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콜라쥬된 존재의 기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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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콜라쥬된 존재의 기이함
  • 승인 2024.03.29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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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가여운 것들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출연 :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레미 유세프
감독 : 요르고스 란티모스
출연 : 엠마 스톤, 마크 러팔로, 윌렘 대포, 레미 유세프

얼마 전,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영화제라고 할 수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개최되었다. 올해 시상식에서는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오펜하이머>가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수상했는데 필자 개인적으로는 기대가 너무 컸던 만큼 아쉬움이 컸었던 작품이기에 결과에 크게 수긍 가지는 않았지만 2023년 최고의 영화로 등극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올해 수상자들 중에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바로 엠마 스톤이다. 2017년 <라라랜드>에 이어 올해 <가여운 것들>이라는 영화로 두 번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기에 어떤 작품인지 매우 궁금해진다.

천재적이지만 특이한 과학자 갓윈 백스터(윌렘 대포)에 의해 새롭게 되살아난 벨라 백스터(엠마 스톤)는 갓윈의 보호를 받으며 성장하게 된다. 벨라는 날이 갈수록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이 넘쳐나고, 이에 갓윈은 자신의 제자인 맥스(레미 유세프)와 결혼 시키려고 한다. 이를 위해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변호사 덩컨 웨더번(마크 러팔로)이 방문했다가 아름다운 벨라를 보고 한 눈에 반해 더 넓은 세계를 탐험하자는 제안을 하게 된다. 벨라는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갈망으로 대륙을 횡단하는 여행을 떠나게 되고, 처음 보는 광경과 새롭게 만난 사람들을 통해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스코틀랜드 작가 앨러스데어 그레이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가여운 것들>은 그리스 출신의 감독인 요르고스 란티모스가 연출한 작품으로 올해 아카데미 11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여우주연상을 비롯하여 미술상, 분장상, 의상상 등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이 외에도 2023년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비롯하여 각종 영화제에서 수상하며 영화의 작품성을 입증하고 있다. <가여운 것들>은 죽은 사람에게 태아의 뇌를 이식하여 몸은 성인이지만 정신은 아이인 사람을 만든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렇다보니 영화 속 미장센은 매우 독특하다. 특히 개의 머리와 닭의 다리를 가진 개닭 같은 동물들이 마당을 거닐고 있는 모습은 영화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한 눈에 보여주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엠마 스톤은 어린 아이의 정신력을 가진 성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 걸음걸이와 말투 등을 매우 개연성 있게 표현하면서 영화 속 집중도를 높이고 있다.

<가여운 것들>은 기이한 과학의 산물이기 때문에 외부와의 접촉이 단절 되었던 여 주인공이 우연찮게 집 밖으로 나가서 세상을 경험하게 되면서 다양한 감정과 함께 성적인 쾌락도 느끼면서 점차 성장하는 모습을 꽤나 특이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파리에서 성매매를 하게 되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관객에 따라 호불호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당당하게 성매매를 하는 여주인공과 그의 동료들의 모습을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할 수도 있기에 무조건 부정적인 시선으로 폄하하기 보다는 열린 마음으로 평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튼 영화는 2시간 20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몰입도가 상당히 높으며, 여 주인공의 특이한 의상을 감상하는 재미 또한 놓쳐서는 안 된다. 그리고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사이다를 마신 것 같은 결말 또한 이 영화의 정체성을 확연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화의 제작자이기도 한 엠마 스톤이 여배우라면 선뜻 하기 힘든 연기들을 소화해내는 모습을 통해 왜 그녀가 여러 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는지 이해할 수 있으며, 명실상부한 배우로서 향후 그녀의 연기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나아갈지 사뭇 궁금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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