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한의학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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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환경, 한의학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 
  • 승인 2023.12.2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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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mjmedi@mjmedi.com


한국의사학회, 제37회 한국의사학회 정기학술대회 개최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의학의 발전이 문명의 발전과 함께 생태환경의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계돼있고 특히 코로나 19를 거치면서 환경변화에 의한 전염병의 발생에 대한 관심도 더욱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생태환경’이라는 주제로 한의학에서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았는지 살펴보는 자리가 열렸다. 

한국의사학회(회장 안상우)는 지난 16일 경희대 스페이스21 한의과대학 청강홀(264)호에서 제37회 정기 학술대회를 열었다. 

안상우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는 생태환경이라는 주제로 우리나라에서 한국생태사학회를 창립한 이현숙 연세대의학사연구소 교수를 기조연자로 초청해 ‘생태환경과 의사학연구’라는 주제로 개최한다”며 “이 교수는 고대 한국의학사연구에서 국내에 거의 독보적인 연구역량을 가지신 분으로 수십 년 전부터 기후변화가 생태환경의 변화를 초래했고 그로 인해 전염병이 생겼으며 그 전염병이 국가의 흥망성쇠와 함께 의학의 발전과 변화를 일으켰다고 주장하고 있고 결국 한국생태환경사학회를 창립하여 지금까지 꾸준히 연구해 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교수는 ‘생태환경과 질병으로 본 당 의학서’를 주제로 기조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질병은 생태환경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것 중의 하나로, 동아시아 질병사를 생태 환경적 시각에서 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런 맥락에서 ‘의학서’는 이런 현상을 담지하고 있기 때문에 생태환경적 시작을 전제로 의서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며 “역사 데이터를 살펴보면 대체로 한냉건조한 기후에 흉년이 들고 기근이 생기며 병원체의 변이 및 새로운 병원체의 유입으로 역병이 대폭발하는 사회구조를 형성했다. 역사상의 많은 의서들이 이러한 생태환경적 변이 시기에 편찬됐다. 일례로 손사막의 <비급천급요방>은 서두에 ‘태의정성’과 같은 의사의 윤리에 대한 부분과 더불어 부인과를 두었는데 이것도 생태환경적 시각에서 분석해 불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어 “당시 기후고전의 변화로 전염병이 유행하면서 인구감소가 확연해졌고, 그렇기에 인구증가가 중요한 과제였던 시대 상황과 관련 있는 것”이라며 “또한 역병의 유행으로 의료수요가 증가했지만 돌팔이 의료도 그에 따라 만연했기 때문에 의료인 그룹의 자정적 노력도 필요해 태의정성과 같은 부분이 강조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남일 경희한의대 교수는 ‘한의학으로 설명하는 동아시아의 생태환경’을 주제로 발표했다. 

김 교수는 “‘생태환경’의 사전적 정의는 ‘인간과 인간, 인간과 동물 및 식물, 식물과 동물, 인간과 광물이 서로 더불어 관계 맺고 살아가는 공간’으로, <동의보감>을 이러한 관점으로 살펴볼 수 있다”며 “‘氣爲諸病(기위제병)’에서는 기와 인간의 관계를 물고기와 물, 혹은 환경의 관계로 인식해 기가 중요한 매개가 된다고 봤다. 신형장부도도 인간과 생태환경의 관계 맺음, 관계 맺고 살아있는 상태로서의 몸에 대해 인식한 그림”이라며 “‘형기지시와 태잉지시’ 부분에서는 자연의 발생과 인간의 출생이 유비로 연결됨을 볼 수 있다. 또한 생태환경을 시간적으로 인식해 사기조신, 오운육기, 역학적 질병관으로 자연과 인간의 질서를 연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역적 의미에서도 생태환경이 인간의 기질, 질병의 발생, 치료의 측면에 있어서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인식했다. 약물 분류에 있어서도 ‘천일생수’부터 시작하는 등 자연생태계와의 상호관계에 대한 인식에서 출발해 분류했다”며 “장부의 도상에 있어서도 심장은 연꽃, 비장은 맷돌, 폐장의 구멍은 24절기, 신장은 양 신 가운데 점을 찍음으로써 태극이라는 논리도 부여하는 등 인간과 자연 및 생태환경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논의를 전개했다”고 밝혔다.  

