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春來不似春, 그래도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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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春來不似春, 그래도 꽃은 핀다
  • 승인 2024.01.12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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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정 학생기자

황윤정 학생기자

yung0506@naver.com


민족의학신문 학생기자 1기 후기
황윤정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좋은 대학에 가면 꽃길이 펼쳐진다는 어른들의 말을 믿고 대학에 입학한 지 어언 약 4년 차, 내 인생에 기대했던 것만큼 큰 변화는 없었다. 언론학도라는 꿈을 안고 첫 번째 대학에 입학했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도피하듯 결정한 두 번째 전공 한의학은, 전공 관련 경험으로는 한의원 몇 번 가본 수준에 그치는 내게 멀게만 느껴졌다. 학교 다니다 보면 달라질 것이라고, 공부하다 보면 한의사로서 내 모습이 구체화될 것이라고 굳게 믿음을 가졌지만 예과를 지나 벌써 본과 1학년. 학교에 입학한 지 3년 차, 6년의 절반 째 학교를 다니고 있었지만 내 모습은 입학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위기의식이 들었다. 본과 정도 되면 뛰어난 전공 지식을 갖고 뭐 하나쯤은 이뤄낼 줄 알았던 스스로에 대한 거창했던 기대는 고사하고, 하나둘씩 목표를 가지고 한의학도로서의 길을 향해나가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은 찬란한 대학 생활 속 꽃이 개화하는 것만 같았다. 그에 비하면 나는 학업도, 학교 활동도, 목적의식까지도 그저 그런 사람. 한의학도지만 아직 갈피를 잡지 못하는, 봄은 왔지만 아직 꽃을 피워내지 못한 사람이었다.

내가 언론인이 되고 싶었던 주된 이유 중 하나는 어떤 현상에 대한 새로운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였다. 그 가치를 내가 강조하여 직접적으로 전달하든, 대중적으로 식견을 공유하는 장을 가져 새로운 시선이 간접적으로 전달되든 간에 보다 복합적이고 비판적인 시각이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한의대에 입학한 이상, 임상 한의사가 되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언론인으로서 내가 이루고 싶었던 이러한 꿈은 실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 공지를 통해 한의대를 졸업했지만 변호사나 공무원과 같이 임상이 아닌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선배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졸업하면 그래도 당연히 한의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내게 이러한 선배들의 행보는 충격적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이 사건은 안일하게 살아왔던 나를 일으키는 한 가지 도전 과제를 제기해 주었다. 한의학을 이용하여 내가 생각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민족의학신문 학생기자 활동은 이러한 과제를 풀어나가는 첫 번째 시작점이었다. 우선 전 전공인 커뮤니케이션·미디어학과 현 전공인 한의학을 연결해 주는 활동이었기 때문에 실무에서 두 가지 전공을 모두 활용할 수 있었던 경험이었다. 미디어학이 가지고 있는 비판적 시각을 가지고 보험, 교육, 한의대 정원 등 기사에서 보도하는 다양한 아젠다를 바라보니 임상이라는 영역 이외에도 한의학이 관련된 다양한 사안이 많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한의계를 단순히 ‘한의사 집단’이 아닌 한의 관련 이권을 다루는 하나의 사회로서 바라보게 되었다.

또한 어떠한 가치를 전달해 주는 일이 단순히 언론만의 영역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학생기자 활동을 하며 다양한 한의계 인물들과 만나고, 학회를 다니며 기초 연구나 한의 관련 사업과 같은 분야를 통해서도 한의학을 통해 사회에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나눌 수 있는 활동임을 깨달았다. 그뿐만 아니라 진료 활동이라고만 생각했던 임상 영역도,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인으로서의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활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특히 하베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홍지성 팀장님의 한의학의 강점은 살리고, 취약점은 파악하여 이를 보완하여 한의학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는 말씀을 통해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수단은 다양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왜 나는 그동안 가치의 전달이 획일적인 수단을 통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또한 이러한 가치의 전달에서 한의학은 무슨 역할을 할 수 있을까. 한의학이 어떠한 학문인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 보게 되었다. 또한 가치를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넘어, 한의계에 속한 내가 앞으로 어떠한 가치를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새로운 고민을 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민족의학신문 학생기자 활동은 2023년부로 끝이 났지만, 나의 대학 생활은 3년이 남았다. 앞으로는 학생기자 활동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잊지 않고 정진하여 한의학도로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찾고, 이러한 가치를 누군가에게 전달해 주는 한의학도가 되고 싶다. 지난 3년이 꽃봉오리 단계에서 멈추는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남은 3년은 숙고의 시간을 거쳐 하나의 꽃송이로 개화하는 시간이 되고자 한다. 조금 늦게 피어나더라도, 결국에 봄에 꽃은 피게 되는 것이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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