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137) 인간 차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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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137) 인간 차명석
  • 승인 2024.02.23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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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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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
김영호
한의사

프로야구의 시즌이 다가온다. 돌아온 류현진과 롯데의 김태형 감독 등 2024 프로야구는 그 어느 해보다 기대되는 시즌이다. 가을 야구라도 한 번 해봤으면 하는 롯데자이언츠 팬으로서 작년 LG의 우승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29년만의 우승 비결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차명석 단장의 공을 가장 높게 생각한다. 다양한 매체를 통한 인터뷰에서 그의 성과를 뒷받침할 만한 몇 가지 흐름을 발견했다.

첫 째 흐름, 낮춤이다.

“제가 전에 모시던 감독님도 낚시 참 좋아하셨습니다. 낚시를 하시며 제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하시더군요. 저놈을 잘라야 되나 말아야 되나.”
“저런 홈런을 쳐본 적은 없어도 맞아는 봤습니다. 대전구장에서 장종훈에게 맞은 홈런이 어찌나 컸는지 아직까지 날아가고 있을 겁니다.”
이 외에도 차 단장은 셀프디스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어록이 있을 정도다. 자신에 대해 실패한 야구선수, 공이 느린 투수 등 많은 디스를 했지만 그가 92년도 드래프트 2차1번의 높은 순위로 입단 했다는 점, 중간 투수로만 10승과 1억 연봉까지 찍었던 선수라는 점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자랑꺼리도 드러내려고 애쓰는데, 스스로를 이처럼 낮추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저 자신을 낮추니 생각보다 더 만만하게 구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기분 나쁜 순간도 꽤 있었죠. 그런데 소통을 하려면 윗사람이 많이 양보해야 합니다. 소통은 아랫사람이 많이 얘기하는 게 진짜 소통입니다. 윗사람이 얘기를 많이 하면 그건 소통이 아니라 지시죠.”
 그는 보통사람들이 그렇게 낮추기 어렵다는 <자존심>의 벽을 끊임없이 허물었다. 그렇게 낮출 때 마다 불쑥 찾아오는 기분 나쁜 순간들도 극복하며 낮추고 또 낮추었다. 그렇게 낮춘 만큼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허물없이 다가왔고, 소통하려 했으며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그 속에는 현재의 LG를 만든 많은 기회가 숨어 있었다. 이렇게 낮출 수 있는 비결은 그의 높은 자존감 덕분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이 높은 사람만이 자존심을 낮출 수 있다. 순간의 자존심을 앞세우는 사람 중에 자존감이 높은 사람이 많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둘 째 흐름, 열림이다.

“주변사람들이 내 편이 되도록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그러려면 손해도 많이 봐야하고 화도 안내야 됩니다. 이렇게 되어야 누구든 격의 없이 찾아와서 편하게 그리고 쉽게 얘기합니다. 단장 방이 열려있어서 평직원이든 고참 직원이든 편하게 찾아올 수 있어야 조직은 단단해지고 균열이 안 생깁니다.”
 높은 자리에 있을수록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정보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조직의 가장 아래에 흘러 다니는 진짜 정보는 걸러지고 친한 중간 관리자의 전언에 기댈 수밖에 없다. 조직 어딘가 에서는 균열이 가고 물이 새는데 조직의 수장은 이미 회복이 불가능할 때 즘에야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렇게 열려 있는 단장의 방은 가장 낮은 곳에 흘러 다니는 이야기들을 빠르게 들을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작은 균열이 조직을 와해시키는 경험을 해본 사람이라면 최고책임자의 열려있는 방과 열린 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안다.  

세 번째 흐름, 듣기다.

“좋은 팀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지도자가 우선입니다. 좋은 지도자가 좋은 선수를 만드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좋지 않은 지도자가 좋은 선수를 무너뜨리는 건 한 순간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얻으려면 들어야 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코치는 지시만 합니다. 질문 자체를 못 하게 강압적으로 지도하다 보니까 학생들이나 선수들이 궁금한 걸 지도자에게 물어볼 엄두를 내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희 코치들에게 항상 얘기합니다. 기술을 가르치는 건 두 번째고 선수의 마음을 얻는 게 첫 번째라고요. 선수의 마음이 열리면 기술은 굉장히 쉽게 전달됩니다.” 
 리더의 방향과 목표가 아래로 전달되려면 구성원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 마음을 얻기 전에는 아무리 좋은 내용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물며 마음을 얻기 전에 리더가 지시만 한다면 그 목표가 달성될 리 만무하다. 듣지 않는 리더, 잘된 일은 내 덕 잘못된 건 아랫사람 탓 하는 리더가 있는 조직의 끝은 뻔한 결말이다.
 LG의 레전드 박용택 전 선수도 어느 인터뷰에서 차 단장을 이렇게 평가했다. “김현수가 와서 LG가 바뀌었다구요? 아니에요. 솔직히 차명석 단장이 팀을 바꾼 거에요. 차 단장은 자기가 한 말에 대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결국 해냈던 사람이에요. 이게 당연한 건데 이렇게 당연한 걸 실천하는 사람이 드물었어요.”
 드라마 허준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한의대의 인기가 절정을 치닫던 시절도 25년이 지났다. 29년 만에 LG트윈스가 우승을 했듯, 우리 한의계도 다시 올라갈 때가 되었다. 차명석 단장처럼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해내는 리더가 한의계에도 나타나길 소망해본다. 
 
덧붙이는 말) https://www.spochoo.com/news/articleView.html?idxno=44157 
이 기사를 보면 차명석 단장이 부임한 즈음 LG의 상황을 알 수 있다. 궁금한 분은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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