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세계여행 다이어리] #2. 한의사라면 꼭 가야 할 파리의 숨은 박물관 – Paris, Fr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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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세계여행 다이어리] #2. 한의사라면 꼭 가야 할 파리의 숨은 박물관 – Paris, France
  • 승인 2023.12.2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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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찬미

송찬미

mjmedi@mjmedi.com


송찬미
원광대학교 본과 4학년

릴에서의 세미나를 마친 후 홀로 파리로 향했다. 비행기 삯은 뽑아야(?) 하지 않은가. 파리는 6년 전 교환학생을 갔던 도시라 내게 익숙하면서도 특별한 곳이다.

◇그림1 기메 동양 박물관 (사진 제공 : 강연석)
◇그림1 기메 동양 박물관 (사진 제공 : 강연석)

 

교환학생 시절, 학교만큼 많이 간 곳이 미술관이었다. 학생증이 있으면 대부분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무료(혹은 큰 폭의 할인가)여서 거의 매일 다른 곳을 찾아갔다. 그중에서도 루브르 박물관을 가장 자주 갔다. 야간개장을 하는 금요일 밤마다 텅 빈 박물관을 탐험하듯 구경하던 시간들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이번 세미나를 함께 한 강연석 교수님께서 처음 들어보는 박물관을 가보라며 추천해주셨다. 한의학과 연관이 깊은 전시였기에 소개한다.

◇그림2 Médecines d’Asie 전시 포스터 (출처 : www.guimet.fr)

 

이는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의 Médecines d’Asie. L’art de l’équilibre(동양의학. 균형의 예술) 전시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한·중·일은 물론, 인도와 티베트까지 평소에 쉽게 접할 수 없었던 나라들의 방대한 전통 의학 자료가 한 데 모여 있었다. 각국의 수많은 의학서와 전시품들 속에서 한국어로 ‘의원 침 노는 모양’이라 쓰인 그림도 발견할 수 있었다. 의학 분야 전시품은 주로 경락과 본초 중심이었다. 우리나라 꺼 아닌가 할 정도로 각 나라의 경락 유주도가 비슷했던 점이 기억에 남는다. 또한, 불상이나 의복, 장신구 등 일반 전시품들도 함께 있어 각 나라의 의학사를 폭넓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림3 의원 침 노는 모양 - 작가 미상, 한국

 

 

◇그림4 중국 경락 모형과 침

 

학교에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초기 의학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배웠던 것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기 프랑스에 와서 그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다. 교통, 통신이 거의 발달하지 못했던 시기에 동아시아 의학이 비슷한 초기 형태를 갖추어 발전했다는 것은 곧 한의학이 특이한 고대 의술이 아니라 보편적인 형태로 발전해 온 의학임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앞으로 한의학은 이 보편적 흐름을 따라 현대화되고 국제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은 동아시아의 고미술과 고고학을 전문으로 다루는 박물관이다. 1889년 설립된 곳으로 유서 깊은 국립 박물관이지만 유럽 구경을 간 한국인들이 찾아가기엔 메리트가 적은 게 사실이라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박물관은 아니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꽤 많은 관람객이 있었지만 그중 동양인 관람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러나 한국을 바라보는 유럽인의 시선을 느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다. 기메 박물관은 유럽에서 최초로 한국 전시실을 개설한 곳으로, 김홍도의 8첩 병풍을 포함한 다양한 작품을 상설 전시하고 있고 한국인 작가 특별 전시도 종종 열린다. 기프트숍에서는 내가 갔던 전시의 도록을 포함하여 유럽인의 시각에서 쓰인 다양한 분야의 동양 서적을 구매할 수도 있다.

◇그림5 기프트숍의 다양한 한의학 서적들
◇그림5 기프트숍의 다양한 한의학 서적들

 

덧붙여, 박물관 건물 자체도 의미가 있다. 19세기에 지어졌지만 2000년에 앙리 고댕과 그의 아들 브루노 고댕에 의해 리노베이션 되어 과거와 현재의 건축 양식을 한꺼번에 느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특히, 굵고 유려한 나선형의 계단이 아름답다.

파리 여행 기간에 기메 박물관에서 의학과 관련된 전시가 진행 중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한의학을 세계 역사의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림6 기메 박물관의 아름다운 계단
◇그림6 기메 박물관의 아름다운 계단

 

★ diary’s tip – 파리의 유명 관광지가 식상하다면?

건축을 테마로 잡고 여행해 볼 것을 추천한다. 특히 재단 건물은 유명한 건축가들이 설계한 경우가 많고, 항상 좋은 전시를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루이비통 재단(프랭크 게리), 까르띠에 재단(장 누벨)이 있다. 르코르뷔지에 재단인 빌라 라 호슈(르코르뷔지에)는 건축 도슨트 투어도 제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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