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96> - 『丹波家方的』①
상태바
<고의서산책/ 1096> - 『丹波家方的』①
  • 승인 2024.03.16 0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축약어가 난무하는 醫門名家 경험방서

  이 책은 삼국시대 이래 한반도로부터 깊은 영향을 받은 에도시대 의학명가 丹波家의 경험방을 모아놓은 처방서이다. 알다시피 단파씨는 『의방유취』를 소장하고 연구했던 명의가문이다. 필자가 접한 판본은 일제강점기인 1934년 漢方珍書頒布會에서 尾陽의 荒川賴功의 장서를 저본삼아 등사판으로 다시 간행한 것이다.

◇ 『단파가방적』
◇ 『단파가방적』

  서문이나 발문 없이 목록만 2가지 수록되어 있는데, 앞의 것은 중한, 감모, 학질로부터 잡과 예방과 상한육경병에 이르기까지 140여조의 질병 항목을 수록 순서대로 분류에 따라 배열한 목록이다. 이에 비해 뒤의 것은 한서습풍조화 육음사로 인해 발생하는 병증과 부인과, 소아과, 잡과로 재분류하여 작성한 2차 목록이다.

  예컨대, 한사로 인해 일어나는 병증을 ‘寒淫于三焦則爲下件之病’이라고 정의하고 中寒, 감모, 학질, 이질, 담음, 간벽(전광), 산징, 적취를 배정했다. 또 서병에는 중서, 곽란, 곡기, 관격, 벽낭, 위벽, 창만, 허손. 습병에는 중습, 황달, 우충, 황반, 통비, 각기, 수종, 내손. 풍병에는 중풍, 경풍, 항풍, 경풍, 자풍, 두풍, 면풍, 혈풍 등. 조병에는 중악, 폐창, 폐옹, 장옹, 유주, 결핵, 노채. 화병에는 중독, 사창, 竅毒, 소갈, 장독, 제치, 매독, 임질을 배속했다.

  대를 이어 오랜 세월 도쿠가와막부의 典醫를 지낸 명가의 경험방도 다양하거니와 다른 한편으로 이 책을 화려하게 수놓은 각종 축약어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 전부터 일본에 들릴 적마다 들춰본 수사본 의서에서 처방의 구성약물과 중량표기에 암호처럼 기재된 단축어가 적용됨을 보고 적이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왜냐하면 중국과 조선에서 항용 써오던 것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도로 친절한 해설서를 찾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속 시원한 해답을 얻을 수 없었다. 그래서 처방구성과 관련 지식을 원용해 유추해 나갈 수밖에 없었던 아쉬움이 컸었다. 이번 기회에 이 책에 보이는 몇 가지 사례를 들어 일본 고방서에 나타나는 의학고전용어의 사례를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주목할 것은 목록 말미에 ‘藥分量’이라는 제목으로 적어놓은 약칭법이다. “小는 五分, 小半은 七-八分, 中은 一錢, 中半은 一戔五分, 大는 二戔, 大半은 三戔, 二大는 四戔” 펜글씨로 쓴 이 구절에는 한글이 들어 있어 조선인 소장자가 별도로 기재해 놓은 것이 분명하다. 조선에서는 쓰이지 않는 축약어이기에 이 책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 약칭법에 익숙해져야만 했던 것이다.

  약명 역시 1글자로 압축해 표기했다. 예컨대, 허손에 쓰이는 醫王은 보중익기탕이 원방인데, 피부가 희고 붉은빛이 도는 陽形人 발열, 두통, 신체무력, 맥완한 경우에 적용한다. 본방은 “棗 朮(大半), 皈 芪 陳(大), 柴(中半), 升(中), 甘(小半)”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에 약칭법을 대입하여 우리식으로 풀어보면, “대조 백출 각3돈, 당귀 황기 진피 각2돈, 시호 1돈반, 승마 1돈, 감초 7푼”이 된다.

  한편 의왕으로 표기하는 이 보중익기탕 변방은 각종 증상에 따라 가감하여 폭 넓게 응용할 수 있는데, 오한증에 羗桂의왕, 기울증에 羗防의왕, 탈홍증에 桂防의왕을 쓰고 해수로 천급한 경우에는 맥문동과 오미자를 더한 처방을 일명 生脈의왕이라고 부른다.

  또 하나 이 책에 보이는 특색으로 주요 처방의 복진상을 간략한 도형으로 표기한 것을 들 수 있다. 대표적인 몇 가지 통용방에 대해 복진상에 나타나는 특이소견을 U자형 복부도 안에 八字형으로 오목가슴을 표시하고 가운데 臍腹을 중심으로 경결이나 동계, 압진상 특징을 간단하게 그려 넣은 그림인데, 그림 아래 또 복진요점을 기재해 두어 손쉽게 확인해 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