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새해에는 보다 (법적으로)안전한 한의의료기관의 한약 사용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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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새해에는 보다 (법적으로)안전한 한의의료기관의 한약 사용을 위하여
  • 승인 2024.01.05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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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덕규

장덕규

mjmedi@mjmedi.com


장덕규법무법인 반우​​​​​​​파트너변호사
장덕규
법무법인 반우파트너변호사

의료법은 의료행위를, 약사법은 의약품에 관한 약사관리를 규율하고 있는 법령이다. 두 법령은 의약품의 사용에 있어서 의사와 약사의 역할을 엄격히 구분해 놓았다.

품목허가나 신고절차를 거친 의약품은 일반의약품이 아닌 한 의사가 처방권을 가지고 있으며, 약사는 환자로부터 의사가 발행한 처방전을 보고 의약품을 조제하여 판매하는 것을 역할로 한다.

그리고 약사가 아닌 한 환자에게 의약품을 조제하거나 판매할 수 없으며, 조제를 할 수 있는 장소도 약국 내로 엄격하게 정해져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의료법과 약사법이 엄격하게 구분해 놓은 의약품 사용의 체계에서, 처방과 조제를 한 사람이 자유롭게 할 수 있으며 처방전도 필요없고 조제에 관한 장소적 제한도 없는 의약품이 하나 있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한의사가 직접 조제하는 한약이나 한약제제의 경우, 상기의 규제가 모두 적용되지 않는다.

약사법 부칙 조항에 의해, 한의사는 자신이 치료용으로 사용하는 한약 및 한약제제라면 자신이 직접 처방을 내리는데 이어 조제도 스스로 할 수 있고, 이를 원내에서 조제(탕전)하든 원외의 탕전실을 이용하든 장소에 관하여도 제한이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약사법 부칙 조항이 한의사들에게 의약품의 사용에 있어 기존의 의료법이나 약사법 체계 자체를 부인할 정도로 무제한적인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본디 법령의 예외는 원칙에 비해 인정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다. 법 체계는 그 자체로 안정성을 희구하는 속성을 갖는다. 법은 모두에게 공평타당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그 규범이 보다 많은 사람에게 가급적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오랫동안 생명력이 유지된다. 따라서 원칙을 뒤흔드는 예외는 법령 체계를 유지하는 입장에서도 쉽게 용납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체계는 그 규범력을 훼손하려는 사람들에 대해 형사처벌이나 행정처분 등 다양한 제재를 가해 그 규범력을 제고하려 하므로, 독자들 역시 자신들이 사용하는 의약품에 대해 어떤 것이 허용되고 어떤 것이 허용되지 않는지 명확히 알아두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먼저 한의사가 의약품 사용에 있어 주의할 점은, 한약이나 한약제제 이외의 것에 대한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약사법상 한약제제 외의 의약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지만, 대신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범위가 한방의료행위에 그친다는 점이 그 근거가 된다. 지난 11월에도 관련된 하급심 판결이 선고되었는데, 해당 판결 역시 한의사들은 의약품 중 서양의학적 원리를 기반으로 품목허가나 품목신고를 한 전문의약품들을 사용할 수 없다고 하였다.

도대체 서양의학적 원리가 무엇이냐는 비판이 가해지고 있지만, 이는 약사법의 품목허가 관련 규정 상 향약집성방과 같은 전통 한약서에 제조 원리가 수재되어 있는 의약품을 제외한 나머지 의약품으로 새기는 것이 법원과 규제당국의 태도인 것으로 보인다. 전문의약품 중 생약제제는 전통 한약재를 원료로 하여 만든 의약품인 만큼 한의사의 사용이 허가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아직까지는 정책적 견해에 불과하므로, 섣불리 위험을 무릅쓸 필요는 없어 보인다.

또한 ‘조제’의 영역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는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보편화된 원외탕전원 제도와 어느 정도는 대동소이한 한약제제 사용으로 인해 많은 한방의료기관에서 미리 한약제제를 대량으로 주문해 놓은 다음, 내방한 환자들의 증상에 맞추어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원론적으로 조제는 처방 다음에 있어야 하는 행위이며 처방은 논리적 순서상 진찰 다음에 있을 수 밖에 없다.

즉, 원외탕전원을 통한 외부 조제가 허용되지만 이것도 ‘조제’인 이상, 그 행위 자체는 환자의 진찰 이후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관련 특히 문제되는 분야는 자동차보험 치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단가가 저렴한 한 종류의 환제를 대량으로 주문해서 내방한 환자들에게 사용한 한방 의료기관에 대해 법원이 ‘첩약이 아닌 것을 첩약으로 자보수가를 청구하였다’는 이유로 사기죄를 적용한 사례가 있다.

대법원까지 가기 전에 확정되었는데, 대법원까지 갔다면 실제 심평원에 급여명세를 그대로 제공하여 기망행위가 없었기 때문에 사기죄가 아니라는 점을 충분히 다툴 수는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튼 하급심 판결도 선례인 이상 첩약 사용에 있어 유의할 필요는 있다. 가급적 진찰 후에 처방, 조제함이 바람직하고, 사전조제를 활용한다 하더라도 환자의 증상에 맞춰 다양한 한약제제를 사용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만 광고의 영역에서는 오히려 규제를 회피하여 이득을 보는 면도 있다고 생각된다. 제약사가 한약제제로 품목허가를 받은 의약품이 아닌, 한의사가 한약(원재료)을 직접 조제하여 만든 한약제제의 경우는 애당초 품목허가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식약처 역시 이를 의료행위에 가깝다고 볼 뿐 약사법상 광고의 제한 규정이 적용되는 의약품으로 보지 않는다. 복지부 역시 이를 의료행위의 한 측면으로만 이해하고 있으며, 한역의 광고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관리할 대상일 뿐이라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즉, 의료법 내 의료광고 심의 기준과 한방의료광고심의위원회 기준 등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현행법상 광고의 문제는 크지 않을 것이다.

한방 의료행위를 들여다보면 들여다볼수록 느끼지만, 규정은 너무나도 불명확하고 리스크는 너무나도 많다. 더구나 개정 의료법이 11월부터 시행되어, 형사 처벌을 당할 경우 면허까지도 위협받게 되었다. 따라서 새해에는 관련된 규제 지식을 틈틈이 익혀 놓아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인다. 또한 기존의 것과는 다른 새로운 업무나 치료방법 등을 실시하고자 한다면 꼭 돌다리라도 두들겨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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