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연구원으로서 한의계 발전 기여하고파… 전문가 역량 키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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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연구원으로서 한의계 발전 기여하고파… 전문가 역량 키울 것” 
  • 승인 2024.01.3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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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혜령 학생기자

주혜령 학생기자

wngpfud1234@naver.com


▶인터뷰: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연구원 3인 
과학 패러다임 사회 속 연구는 선택 아닌 필수, 효능도 과학적 검증 필요
◇ (왼쪽부터) 장시현, 김진명, 손주희
◇ (왼쪽부터) 장시현, 김진명, 손주희

[민족의학신문=주혜령 학생기자] 방학 중에도 매일같이 등교하는 한의대생들이 있다. 바로 학부 연구원 학생들이다. 방학에도 열정을 불태우는 그들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학부 연구원생으로 막 근무를 시작한 장시현 학생(가천대 방제학교실, 본과 2학년), 2년차 연구생인 김진명 학생(가천대 방제학교실, 본과 3학년), 3년차 연구생 손주희 학생(가천대 본초학교실, 본과 3학년)에게 학생 연구원으로서 목표와 포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 학생 연구원으로 근무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장시현(이하 장): 방제학총론 수업 시간에 교수님께서 본인이 해오셨던 연구와, 지금 수행하고 있는 연구를 학생들에게 소개해 주시는 날이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양약과 한약 병용에 관해 연구를 하고 계신데, 나 역시 평소 수업을 들으며 양약과 한약에 대한 비교 또는 상호작용 등에 대해서 관심이 있었다. 그래서 방제학 실험실에 직접 참여해 연구 방법을 배우고 관심 분야에 대해 연구해 보고 싶어 근무를 선택하게 되었다.
 
김진명(이하 김): 본과 1학년 때 한의학은 왜 아직도 맛도 없고 복용하기도 불편한 탕약 제형을 고집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래서 본초학 교수님께 해당 문제와 관련해 질문을 드렸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한약이 내는 효과는 특정한 몇 개의 성분이 만든다기 보다는 그 한약에 든 전체 성분들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전체 탕약을 압축하여 알약과 같이 복용하기 쉬운 형태로 만들어야 한다. 이럴 경우 한 번 약을 복용할 때마다 수십 개의 알약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제형으로의 변화가 쉽지 않다. 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싶다면 처방의 효과를 재현할 수 있는 단일 성분, 혹은 소수의 성분의 조합을 찾아야 하는데 아무도 해당 한약의 효과를 재현할 수 있는 성분의 조합을 모른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탕약이 상용되고 있다’였다. 하지만 나는 아무리 그래도 약물 복용의 편리성이 중요한 현대인들에게 탕약은 잘 들어맞지 않고 이대로 가면 한약 시장이, 나아가서는 한의학 자체가 도태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으로 보다 편리한 방식의 한약 제형을 찾고자 연구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 
 
손주희(이하 손): 대학에 입학하고 나면 누구나 그런 고민을 하지 않나. ‘나는 무슨 역할을 잘 할 수 있을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나 같은 경우에는 기, 장부론과 같은 한의학적 관점을 익히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던 반면, 양방생리학 같은 과목은 한두번만 읽어도 내용이 기억에 남았다. 나는 한의학적 사고보다는 분자생물학적 접근이 익숙한 사람이었던 거다. 이러한 특성을 인정하고 난 다음부터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중고등학생 때 생물학 마니아였고 식물을 아주 좋아했는데 때 마침 본초학 수업을 듣게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본초의 효능 평가를 하고 이러한 결과를 사업화 하는 일을 하고 계셨고, 그게 바로 내가 가고 싶은 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무작정 메일을 보냈고, 그게 시작이었다. 
 
▶ 현재 진행 중인 연구는 무엇인가?
장: 하나는 ‘한약의 유효성/안전성’ 에 관한 연구이다. 보험이 적용되는 56종의 한약에 대해 이루어진 효능, 안전성 연구들의 DB를 만들고 있다. 이 외에 개인적으로 항노화라는 큰 틀에서 연구 주제를 설정해 교수님의 지도 하에 구체적인 연구 계획을 잡아가는 단계이다.  
 
