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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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
  • 승인 2024.02.02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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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도그맨
감독 : 뤽 베송출연 :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
감독 : 뤽 베송
출연 : 케일럽 랜드리 존스, 조조 T. 깁스

최근 사람용 유모차보다 일명 개모차라고 불리는 강아지용 유모차의 판매량이 더 많았다라는 뉴스를 보았다. 사실 필자가 8년 전에 다리가 안 좋은 강아지를 위해 개모차를 끌고 길에 나가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모두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거나 개팔자가 좋다며 한마디씩 말을 걸기도 했는데 이젠 일상적인 풍경이 되어 버린 것처럼 반려견 문화는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강아지를 한 번이라도 키워본 사람들이라면 쉽게 답을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뉴저지의 한 도심, 핑크 드레스에 짙은 화장을 한 더글라스(케일럽 랜드리 존스)가 수백 마리의 개와 함께 긴급 체포된다. 아무런 진술도 하지 않던 그는 정신과 의사 에블린(조조 T. 깁스)에게 어릴 적 폭압적인 아버지에 의해 개 사육장에 갇히고, 장애를 입게 되었지만 그의 곁에는 항상 개들이 있었다며 15년간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한다.

<레옹>을 비롯하여 <제5원소>, <그랑블루>, <루시> 등 웰메이드 액션영화를 연출했던 뤽 베송 감독의 작품인 <도그맨>은 ‘불행이 있는 곳마다 신은 개를 보낸다’는 프랑스 작가 알퐁스 드 라마르틴의 시로 시작한다. 이처럼 영화는 인간에게 버림받은 남자가 개들에게 구원 받으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개들이 등장하는 여타의 영화들과 달리 <도그맨>은 소위 착하거나 귀엽기만 한 영화는 아니다. 왜냐하면 가족과 사회의 외면 속에서 짙은 화장의 여장으로 자신을 지워버린 남자가 개들을 이용해 절도와 폭력을 서슴지 않고 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지점에서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있을 수 있지만 캐릭터에 집중해서 본다면 이 장면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과 달리 개들은 한 번 맺은 인연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하고,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든지 절대 외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떠나보낸 가족을 잊지 못하는 개들의 사연을 많이 접하게 되는 것이다. <도그맨>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자신과 함께 있는 사람과의 교감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그를 위해서는 인간 입장에서 보면 나쁜 일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것이다. 이처럼 영화 속에선 개와 인간 사이의 교감 장면들이 자주 등장한다. 주인공이 어릴 적 아버지가 총을 쏴서 부상을 입었을 때 개들은 그의 주변에 와서 상처를 핥아주고, 곁에 함께 있어준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도 주인공 길에 누워있을 때 개들은 여전히 그의 곁에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끈끈한 교감의 흔적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영화적인 면에서는 전반적으로 특이한 소재에 비해 전개 방식이 너무나 익숙하고,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설정 등으로 인해 신선함이 좀 떨어지고, 이야기가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필자처럼 주인공과 개들의 교감만을 놓고 본다면 영화를 즐기기에 충분하다고 본다. 그로인해 분명 나쁜 짓을 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귀엽게 연기를 잘하는 개들의 모습에 계속 웃으면서 볼 수밖에 없으며,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를 훌륭히 소화하고 있는 케일럽 랜드리 존스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가득하다. 그리고 이미 알고 있는 사람도 있었겠지만 필자는 영화를 통해 'GOD'를 거꾸로 하면 ‘DOG'이라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이처럼 개들은 인간을 구원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으며 필자에게도 무한한 긍정의 메시지를 전해주며 매우 힘들었던 시기에 친구가 되어 주었던 무지개다리를 건너에 있는 우리 집 강아지들이 너무나 보고 싶어진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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