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 한의협 회장 직선제 쟁점정리(1) - 장단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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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 한의협 회장 직선제 쟁점정리(1) - 장단점
  • 승인 2005.01.2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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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증 탈출 위한 마지막 비상구
회원중심 회무 가능 … 대외적 위상 높아져

회원분열 우려는 과장, 장점 더 많아
후보 없거나 함량미달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의협 회장 선출방식을 직선제로 전환하는 방안에 대한 일선 한의사들의 관심과 제반 여건이 성숙되고 있으나 구체적인 추진방법과 운영방법에 대한 논의가 진전되지 않아 여론이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일선 한의사들의 의견을 몇 가지로 정리함으로써 한의계의 선거제도 정립에 일조하고자 한다. 직선제의 장단점에 이어 구체적인 시행방안, 타단체의 사례 등을 몇 차례 연재할 예정이다. 독자여러분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편집자 주>

■ 환경변화 못 따르는 한의계

3월 한의협 정기대의원총회를 앞두고 한의협 회장을 직선으로 뽑자는 의견이 분출하고 있다. 개원한의사협의회 설문조사결과 응답자의 73%가 직선제에 찬성했다.
그러나 이런 찬성율은 무응답자가 49%나 돼 한의계의 일반적인 여론이라고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최근 직선제를 선호하는 일선 한의사들의 정서의 일단을 보여준다 하겠다.

사실 일선 한의사들 사이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대로 가다가는 죽는다’는 위기의식이 고조되었다. 잇따라 터지는 불량한약재 보도, 현실로 굳어지는 양약사의 한약취급, 양의사의 침과 한약제제 취급, 건강기능식품의 범람, 한방의료시장 점유율의 감소 등은 한의사의 업무 영역이 급격하게 축소되고 있다는 위험신호들로 인식되고 있다.

보건의료계 외부의 변화도 한의계의 변화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정치적으로 권위주의 정부에서 민주정부로 이행되면서 사회가 경쟁체제로 이행되고 있는 반면 한의계는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법의 보호를 받아 한의사면허 하나만 가지고도 한의학이 유지됐지만 규제가 개혁되고, 소비자의 권리가 신장된 지금은 시장에서 무한경쟁을 치르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의료인과의 관계에서 소비자 무지의 상태에 있었던 환자도 정보화시대로 진입하면서 권리의식이 높아졌다. 전체적으로 의료는 폐쇄적 구조에서 투명성을 요구하는 단계로 급격히 이행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한의학에 대한 수요는 감소하고 대신 한의사 공급은 늘어나 한의사간 경쟁이 격화되는 현상이 빚어졌다. 한의사들은 변화된 의료환경에 맞서 개별적으로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한의사의 대표단체인 한의협도 상황변화에 대처하여 부단히 애써왔지만 내부시스템의 미비로 적절한 대응에 실패한 채 무기력증에 허덕이고 있다.

개선방안을 산발적으로 모색해오던 한의사들은 최근 들어 한의학의 위기가 체감수준에 이르자 한의사 회원들은 무기력증에서 탈출 위한 마지막 비상구로 직선제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 “회장, 회무의 95% 차지”

우리 나라가 대통령중심제 국가라면 한의협은 회장중심제 조직이다. 회장은 수석부회장과 런닝메이트가 되어 선출되면 조각권을 위임받는다. 기본적으로 부회장과 상임이사를 선임하며, 선임이사는 산하 위원회의 위원장이나 위원이 된다. 회장은 사무총장을 비롯한 사무국 과 편집국의 인사권도 가진다. 수석부회장은 유사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해서, 예·결산및사업계획심의소위원장, 편집위원장 등을 맡아 한의협의 사업전반을 관장하는 등 회장을 보좌한다. 회장이 임명하는 부회장과 이사는 각종 위원회의 위원장과 위원으로서 한의협 회무전반을 관장한다.