김: 현재는 MKN 45 세포를 활용해 소화기계 다빈도 처방 8종(내소산, 반하사심탕, 평위산, 향사평위산, 보중익기탕, 반하후박탕, 시호소간탕, 오적산)의 위염 치료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을 진행 중에 있다. 
 
손: 지금까지는 부인과 질환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연구(동물실험과 분자생물학실험)를 주로 수행해왔다. 소재 선정 및 실험 기획에서부터 실험 수행, 결과 도출까지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중이다. 이 외 눈 건강이나 근골격계 질환, 면역과 관련된 연구에 다방면으로 참여 중이다




▶(손) 가장 연차가 오래 됐다. 참여하고 있는 연구도 많은 것 같은데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지는 않나?

가설을 설정하고, 통제된 조건에서 한약의 효과나 작용 기전을 과학적 실험을 통해 밝혀내는 과정 자체가 흥미로워서 바쁘지만 즐겁다. 이런 과학적인 과정 속에서도 한의학적인 관점을 가미할 수 있는 점이 학업과 병행하면서 오히려 시너지가 나는 것 같다. 
 
▶한의학은 어떻게 보면 현대 과학과 다른 체계에서 쌓아 올려 그 가치를 증명한 학문이다. 뿌리자체가 다른데 꼭 한의계에서 연구가 계속해서 필요한 이유가 있을까? 
 

김: 요즘 언어로 한의학을 일반 대중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한의학에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나만 해도 음양오행론을 토대로 한의학에 대해 배우다 보면 내용을 받아들이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한의학과 학생인 나조차도 이렇게 한의학의 전통 이론을 받아들이기가 힘든데, 제가 한의사가 되어서 진료를 할 때 환자들에게 한의학 전통 이론을 토대로 본인이 복용할 약, 본인이 맞을 침에 대해 설명을 해준다면 과연 환자들이 나의 설명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더 나아가서는 의사를 믿고 치료를 받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옛사람들의 언어가 아닌 현대인들의 언어로 한의학을 설명하기 위해서 연구가 전제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 효능에 대한 근거, 안전성에 대한 자료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임상 경험들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이 담보되어 있지만 요즘엔 환자들도 스스로 자료를 찾아보고 오고, 확실한 근거를 궁금해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한의사의 입장에서 내 치료법이 효과가 있는지, 안전한지, 그래서 당신에게 적용해도 괜찮을지를 설명하기가 어렵다면 곤란하리라 생각된다. 내가 하고 있는 전임상 연구들이 그러한 어려움들을 해소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장: 질문 내용처럼, 한의학 자체로는 현재의 과학적 연구 방법과 잘 맞는 학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학에는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생각한다. 최근 많은 재판에서 이기고 한의사의 권리를 확장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연구’가 있다고 느꼈다. 국가의 정책이나 재판 등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결국 비한의사들을 설득해야 한다. 과학적 패러다임이 지배하는 21세기에는 ‘연구’라는 방법이 가장 정확하고 확실하게 정부와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라 생각한다. 물론 과학적인 방법으로만 경도되는 것은 지양 해야겠지만, 한의학 이론과 과학적 연구의 적절한 조화가 있을 때 비로소 한의학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는다. 따라서 많은 연구를 통해 뛰어난 한의학 이론을 지지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을 때, 한의학이 의학과 구분되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설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 앞으로의 포부가 있나? 
 

김: (웃음) 지금 당장은 큰 포부는 없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언젠가 큰 일을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장: 거창한 뜻은 없다. 다만 내가 학생 연구원으로서 할 수 있는 본분을 다하고, 또 그렇게 함으로 한의학 발전의 큰 흐름에 단 하나의 발자취라도 남길 수 있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또 졸업 후에 전문의로 나아가 임상에 관하여 직접 연구를 해보거나 한의학 전문가로서 역량을 키우고 싶기도 하다. 
 
손: 처음 연구실에 들어왔을 때는 한약의 제형 개선에 많은 관심이 있었다. 하지만 막상 연구실에서 지내보니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 역시 지금은 큰 포부는 없다. (웃음) 다만 졸업하기 전 실천하고 싶은 목표들은 있다. 연구자로서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익히기, 연구 방법론 공부하기, 한의계 및 인접 분야에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동향 파악하기 등이다. 나중에 어떤 연구를 할지 아직 모르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한의계에서 필요로 하는 역할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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