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특집] 이제는 경영이다 - 한의원 환경
상태바
[500특집] 이제는 경영이다 - 한의원 환경
  • 승인 2005.02.18 15: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ebmaster@http://


“내 한의원만의 일 아니다”

급격히 늘어나는 의료인을 볼 때 의료계는 다른 어느 직종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 경쟁을 한의계에서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아야 한다. 질병치료라는 동일한 목적을 갖고 있지만 서로 다른 두개의 문화 한·양방이 전면전으로 나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의계에서 경영은 동종 업종간의 경쟁이 아닌 전체가 생존하고 발전하는 차원에서 받아들여져야 할 것이다. 이에 본지는 지령 500호를 맞아 경영 문제를 한의계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점검하고, 현재 한의계에 주목을 끌고 있는 ‘특화’와 ‘네트워크’ 그리고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조직’의 구성 등을 주제로 한 테마기획 ‘이제는 경영이다’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 급격한 의료기관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04년도 3/4분기 건보심사통계에 따르면 2003년도 3/4분기에 4만8,813곳이었던 전체 의료기관은 1년 후 5만373곳으로 3.2% 증가했다. 이 중 한의원은 8,370곳에서 8,919곳으로 6.56%가 늘었다. 비록 한방병원이 같은 기간 동안 9곳 줄었지만 전체 증가율을 보면 양방을 훨씬 앞서는 수치다.
하지만 인구의 증가추이와 의료인 및 의료기관의 증가수를 놓고 보면 경쟁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표 참조>

양방의 경우 증가 속도가 한방에 비해 다소 느리다고 하지만 어지간한 중심지역에는 한 건물에 두 세개 의원이 있고, 매해 3000명가량씩 나오는 신규 양의사 면허자를 생각하면 의료공급 과잉으로 인한 부작용이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에 비하면 한의계는 어떠한 각도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소 여유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우수한 치료능력이 있으나 대중들에게 인지되지 않은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물론 웬만한 도시지역에는 한 건물 건너 하나씩 한의원이 있다시피 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들 한의원에서 환자들에게 어떠한 의료서비스를 행하고 있는지, 그리고 고객이 어떤 계기로 이 한의원을 선택했는지를 보면 양방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선택의 기준은 브랜드 다음이 권유

현대 리서치가 소비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병원을 선택할 때 가장 많이 고려하는 부분이 무엇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88명(44%)이 브랜드라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은 주변의 권유 46명(23%), 진료수준 38명(19%) 순이었다. 그러나 접근성은 16명(8%)에 그쳤다. 한의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는 아니지만 의료소비자의 의식이 어떻게 바뀌었나를 잘 나타내 주고 있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한의원 경영은 일명 ‘입소문’, 주변의 권유가 좌우한다고 여겼고, 아직도 한의계에는 이러한 사고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경영의 안정을 빨리 이루기 위해 ‘입지’에 매우 신경을 썼다.
물론 주변의 권유가 지금도 한의원 경영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과거만큼 영향력을 발휘하지는 못한다.
그 이유는 소비자들이 의료정보를 다양한 통로를 통해 쉽게 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를 가지고 있으면 주변의 권유를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고 스스로 판단한다.

또 현재 한의원을 찾는 고객의 다수는 초기질환자가 아니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려고 애쓴다. 과거 “잘 본다”는 수준을 넘어 구체적인 내용을 요구한다. 또 자신의 병력과 치료의 진행상황을 인터넷 등의 매체를 통해 공유하기도 한다.
의료 소비자 스스로 의료에 대한 지식을 습득해 가족이나 친지 등 주변의 권유는 전문성을 가지고 있기 전에는 영향력을 크게 발휘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따라서 내가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병이 나아 주변에 권유해 주기를 바라는 차원을 넘어 환자를 질병에 대해 한의학적으로 이해시키고, 남에게 설명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려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 “한의원간 경쟁보다 중요한 것”

전문의 과정을 마쳤거나 부원장 등을 거쳐 개원을 하려는 한의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은 어디에 개원할 것이냐다.
도시지역에는 한의원이 없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다. 새로 아파트를 건설하는 곳에서도 주민들이 입주하기 얼마 전에 여러 개의 한의원이 문을 연다. 치열한 홍보전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그만큼 경영의 안정이 느려지는 것이다.
일부 한의사들은 이러한 경쟁을 피해 아예 변두리로 나가 개원을 하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들도 경쟁에서 제외될 수는 없다.

문제는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동일한 ‘한의원’이라는 간판으로 의료 소비자들 앞에 나선다는 점이다. 이는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좁게 하는 것이다. 또 한방진료를 한정시킨다.
의료계는 이미 영역 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마취과 의사가 통증 등 외과질환을, 정형외과 의사가 내과에 소아과까지. 동네에서 내과 소아과의 구분은 없어진지 오래다.

문제는 양방 내에서의 영역파괴에 그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통증과 관련해 ‘침’은 보편화되다시피 했고, 최근에는 한약제제까지 투약하고 있다.
따라서 동일한 진료영역, 같은 형태의 의료서비스를 가지고 있는 한의원이 우리 지역에 몇 개나 있는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한의학에 대한 인지도를 조금이라도 끌어올리기 위해서 동일지역 내 한의원들 간의 연대를 통한 홍보 강화나 특화가 바람직하다.

◇ 회피, 전체 한의계에 피해 줄지도

한의원의 경영은 자신의 한의원 하나로 국한해서 생각해서는 안 된다.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각종 부대 행사, 경영 효율화를 위한 조직 정비, 고객관리 등을 통해 한의원 경영 활성화를 이루어 낼 수는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문화가 충돌하고 있고, 한쪽 큰 문화가 작은 쪽 문화의 장점을 흡수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한의원 활성화만을 가지고 얼마나 오래 버티어 나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따라서 한의원 경영은 내 한의원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내, 아니 전체 한의계 차원의 일이다. 이러한 변화를 회피해 대열에 합류하지 않을 경우 피해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전체 한의계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이 현 한의계의 상황을 잘 나타내 주고 있기도 하다.

이제민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