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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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승인 2005.02.11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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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면서도 쿨한 사랑이야기

2005년을 맞이하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시작했지만 뜻대로 된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고, 벌써 2월로 들어섰다. 그리고 이제는 양력이든 음력이든 2005년이 시작되었으니 모두들 다시 한 번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자신이 맡은 역할에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런 시기에 우리가 또 하나 가져야 되는 것은 우리 주위에 있는 많은 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그러나 이는 말로는 쉽지만 행동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매년 생각만 하고, 또 한 해를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하 조제)>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나 같으면...?’을 생각해 보는 건 어떨까.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주위의 소외된 사람들을 무조건으로 사랑해야 한다는 박애 영화는 절대 아니다. 단지 주인공이 장애우이기 때문에 다른 영화와 차별성을 보일 뿐이다. 그리고 영화의 내용 또한 기존의 영화와는 달리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보는 이의 마음을 뜨끔하게 한다.

대학생 츠네오(츠마부키 사토시)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에서 밤마다 유모차를 끌고 다니는 할머니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되고, 우연히 그들과 마주치게 된다. 그런데 유모차 안에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다리가 불편한 쿠미코(자신은 프랑소와즈 사강의 소설 주인공인 조제라고 부른다. 이케와키 치즈르)가 앉아 있다. 츠네오는 쿠미코의 집에 가서 밥을 먹게 되고, 그 후로도 가끔 그녀의 집을 찾게 되면서 서로 가까워진다.

이 영화를 보면서 문득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떠올랐다. 그 영화 역시 장애우가 등장하면서 그들도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영화였는데 <조제> 역시 장애우와 비장애우의 사랑에 대해서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가족들에 의해 헤어짐을 강요받는 <오아시스>와 달리 미리 헤어짐을 생각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조제>는 군더더기 없는 일상적인 소재에 솔직하고 직접적인 화법을 구사하며 한마디로 ‘쿨(Cool)’하다. <조제>는 지금까지의 무조건적인 박애정신 영화에 항의하고 있다. 그러면서 큰소리 지르는 오버 연기 하나 없이 조용한 갈등의 정점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츠네오가 흘리는 눈물의 의미를 관객 나름대로 해석할 수 있도록 결말은 열려있다.

비디오와 DVD가 출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가을부터 현재까지 소리 소문 없이 장기 상영을 하고 있는 <조제>는 2월 13일까지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난치병 환자 돕기를 위한 특별 상영도 있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라는 난해한 영화의 제목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직접 찾아보는 것도 영화 보는 재미를 더할 것이다.

황보성진(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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