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엔싱크의 추억과 한글화의 아쉬움
상태바
[영화읽기] 엔싱크의 추억과 한글화의 아쉬움
  • 승인 2023.12.29 06: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숙현 기자

박숙현 기자

sh8789@mjmedi.com


영화읽기┃트롤: 밴드 투게더
감독: 월트 도른, 팀 헤이츠출연: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감독: 월트 도른, 팀 헤이츠
출연: 안나 켄드릭, 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크리스마스와 연말 시즌을 노린 애니메이션 영화가 한 편 개봉했다. 드림웍스사의 애니메이션인 '트롤: 밴드 투게더'는 그리 대중적인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아니지만 벌써 TV판을 포함해 6번째 판이 나오고 있는, 꽤나 잔뼈가 굵은 시리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트롤인형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전편에 이어 안나 켄드릭이 톡톡 튀는 매력의 수다쟁이 파피를,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때로는 까칠하지만 정이 많은 브랜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이야기는 기본적으로 10세 이하의 어린이들에게 적합한 가족적인 내용이다. 어린 시절 형제들과 함께 전설의 아이돌 밴드 '브로존'으로 활동하며 노래하던 브랜치와 형제들은 마지막 공연에서 형제간의 완벽한 화음을 완성하지 못하면서 무대를 망치게 된다. 베이비 브랜치의 첫 데뷔무대이자 은퇴무대가 되어버린 그날 이후 브랜치와 형제들은 각자 뿔뿔이 흩어지고, 브랜치는 여자친구인 파피에게조차 자신이 브로존이었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플로이드 형이 슈퍼스타인 벨벳과 비니어에게 붙잡혀 혹사당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게되고, 형제들은 플로이드를 구하기 위해 모여 다시 한 번 완벽한 형제간의 화음을 시도한다.

시놉시스부터 가족간의 평화, 형제와의 우애를 강조하고 있는데다가 극중에서 강조하는 '형제간의 완벽한 화음'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서로 부족한 부분을 서로가 보완해주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지지해야한다는 메세지는 아이들에게 전달하기 좋은 교훈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거기에 저스틴 팀버레이크를 필두로 한 엔싱크, 안나 켄드릭, 심지어 에이미 슈머와 트로이 시반, 카밀라 카베요 까지 헐리우드에서 이름난 스타들이 총출동한 호화로운 캐스팅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서 성인이 보기에는 다소 뻔하고 유치한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팝송이나 브로드웨이 뮤지컬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기도 하다. 조연급 빌런으로 등장하는 비니어를 '북 오브 몰몬'의 '프라이스'가 연기 할 정도이니 말이다.

이러한 호화로운 캐스팅을 뒷받침하는 것은 노래다. 트롤의 노래는 헐리우드에 불었던 보이밴드의 바람을 이끌던 엔싱크의 앨범을 떠오르게 한다. 실제로 엔싱크 멤버들이 노래에 참여했으니 당연하기도 하지만, 멜로디 자체도 엔싱크스럽다. 소싯적 엔싱크의 'pop'을 좀 들어봤다 하는 어른세대의 묘한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작중에서도 "우린 엔싱크가 아니야 답은 흩어지는 것 뿐"이라는 이스터에그성 대사가 나오기도 한다. 어린아이들은 그 대사의 의미를 전혀 모르겠지만 말이다.

가장 메인 OST라면 역시 형제들이 함께 플로이드를 구출하려 할 때 시도하는 노래 'Better Place'이지만 그 못지않게 'BroZone's Back' 등 다른 노래도 매력적이다.

다만 노래 외에는 어설픈 내용이나 상영 퀄리티 등 부족한 점이 많다. 가장 문제는 하다 만 더빙이다. 판권의 문제였는지 자세한 사정은 알 수 없으나 극중에 나오는 모든 노래를 한국어로 번안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빙판을 선택했음에도 몇몇 곡은 영어와 한국어 자막으로 봐야 했다. 이 작품이 어린아이들을 주 연령층으로 하는 만큼 이런 어린이들에게 느닷없이 쏟아지는 영어가사와 자막은 배려가 부족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이외에도 화면에 배경으로 나오는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하는 영상화 작업도 거치지 않았다. 세세한 부분이지만 그런 부분마저 신경 쓰는 한글화 작업을 택하는 경우가 많고, 그런 세세한 부분이 영화의 퀄리티를 좌우하는 법이니 아쉬움이 뒤따른다.

더빙은 단순히 선택과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자막을 보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배려다. 조금 더 아름답고 배려있는 영화문화가 정착하길 바란다.

 

박숙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