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저 선생님의 제자가 되겠어!
상태바
[기고] 저 선생님의 제자가 되겠어!
  • 승인 2024.01.12 05: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유옹

정유옹

mjmedi@mjmedi.com


금까마귀 사암침법의 수수께기를 풀다

그를 처음 만난 것은 한의대 예과 2학년 봄이다. 재수하면서 이은성의 ‘동의보감’과 사주팔자, 한의학 등 동양 철학과 관련 도서를 읽고 한의학에 대한 호기심과 기대를 잔뜩 가졌었다, 그러나 입학하면서 ‘음양오행’. ‘상생상극’ 등 처음 듣는 한의학 언어 그리고 원리보다는 무조건 암기해야 하는 학문 분위기에 실망하고 있었다. 한의학에 대한 방황으로 자퇴까지 생각했었다. 마침 그의 초청강연회가 열렸고 읽고 있던 그의 책에 저자 사인이나 받아볼 심정으로 갔다.

꽉 채운 학생들에게 그는 5시간 정도 열강을 했다. 비디오 동영상, 음악, PPT 등을 이용하여 5시간이 지루할 틈이 없었다. 학교에서 원전으로 배웠던 음양오행 철학을 이용한 침법도 가르쳐주었다. 한의학이 원리가 있고 과학적인 의학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의학이 흥미 있는 학문이라는 것을 처음 느꼈다. 그가 마치 예수그리스도처럼 구세주로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했다. ‘저 선생님의 제자가 되겠어!’ 그리고 여름 강좌를 바로 신청했다.

여름 방학이 시작되고 7월 7일 남양주 진접읍 팔야리에 있는 그의 집으로 향했다. 강제적으로 핸드폰과 삐삐 등을 반납해야 했지만, 그의 강의를 들을 수만 있다면 감내할 수 있었다. 40일간의 강의 일정이 시작되었다. 초청강연회와는 다르게 힘든 일정이었다. 그는 밤새 강의를 새벽까지 하고 동틀 무렵 2~3시간 정도 취침 시간을 주었다. 세면을 하거나 샤워하는 등의 개인적인 시간이 없었다. 버티기 힘들면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도록 문이 열려 있었지만, 끝까지 버텼다. 예과 2학년이 알면 얼마나 알고 배우면 얼마나 배울까? 이 강의에서 한의학에 대한 가능성과 믿음을 얻고 싶었다.

40일간 사암침법 하나는 배우고 오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에서 나아가 한의학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과 함께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의 삶을 통해 어떤 계기로 한의학을 공부하고 사암침법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는지 어렴풋이라도 알 수 있었다. 40일 강좌가 끝나고 당당한 나의 발걸음을 잊지 못한다. 세상을 다 얻은 듯한 느낌? 의료봉사에서 입었던 땀에 찌든 개량 한복과 해병대 같은 모자를 쓰고 당당하게 다녔다.

‘나 40일 강좌 출신이야!’

40일 강좌가 끝나고 학기 중이나 방학에는 의료봉사 활동을 그와 함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각종 초청 강연이나 방송 출연에도 그를 시봉할 수 있었던 기회도 있었다. 부안에서 봉사를 마치고 대전으로 올라오던 길이었다. 그는 핸드폰을 나에게 맡겼다. 마치 매니저처럼 방송 관계자나 봉사 활동에 필요한 분들과 연락을 주고받아야 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핸드폰이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솔직히 말했다.

“선생님 핸드폰을 잃어버렸습니다.”

그와 나는 차를 돌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들렸던 식당과 상점에 가서 핸드폰을 물었다. 없었다. 실망했다. 그의 발목을 잡은 것 같아서 죄송했다. 혹시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지는 않을까 전화를 했다. 이게 웬일인가? 조수석 의자 밑에서 울리고 있었다. 그날로 그에게 쫓겨났다. 정읍에서 헤어지면서 눈물을 흘렸다. 그와 인연은 이것으로 끝났지만, 건강히 지내시라고 인사했다. 기차를 타고 올라오면서 내내 나의 삶을 되돌아보고 반성을 했다. 집에 도착할 무렵 그에게 연락이 왔다. 단골 식당인 진로집으로 오라고 하였다. 너무 기뻤다. 그가 나의 인생에서 한 부분이 되었던 순간이었다.

지금까지 이 지면을 통해 서평이라는 형식으로 글을 써온 지 10여 년이 지났다. 지난달 금오 김홍경에 대한 작은 전기를 쓴 것이 출간되었다. 김홍경 선생이 2021년 12월 23일 타계하고 2주기가 되는 시점이다. 2022년 1학기 동안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대학원 의사학 교실에서 한의학 인물사를 강의하였다. 그 시기에 전 김홍경의 삶과 한의학에 관한 연구를 하였고 그때 쓴 글을 모아서 출판하게 되었다.

한의학계에서 금오 김홍경은 “사암침법을 음양의 원리로 재해석한 한의사”, “육기 중심의 경락론과 오수혈론을 주장한 학자”, “금오침법의 창시자”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국민에게 김홍경은 “한의학을 쉽게 전달한 한의사”,“불교 철학으로 한의학을 풀어낸 한의사”“봉사 활동으로 사암침법을 알린 한의사”로 기억될 것 같다. 이 책을 출판하는데 많은 자료와 조언을 해주신 김남일 전 경희대 학장님 그리고 출판하도록 큰 도움을 주신 한의학 연구원 동의보감 사업단 안상우 교수님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장래 희망을 항상 한의사라고 외치는 우리 아이 솔, 성, 겸에게 이 책을 우선 읽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첫 독자가 되어준 아내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 책이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나온 관계로 읽어보실 분들은 한국한의학원구원이나 저에게 연락해 주시면 보내드리겠습니다. (saam@kakao.com)

 

정유옹 / 사암침법학회, 한국전통의학史 연구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