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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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국민과 함께 하는 한의학을 만들자
  • 승인 2005.02.1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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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 없으면 경영 악화, 사회적 고립 자초
한의사 - 환자 신뢰관계의 근원은 믿음
‘제식구 감싸기’ 지양 … “이제 공론화 할 때”


(2) 윤리, 왜 중요한가?

정치학의 아버지로 평가되는 사람이 아리스토텔레스다. 그는 정치학(Politics)에서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라고 정의하고서 그의 정치이론을 전개한다. 흔히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는 표현이 실은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의 오역이다.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라고 하든 아니면 정치적 동물이라고 하든 상관없이 참뜻은 인간은 polis에 살고 있는 구성원들과의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있다 하겠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의료인도 관계 속에서 삶이 규정된다고 하겠다. 의료인-환자와의 관계를 기본축으로 해서 의료인은 거대한 사회와의 관계 속에서 숨을 쉬는 존재다. 의료관련법은 의료인과 환자와의 관계를 규정하고 있다. 의료관련법은 제반 사회적 규범을 포함한다. 윤리적 가치도 들어 있다. 이들 규범들은 수천년에 걸쳐 형성된 불문율이다. 그러므로 의료인인 한의사들은 법을 떠나 사회의 규범과 윤리기준에 충실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는 느낌을 준다. 한두 사람의 비윤리적인 태도로 인해 구성원 전체가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한의사들의 대표단체인 한의협은 일부 비윤리적인 행위를 한 회원을 제재하기보다 회원이라는 생각이 앞서 제식구 감싸안기에 나서는 게 저간의 사정이다.

내부자정활동을 하지 못해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면 한의사와 한의학은 믿을 수 없는 의학으로 대중의 뇌리에 박혀 선의의 피해자가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
환자는 치료받고 싶어도 믿지 못해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지 못하고, 한의사는 사회속에서 고립돼 경영이 악화될 수 있다. 환자와 한의사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다.

■ 환자들이 바라는 한의사상

환자들은 한의사에게 바라는 상을 하나 둘 마음 속에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바라는 한의사상은 친절하고 성실한 한의사, 의혹을 사지 않는 한의사, 자기 능력을 아는 한의사 등이다. 이런 내용들은 너무 일반적이어서 간과하기 쉽지만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 데 필수적인 항목이다.

한의사가 친절하고 성실할 때 환자는 편안하게 아픈 몸을 의탁하게 되며, 가식없는 솔직한 대화 속에서 실제 진료에 도움을 준다. 환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여 기를 안정시켜서 병을 낫게 하는 한의사, 즉 心醫의 속성을 지닌 한의사가 바로 이런 유형에 속한다.

의혹을 사지 않는 한의사는 요즘말로 하면 양심적인 한의사라 할 수 있다. 경제성만을 따져 저질 한약을 사용한다거나 상식 이상으로 폭리를 취해 사회적 물의를 빚는 행위, 비의료인의 의료행위를 충실히 감독하지 않는 의료인, 일반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의료기술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인 등은 언론이 발달한 요즘시대에 비윤리적이라는 의혹을 받기 십상이다. 또 진단을 잘못하여 오류를 범하고도 잘못을 솔직하게 시인하지 않고 오히려 정당화하려는 의료인도 이런 부류에 속한다.

환자는 자기 능력을 아는 한의사를 원한다. 환자는 무리하게 치료하다 병을 악화시키거나 의료사고를 야기하는 한의사보다 전문기관으로 이송시키는 한의사를 훌륭한 의료인이라고 생각한다.

■ 한의사보다 한의학이 먼저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한의대 신입생들은 한의학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로 ‘생활이 보장되어 있으므로’, ‘사회적 지위가 높은 직업’을 꼽았다고 한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한의사가 돼서도 이런 생각을 간직하고 있다면 이런 한의사는 자칫하면 한의사 윤리를 저버릴 개연성이 높다. 자신의 수입과 지위, 명예를 위해 한의학을 이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의원 경영론’의 저자 임일규 원장은 한의사와, 한의학의 관계를 이렇게 말한다. “한의학은 한의사를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한의사가 한의학을 자기 생활의 방편으로 한다면 그것은 본말전도라 하겠다.”
자신의 수입과 지위, 명예가 한의학을 성실히 한 데 따른 부산물인데 한의사가 무슨 특권이라도 되는 양 잘못 생각하는 현상을 지적한 말이라 하겠다.

임 원장은 한의사윤리의 부재 원인으로 취약한 자율성을 든다. 한의사와 한방의료에 대한 사회적 비판에 대하여 논리적으로 대응하기보다 피해의식과도 같은 거부감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또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권위로 표출되기도 한다고 한다.

특히 전문직업성을 실제 행동으로 구현한 경험이 없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고 말한다. 부당하고 비의학적인 외부의 요구에 대해서 의료전문가로서의 판단에 충실한 의료행위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직업인으로서의 한의사의 자율성을 확보하기보다 의료행위에 대한 보상에 관심이 많았고 따라서 환자의 요구에 취약한 환자의존적인 진료양식을 보여준 결과 오늘날의 취약한 윤리의식을 초래했다는 게 임 원장의 판단이다.

■ 한의사윤리성 제도화 초기단계

타 의료집단도 의료윤리 문제의 중요성을 일찍이 인식하고 내부자정활동에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양방의학계는 오래 전부터 생명윤리지침을 제정하는 한편 의료윤리지침도 현실에 맞게 개정하여 사회적 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비윤리적 행위를 하는 회원에 대해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치과의사협회도 치과의사의 윤리성에 매우 큰 비중을 두고 회무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의 대사회적 활동을 적극 지원한 결과 치과의사에 대한 사회의 이미지가 한결 고양되었다.

거듭되는 사회적 파문에 시달린 한의협은 올 정기대의원총회에서 한의사윤리지침을 확정지을 예정으로 있어 회원에 일정한 윤리적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한의사 의료윤리는 초보적인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경영의 일부분 혹은 개인적인 일로 접근되고 있을 뿐 의료의 본질적인 요소로서 공론화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학회나 단체가 한의사윤리문제를 주도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하겠다. <계속>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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