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234] 內醫先生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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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234] 內醫先生案
  • 승인 2005.02.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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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뒤에 公論붙일 御醫名簿

조선시대 내의원에서 근무하며 御藥을 관장했던 의원들의 인적사항을 기록한 명부이다. ‘先生案’이란 각 관아에서 前任 官員의 성명, 직명, 생년월일, 본적 따위를 기록한 책으로 회의에 넘긴 안건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비슷한 유형의 것으로는 의과선생안, 太醫院先生案, 內鍼醫先生案, 議藥同參先生案 등이 있다. 중국에서 발견된『태의원선생안』에 대해서는 이미 오래 전에 이 자리를 빌려 소개한 적이 있다. (고의서산책 29회 / 조선역대 醫人誌, 2000. 4. 24일자)

이번에 새로 소개되는 선생안은 몇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도 허준의 서문이 붙어 있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역대 명의들의 인적사항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특히 다른 선생안이나 의과보에 비해 임란 이전의 기록들이 비교적 상세하여 상호보완적이라는 점에서 매우 가치가 있다.

판면은 10행19자에 반듯한 글씨체로 시종일관 정서하였다. 필사본이지만 行線과 版心을 그리고 註雙行의 형식을 잘 지켜 첫눈에 보기에도 매우 정갈하게 정돈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첫 장에는 ‘내의원선생안서’라고 되어 있으나 표지와 판심제, 卷首題에 모두 ‘내의선생안’이라고 되어 있으므로 이를 따른다. 전문은 31장에 權纘으로부터 玄禹瑞까지 대략 300명 정도의 인물이 수록되어 있다.

서문 첫줄에는 두 개의 正方形 인장이 찍혀 있는데 ‘世範’이라 양각한 것과 方某印이라고 음각한 印文이 있다. 藏書印은 아마도 누대로 의원을 많이 배출한 溫陽 方氏 집안의 것으로 보이는데, 본문 가운데에도 方世範의 직계 후손인 泰智(자), 孝悳(손), 禹疇(증손) 등이 연속해서 등과하여 入院한 것으로 등재되어 있다. 특히 같은 집안인 方泰輿는 景宗朝에 의과에 들어 활약한 인물로 崇祿位에 올랐고 首醫를 지냈으며, ‘院誌七篇’을 지었다고 밝히고 있어 개연성이 짙다.

본문은 항목마다 이름과 본관을 큰 글씨로 적었고 나머지 인적사항은 모두 작은 글씨를 두 줄로 기록해 놓았다. 먼저 이름 아래 자와 생년을 두 줄로 적고 또 本貫人 아래에는 登科와 入仕 시기, 직위를 적고 부, 조, 증조까지의 직계와 외조를 적었다. 이어 다음 줄에는 妻族을 적었는데, 친가와 마찬가지로 妻父, 조, 증조, 외조를 똑 같이 적어 놓았다. 이것은 의원과 譯官, 算士 등 중인계급의 기술관들이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강한 혈연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책의 작성 동기는 서문에 잘 나타나 있다. “내의원에 예전부터 선생안이 있어서 기록된 인물만 해도 거의 수백 명이었으나 임진란에 잃어버려 전하질 않으니 애석한 일이다. 다행이 지금이라도 보고들은 바를 적어두어 없어지진 않겠지만 만일 이럴 때 명단을 여러 벌 작성해 두지 않는다면 우리 동국의 역대 명의들의 이름을 어떻게 후세에 전할 수 있겠는가”라고 그 취지를 밝혀놓았다. 또 훗날 반드시 그 이름을 지목하여 누구는 실력이 뛰어나고 아무개는 술법이 서툴다는 평가를 들을 것이니 천년 뒤의 公論이 두렵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서문의 ‘萬曆三十三年乙巳三月日許浚識’라고 적힌 서문의 작성시기인데, 이 해는 선조재위 38년, 서기1605년으로 임진, 정유 양대 왜란의 후유증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시점이다. 이때에는 아직 『동의보감』과 언해의서들이 나오기 이전으로 7년 전쟁으로 인해 망가진 내의원의 조직을 복구하는데 여념이 없었을 것이다. 사본의 최초 작성 시기는 대개 正祖 재위 말엽인 1790년경으로 보이며, 이후 純祖 초엽인 1810년경까지 追錄되었다.

허준에 대한 기재 사항도 특색이 있다. 享年이 77세로 밝혀져 있고 父 론, 祖 琨, 曾祖 芝로 직계가 밝혀져 있으며, 外祖는 靈光 金郁감으로 되어 있다. 생년은 『태의원선생안』에서와 마찬가지로 丁酉(1537)로 되어 있는데, 『太平會盟功臣圖』에 己亥生(1539)으로 기록된 것과 족보에 따라 1546년 혹은 1547년으로 기록된 것과 아울러 다소 논란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허준기념관의 개관을 앞두고 가장 뜻 깊은 史料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안 상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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