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86> - 臟腑總論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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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86> - 臟腑總論篇
  • 승인 2023.12.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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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오장육부로부터 聽聲審音까지

2023년 한해가 저무는 즈음에 어떤 책을 들춰보는 것이 좋을까 잠시 망설이다 결국 익숙하게 눈에 들어오는 ‘장부총론편’이란 책 하나를 골라 들었다. 이미 짐작하였겠지만, 원작은 우리가 익히 아는 명대 李梴이 지은 『의학입문』이며, 이 책은 전서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장부총론과 장부조분이 기재된 일부만을 골라 謄出하여 독자적인 별편으로 엮은 초사본이다.

◇ 『장부총론편』

필자 생각으로는 아마도 이 『의학입문』장부론이 조선 후기 가장 많이 읽힌 의학서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 여겨지며, 이것을 초출한 등초본류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흔하게 눈에 띈다. 또 조선판각본이 아니더라고 근세에 이르기까지 다종다양한 형태로 등사하거나 인출과 간행을 거듭하였으니 한의학형성에 있어서 빠트릴 수 없는 필수구비서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대상자료 역시 『의학입문』조선판에 수록된 장부론만을 약식 등사한 사본인 것으로 보이는데, 사주단변으로 외곽선을 두르고 10행 19자로 가지런하게 행렬을 맞추어 정서되어 있다. 이로보아 아마도 순조 때 내의원에서 교정해 간행한 조선각본을 모본으로 삼아 烏絲欄을 그리고 원문 그대로 옮겨 적은 정사본으로 보인다.

표지의 제첨부에 서명 아래로 ‘維歲仲春畢鈔粧衣’라고 적은 명문이 들어 있으며, 이와 마찬가지로 이제면에도 ‘臟腑總論篇 單’이라고 적은 서제와 함께 ‘歲在壬寅仲春令畢鈔粧衣’라고 쓴 필서기가 적혀 있어 등사하여 장책한 시기를 대충 짐작해 볼 수 있다. 현존본의 보존 상태나 종이의 지질을 감안해 볼 때 제작 시기는 대략 1864년이거나 혹은 1902년쯤으로 가늠할 수 있겠다 싶다.

이와 함께 이제면에는 “爲人子弟者, 不可不觀之書”라고 적은 명문이 보인다. 곧 ‘(부모를 모시는) 자식 된 사람으로서 자세히 보지 않을 수 없는 책.’이라는 글귀를 적은 것이다. 이와 같이 스스로 작성한 사본에 평생 잊지 않고 명심해야할 경구를 기입해 둔 것으로 보아 나이든 부모를 봉양해야하는 자식의 도리로서 의학을 自學할 목적으로 옮겨 적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 글귀가 끝나는 지점에 작성자의 멋들어진 手決도 그려 넣어있어 매우 공들여 成冊했음을 확인해 볼 수 있다. 권미에도 작자가 쓴 휘호 한 구절이 기재되어 있다. “扁鵲之妙, 華陀之神, 要不出於, 此書之外.” 쉽게 풀어보자면, “명의 편작의 묘법과 화타의 신기한 의술도 그 요체는 이 책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의학입문』의 장부론을 그대로 옮겨 적은 책이니 내용이야 새삼스럽게 다시 소개할 필요가 없을 터이다. 다만 이 책이 유가의 도덕적인 실천서로서 조선 선비들에게 받아들여졌던 까닭을 권수제 첫머리에 있는 다음 구절을 통해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곧 “옛 선비(先儒)들이 세상 사람들(世人)이 천지와 만물의 이치에 대해서는 힘써 속속들이 깊이 연구(窮究)하지만 한 몸에 오장육부와 모발근골이 있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탄식했으니 하물며 의학을 하는 사람이야 말해 무엇 하겠는가.”라고 한 것이다.

이 말은 광대무변한 천지자연과 만사만물의 이치를 탐구하는 유학자라 할지라도 자신의 몸 안에 있는 오장육부로부터 모발근골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한 가지도 소홀히 할 수 없는 존재의 의미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자면 의학은 유학의 일단이자 실천지식으로서 반드시 깊이 알아야할 가치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장부론의 말미는 觀形察色과 聽聲審音으로 맺어진다. 김구익이『四象臨海指南』에서 사상변상법으로 四步論과 四聲論을 새롭게 거론했던 까닭을 되새겨 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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