대외적으로도 회장은 한의협은 대표한다. 회장은 한의협 정책 세일즈와 협상의 주체이다. 회장이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한의학의 운명이 왔다갔다 한다. 심지어 1만 한의사의 운명과 관련되는 문서에 서명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한의협 회장의 권한은 이처럼 막강하다. 수석부회장을 역임했던 모씨는 “한의협 회무에서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95%는 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그만큼 한의협 회무에서 차지하는 회장의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역할이 큰 만큼 제대로 된 회장을 뽑는 일도 개개한의사의 운명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정관개정의 핵심사항으로 회장 선거제도가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것도 회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탓이다.

■ 대의원만 장악하면 당선

회장의 역할이 이토록 중요한데도 일선 한의사들은 회장을 스스로 선출할 수 없다. 회장을 대의원이 뽑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의협은 그 대의원마저 집행부가 반장과 상의하여 뽑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한마디로 집행부를 감시할 의무가 있는 대의원을 집행부가 뽑는 모순을 안고 있는 셈이다.

분회의 집행부는 차기 선거를 고려하여 자신과 친분있는 사람이나 유력한 사람을 대의원으로 선임한다. 이 과정에서 소위 ‘말뚝 대의원’ 혹은 ‘만년 대의원’이 배출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의원은 소속 회원의 여론수렴에는 관심이 없게 되고, 회무사정에도 둔감하다.

선거캠프에서도 230여명의 대의원만 공략하면 선거가 끝난다. 이 중에서 공략대상이 되는 대의원은 몇몇 되지 않는다. 대의원 선출과정에서 보듯 대의원은 이미 분회와 지부장의 영향권에서 탄생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의원은 성향이 일찍 드러난다.

특정 학교와 특정지역 대의원과 회장단의 협조만 받으면 당선이 가능하기 때문에 입후보하기도 전에 판세가 드러난다. 당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은 입후보 단계에서 포기한다. 경쟁자가 없으면 당선이 유력한 후보는 입후보를 하지 않는다. 이 경우 선거유세없이 배수공천제로 치러지게 된다. 실제로 역대 한의협 선거는 한두번의 사례를 빼놓고는 대부분 배수공천제로 실시되었다. 한의계내의 경쟁이 없었음을 의미한다.

이런 선거방식아래에서는 자파 후보그룹간의 교통정리만 이루어지면 당선은 보장되기 때문에 자파 후보의 교통정리를 담당하는 실세(일명 킹메이커)에 줄을 대는 현상이 벌어진다. 실세가 차기 회장을 낙점하면 곧 당선되는 구조가 정착된다. 이른바 ○○사단이니 △△파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설령 입후보자가 있더라도 공약없이 출마하는 기현상이 벌어진다. 대의원 몇 명만 확보하면 되는데 굳이 힘들여 한의계의 정책이나 발전청사진을 만들 필요가 없다. 공약이 없기 때문에 임기말 공약이행 여부를 평가할 근거가 없다. 대과만 없으면 임기는 보장된다.

회장은 선거과정에서 일선 한의사들과 접촉할 필요가 없어 밑바닥 정서에 둔감하게 된다. 선거유세도 없고, 있다 해도 겨우 소수의 대의원을 상대로 정책설명회로 대치하기 때문에 일선 한의사들은 후보자의 정책과 비전이 뭔지도 모른다.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회원은 무관심하고 후보자는 무책임하다.

이렇게 해서 당선된 회장은 일선 회원과 교감능력이 떨어져 물과 기름처럼 따로 놀게 된다. 회원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 회원들의 불만은 날로 고조된다. 회원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집행부에 대해 회원은 회비납부 거부로 맞서고, 집행부는 돈이 없어 일을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 직선제, 공약선거로 회원참여 유발

간선제는 회원의 참여를 가로막는 성격을 지니는 반면 직선제는 회원의 참여를 촉진시키는 장점을 가진다. 직선제는 우선 선거운동의 대상부터 달라진다. 직선제는 230여명의 대의원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벗어나 전국의 회원들을 상대로 선거운동을 한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는 회원들로부터 엄격한 검증을 받는다. 후보자는 대중앞에서 자질, 도덕성을 평가받는다. 또 후보는 표를 많이 얻기 위해 공약을 준비하게 된다. 많은 대중을 설득하려면 학맥이나 지역적 연고보다 정책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지역적 네트워크를 가진 선거캠프가 선거전을 주도하므로 대중과의 접촉면적이 늘어나게 된다. 회원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회원 정서의 실체를 체감할 수도 있다. 회원은 후보와 접촉하는 과정에서 후보의 정책에 귀를 기울여보기도 하고, 누구를 뽑을까 고민도 하게 된다. 정책적 아이디어가 있는 회원은 선거관계자를 통해서 의견을 전달할 수도 있다. 전반적으로 참여가 촉진됨을 의미한다.