차웅석 경희한의대 교수는 ‘그 많은 골증열은 어디로 갔을까?’를 주제로 “<제병원후론>에 골증열에 대해 이례적으로 상세한 설명이 나온다”며 “그러다가 <삼인방> 시기에 골증열이 하나의 작은 병으로 축소되기 시작했고, 시간이 지나서 ‘노채’라는 병명이 새로 나오기 시작했다. 나의 가설은, 수나라 시기 골증열이 전염병의 일환으로 유행했고, 그것이 토착화 된 이후에 이것이 ‘노채병’이라고 달리 불리게 된 것을 아닐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삼인론>에 보면 ‘뿌리는 대부분 심폐에 벌레가 먹은 흔적들이 있다’라고 하는데, 노채로 죽은 환자들의 장기가 벌레먹은 흔적이 있음을 보고 노채‘충’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세의득효방>에도 다양한 노채충에 대한 묘사가 있다. 여기서부터 골증병이 노채로 표함된다. 노채충과 이에 대한 변증 및 통치방이 등장한다”며 “<제병원후론>에는 ‘허로병’이 상대적으로 앞부분에 있는데, 이것은 당대 사회에 이슈가 되어서 앞에 온 것이라는 지적(이현숙)이 있었다. 한편, <동의보감>에는 노채 항목이 별도로 있지 않다. 하지만 노채에 대한 내용은 곳곳에 있고 ‘火門’ 안으로 들어가 있다. 16세기 이후 노채증이 안정화된 상태가 된 것이 아닌가 한다. 20세기 들어서 결핵균이 발견되는데, 이것과의 관련성도 추척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훈평 동신한의대 교수는 ‘새로 발굴된 전의감 관안 및 사례’을 주제로 허준박물간 소장 전의감 관안 및 사례에 대한 연구를 발표했다. 

그는 “이것은 절첩본으로 된 필사본으로, 전의감 소속 구성과 규정들, 전직 녹관 명부 등을 담고 있는 유일본이다. 19세기 전의감에 대해 풍부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제공한다. 이 문헌은 앞으로도 전의감 내지 다른 의료 관청과의 비교를 통하여 더 많은 연구 주제로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전의감 관원에게 의과의 합격은 승진에 매우 중요했다. 의과에 합격하면 70% 이상이 4품 이상이 되며, 약 40%는 최고위직인 정으로 승진했다. ▲의관 족보류에 나오는 ‘元’은 원등제청을, ‘新’은 신등제청 소속을 말한다. 등제청과 신 등제청의 존재는 이 문헌을 통하여 처음 알려졌다. ▲등제의 신설은 전의감 관원의 지위를 더 공고하게 했을 것이다. ▲19세기 전의감 의서습독관이 약화된 상황이 확인된다. ▲전의감의 업무는 일반적인 업무와 여섯 큰 업무(육대임)로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신은정 충남대 교수는 ‘조선후기 의학생도의 진로-‘전함생도안수록’ 인원을 중심으로를 주제로 “전의감 전함생도안을 통해 조선시대 후기의 잡학관련 분야 생도들의 역동적인 모습을 추측할 수 있다”며 “▲전의감 전함생도안 출신인물의 진로는 의과(내의원, 전의감, 혜민서), 역과(사역원), 음양과(관상감) 등 잡학관련 분야로 다양하다. ▲전의감 생도안 등재를 통해 의과 과거를 준비하거나 전의감 내 녹시를 준비한 것으로 추측된다. ▲동시에 2, 3개의생도안에 속해 있으면서 자신의 적성을 찾는 생도들이 많았다. ▲ 전의감 전함생도안의 연구를 통해 전의감 등의 잡학이 실제 강학이 이루어지는 장소로서의 기능보다 학적을 관리하고, 시험을 주재하는 성격의 행정적인 기능의 장소로 성격이 변해가고 있음을 추측하게 한다”고 발표했다.  

이선동 행파한의원 원장은 ‘근거기반의료의 가치와 중요성: 일부 피부병치료를 중심으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 원장은 “상지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30여년 지내다가 학교를 나온지 4년째다. 한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 보건대학원 다닐 시절에 혜화동 쪽에 있는 한의원에서 일을 했는데 그때 건선, 백반증 환자들을 많이 만났지만 잘 안 나았다”며 “그것이 마음에 숙제가 되어서 피부병 환자들을 보아야겠다고 결심하고 학교를 나와 개원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통 예방의학자의 정체성은 여전해서 EBM 중심으로 진료를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의계의 현실을 비판적으로 암담하게 본다. 현재 한의사 임상은 개인 중심, 주관적, 관습적, 편의성 및 직관성, 명의 중심이다. 단일 원인기반이고, 케이스 수준 연구, 낮은 전문성, 신비주의, 저대적 사고를 갖고 있다. 또한 증(증후) 중심 의료를 하고 있는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증과 질병과의 상관성을 연구해야 한다”며 “피부 환자를 보면서 기존과는 다른 원인을 발견했다. 일반적으로는 피부에 붉은반점이라고하면 방풍통성산을 통치방으로 사용하는 경향들이 많은데 그것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역학, 통계학, 논문서치들을 통해 건선의 발병원인이 기존에 혈열, 풍열, 혈어, 음허가 아니라 풍한, 양허에서 혈어로 변해 건선이 생기는 경우가 많고 그것에 기반해서 치료해서 효과가 더높았다”고 밝혔다.  

한편 학술대회 이후 총회에서는 세명대학교 김현구 교수를 학술이사로 위촉했고 한국의사학회 윤리교육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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