 16종의 향기나는 나무가 있다. 우리나라 한약재 시장에도 여러 가지 형태의 침향이 거래되고 있지만 어느 것이 진품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행히도 근자에 심기섭 선생이 주식회사 침향을 설립, 수입 판매하면서 베트남지역의 침향 산지, 품질, 연구내용을 학계에 소개해 그 실물을 널리 알 수 있게 되었다.

침향은 중국에는 백목향, 침향(Aquilaria Sinensis (Lour), A. agallocha ROXB.)을 대표적으로 쓰고, 베트남에서는 Aquilaria crassna, 인도네시아에서는 Aquilaria malaccensis LAN을 대표적으로 쓰고 있으며, 이들 중 베트남 산을 우수한 것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들 약재의 성분과 효능은 대동소이한 것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자라나는 시기, 나무에 가해지는 상처에 따라 저항하는 면역 물질 즉, 수지(樹脂)의 농축 상태에 따라 품질과 향기에 차이가 생긴다.

이러한 수지가 생성하기 위해서는 충해가 수피에 상처를 주는 경우에 자연적으로 생성될 수도 있고, 또는 산지에 사는 민간인들에 의하여 수 백년 전부터 관습적으로 10년 이상된 침향 나무 수간의 지름이 약 30cm, 지상 1~2m 부위에 3~4cm 정도의 표피를 도끼로 상처를 내고 방치해두면 빗물이 자주 스며들게 되면서 향기가 강하게 나타나기 시작한다.

이것을 몇 년간 방치해 두었다가 나무를 잘라 쓰거나 또는 나무를 잘라 땅 속에 오래 묻어두면 수지가 없는 부분은 썩게 되는데 수지가 있는 부분만 손질해 햇빛에 말려 사용한다.
또 침향 나무 수간을 1m 정도 지상부분에서 길이 3~6cm, 지름 3~10cm 정도의 구멍(開香門)을 몇 개씩 뚫고 진흙으로 겉표면을 막아두면 구멍 속에 침향 수지가 모여 몇 년간 방치하여 두었다가 수지를 직접 채취하여 사용한다.

현재 중국이나 베트남에서는 침향 나무의 심재에 수지를 형성시키는 방법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다.
침향은 수지가 약 20% 정도 되면 물에 넣었을 때 가라앉는다고 한다. 침향이란 이 나무의 수피, 뿌리, 줄기, 가지의 형태와 재질에 따라 이름을 달리하고 있다.

즉, 나무의 재질이 단단하고 흑갈색을 띠면서 枯木같지 않고 윤기가 있는 것으로 물에 넣으면 가라앉는 것을 침향(沈香)이라고 하고, 계골(鷄骨)과 같이 생기고 속이 비어 있는 것으로 물에 담그면 수면에 반쯤 떠있는 것을 계골향(鷄骨香)이라고 하며, 뿌리의 마디가 가볍고 마제(馬蹄)와 같이 생긴 것을 마제향(馬蹄香)이라고 한다.

침향 나무 뿌리에서 생긴 것을 황숙향(黃熟香)이라 하고, 나무 줄기에서 생긴 것을 잔향(棧香), 가는 가지가 단단하고 충실한 것을 청계향(靑桂香)이라고 한다.
또한 침향의 수지(樹脂)가 자연적으로 심재(心材)에서 응결하는 것을 숙결(熟結)이라고 하고, 인공적으로 도끼나 구멍을 내서 응결하게 하는 것을 생결(生結)이라고 하며, 벌레 따위가 상처를 내서 응결하는 것을 고루(蠱漏)라고 한다. 이와 같이 침향 나무의 품종이나 수지의 생성 과정, 채취 방법, 형태에 따라 향기의 질이 달라지고 가격 차이가 생기게 된다.

침향은 여러 가지 형태로 이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즉, 예부터 귀족이나 부유층 일부에서 침향은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몸에 양기를 도와 피로를 풀어준다고 하여 몸에 지니고 다녔다. 또한 고급 향수의 재료에 쓰거나, 스님들의 염주로 사용하였다.
특히, 치료약으로써 여러 가지 효능이 있는데, 성질이 온(溫)하면서 조(燥)하지 않고 향기가 있어 인체에 투여하면 기(氣)를 행(行)하게 하되 배설(排泄)하지 않고 정신을 안정시키는 약이다.

그러므로 능히 모든 기를 걸러서 위로는 하늘(天=頭)에 이르고, 아래로는 천(泉=足)에 이르기까지 심부름을 잘하는 약이라고 하여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특히 분향(焚香)하는데 가장 우수한 향료(香料)의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이 약은 희귀할 뿐만 아니라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일반 대중은 사용할 수 없었으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몽고난 이후, 미륵 세상의 기원을 빌기 위하여 매향제(埋香祭)를 하면서 산골짜기의 냇물이 흘러 바닷물과 만나는 지점에 향나무를 잘라 땅 속에 오랜 세월동안 묻어두었다가 얻은 매향(埋香)을 일명 우리나라에서는 침향(沈香)이라고 하여 침향 나무에서 얻은 침향 대용으로 널리 이용하였다.

이러한 매향제는 지금도 부안이나 강화도에서 절 의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침향 나무의 침향은 불에 태우면 기름처럼 지글지글 타면서 검은 연기를 품을 때 침향의 독특한 향기가 나지만, 향나무의 매향(埋香)은 마치 숯이 타는 듯이 연기가 나지 않으면서 은은한 향기를 내뿜는다. 제를 지낼 때 향을 피우는 것은 신을 불러 강림하게 한다는 뜻이 담겨져 있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향나무(Sabina, chinensis (L) ANTOINE)는 기미(氣味)가 신온(辛溫)하고 독성이 있는 약으로 거풍(祛風), 산한(散寒), 활혈(活血), 소종(消腫)하는 효과가 있다.
이 약을 바닷물에 넣고 오래 매장하면 품질이 딱딱해지고 무겁지만 숙성(발효)되기 때문에 향기가 유순해지고 독성이 없어진다.

특히, 울릉도의 울향(鬱香)은 최고의 품질로 친다. 울릉도의 향나무는 해안가 암석 사이에서 바다의 습기와 바람에 시달리면서 자라나기 때문에 그 향기가 내륙 향나무보다 강하면서 은은한 향기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품질과 색깔이 자단향과 비슷하여 자단향 대용으로 쓰고 있다.

그러나 요즘은 천연 기념물로 지정되어 채취할 수 없기 때문에 울릉도의 향나무 제품은 대부분 다른 지역에서 공급하거나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여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향나무는 자단향 대용으로 쓰기도 하고 바닷물에 매장하여 숙성시킨 매향을 침향 대용으로 썼다.
요즘 중국 약재 시장에는 자연산 침향보다는 인공적으로 처리한 침향이 여러 가지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진품을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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