지도자는 치열한 선거전을 통해 지도력이 신장된다. 표를 얻기 위해 정책을 회원에 설명하는 과정에서 바닥민심을 읽는 능력이 생성되고, 회무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다양한 회원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능력을 체득한다.

직선제는 또한 정치적 훈련의 과정으로 인식돼야 한다. 한의계 내부의 선거과정에서 단련된 중앙회장은 지명도가 높아지고, 직능내외에서 존중의 대상이 되며, 회무능력까지 출중해져 대외적 경쟁력이 향상된다. 이런 훈련과정 없이 정당의 공천을 따내거나 선거에서 당선을 바라는 것 자체가 무리다. 총선과 지자체장 선거에서 한의사 후보들이 의외의 선전을 하고도 막판에서 떨어진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 회원 분열, 과도한 선거비용 우려

직선제가 아무리 좋다해도 단점은 있기 마련이다. 일선 한의사들은 직선제의 대의를 잘 알면서 현재 도입하는 데 대해서는 주저한다.
간선제의 폐해만큼나 직선제도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직선제의 단점은 무엇인가?

우선 회원이 분열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냥 대의원총회에서 뽑으면 대의원간의 갈등은 있을지언정 회원간의 갈등은 없다는 것이다. 중앙회장 직선과 함께 지부회장도 직선으로 뽑을텐데 분열의 양상이 지부에까지 파급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용의 문제도 거론된다. 선거운동 대상이 넓어 비용이 많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약사회나 의사회의 경험에 비추어 추정하면 선거유세비용, 우편발송비용 등을 합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후보자가 어느 정도 나올지도 미지수다.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간선제 아래에서도 후보가 한 두명 나올까말까 하는데 비용이 많이 소요되고, 전국적 지명도를 필요로 하는 직선회장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어느 정도 될지 예측할 수 없다. 후보의 함량이 미달되면 난감한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후보가 없을 경우에는 선출지연에 따른 회무공백과 비용증가도 예상돼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투표율도 관심거리다. 대표성을 가지려면 전국 회원과 유권자의 일정부분 이상의 투표와 지지가 필요한데 어느 정도가 돼야 적절하다고 볼 것인지 등에 대한 기준이 현재로서는 확립되어 있지 않다. 투표율이나 득표율이 떨어질 경우에 대한 세밀한 대책이 요구된다.

■ 분열? 위장된 단합보다 낫다

직선제로 인해 회원이 분열될 것이라는 주장이 그럴 듯하게 들릴 수 있지만 직선제의 부정적 측면이 과도하게 부풀려진 면이 있다. 득표과정에서 인신공격이건 정책적 대립이건 후보간 치열한 경쟁으로 선거후유증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회원의 참여를 이끌어냄으로써 얻을 이익에 비하면 부작용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직선제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간선제가 회원단합에 도움되지 않는다고 반박한다. 간선제가 마치 회원을 단합시키는 선거제도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위장된 단합’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간선제론자들의 주장대로 하면 간선제로 선출된 회장이 회원을 단합시켜야 하지만 현실은 회원의 참여의식을 떨어뜨려 회무의 질을 떨어뜨리고, 나아가서는 한의사의 의권을 수호해내지 못해 결과적으로 회원들간 갈등만 조장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직선제를 도입할 경우 선거제도를 깔끔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고, 무엇보다 선거를 한의사끼리 다투기보다 한의학을 위한 선의의 경쟁으로 이끈다면 직선제는 회원의 잠재된 에너지를 폭발시키는 동력이 될 것이다.

김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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