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한국영화계에 대살굿을 날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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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한국영화계에 대살굿을 날리다
  • 승인 2024.03.15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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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파묘
감독 : 장재현출연 :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감독 : 장재현
출연 : 최민식, 유해진, 김고은, 이도현

설 연휴에 주춤했던 영화계가 최근 <파묘>로 뜨거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공포영화의 하위 장르 중에 하나인 오컬트는 <엑소시스트>, <오멘> 같이 주술이나 보이지 않는 영혼 등으로 인해 공포심을 조장하는 장르이기에 대체로 마니아들을 중심으로 한 영화라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2015년 <검은 사제들>이 544만명, 2016년 <곡성>이 687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우리나라에서도 오컬트 장르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는데 이번에 <파묘>가 개봉 18일 만에 800만명의 관객을 모으며 한국적인 K-오컬트 영화가 대세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미국 LA, 거액의 의뢰를 받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장손을 만난다. 조상의 묫자리가 화근임을 알아챈 화림은 이장을 권하고, 돈 냄새를 맡은 최고의 풍수사 상덕(최민식)과 장의사 영근(유해진)이 합류한다. 그런데 절대 사람이 묻힐 수 없는 악지에 자리한 기이한 묘를 보고 상덕은 불길한 기운을 느끼고 제안을 거절하지만, 화림의 설득으로 결국 파묘가 시작된다.

일단 <파묘>라는 제목 자체가 묘를 파낸다는 뜻이기에 예전 영화인 <월하의 공동묘지> 같이 제목만으로도 으스스한 분위기가 느껴지며 솔직히 공포영화를 잘 못 보는 필자와 같은 관객들이라면 영화를 보러 갈 때 약간 고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름만 들어도 신뢰감이 생기는 탄탄한 배우진과 함께 <검은 사제들>에서는 천주교를, <사바하>에서는 기독교를 배경으로 해서 작품을 만들었던 장재현 감독이 이번에는 무속신앙을 배경으로 한 작품을 만들었다는 점만으로도 관람 동기가 부여 될 것이다. <파묘>는 총 6장으로 각각의 부제에 맞게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크게 1~3장은 전반부, 4~6장은 후반부라 할 수 있는 2개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그래서 전반부는 한 집안을 불행으로 몰고 있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파묘를 한다는 꽤나 흥미로운 이야기와 더불어 파묘를 할 때 실행하는 대살굿 등 평소 볼 수 없는 볼거리와 함께 긴장감까지 제공하며 오컬트 영화 다운 모습을 보여주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너무 짧게 끝난다 싶을 때 등장하는 후반부 이야기는 전반부와 연결되며 또 다른 긴장감을 주기보다는 좀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개되면서 결국엔 결말에 대한 기대감마저 무너뜨리며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느껴질 것이다.  

물론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아픈 역사라는 점은 인정하지만 그 실체가 비현실적인 형상으로 표현되면서 현실적인 아픔이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채 좀 과하다 싶은 생각만이 남게 되어 더욱 아쉬울 따름이다. 오히려 이 두 가지 이야기를 순차적으로 나누기 보다는 첫 번째 이야기 속에 잘 녹아 내려서 끝까지 갔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너무 빨리 끝나 버린 첫 번째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이 더 많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연기들은 너무나 맛깔스럽고, 특히 김고은의 대살굿 연기는 영화 속 백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멋지고 배우로서의 노력이 눈에 보인다. 여하튼 오랜만에 한국영화계에 큰 힘을 주고 있는 <파묘>가 과연 천만 영화로 갈 수 있을지 궁금해지는 상황에서 매번 독특한 소재로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K-오컬트 장르를 완성해 나가고 있는 장재현 감독의 차기작 또한 기대된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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