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84> - 『茂山五運六氣』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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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84> - 『茂山五運六氣』①
  • 승인 2023.12.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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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자연환경과 생태에 대한 재인식

  겨울로 들어서는 초입부터 비소식이 잦더니 때 이른 추위와 봄처럼 따뜻한 날씨가 번갈아 오락가락이다. 이 바람에 기온격차에 적응하기 어려운 나머지 호흡기 감염병이 급증하고 있다. 이런 이상기후에 대해 모두들 지구온난화를 그 근본 문제점으로 들고 있다. 이상기후와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모두들 공감하였기에 금년 후반기 의사학학술대회에서는 생태환경을 주제로 삼았다.

 ◇ 『무산오운육기』
 ◇ 『무산오운육기』

  이에 옛 사람들의 자연과 환경에 대한 인식이나 이에 대한 대응방식을 알아보고자 운기론에 대한 책자를 살펴보기로 한다. 오운육기라 하면 내경시대 이후 금원의학에 이르러 깊이 연구되었지만 동국운기학은 윤동리의 『초창결』에 이르러서 화려하게 만개했다고 볼 수 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조선후기 북한지역에서 성행한 이른바 ‘무산오운육기’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보려고 한다.

  아마 오운육기에 깊은 식견을 갖춘 분이라 할지라도 접하기 어려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자세한 내용은 연변조의 손영석이 구술한 『일화 조선의약전파사』에 한 대목으로 등장한다. 학술적으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향후 검증이 수반되어야하겠지만 우리가 미처 몰랐던 흥미로운 내용을 담고 있어 매우 놀랍기만 하다.

  尹東里(1705∼1784)는 젊어서 백두산 정기를 받기 위해 함북 무산군 연사읍을 방문했다. 그는 원래 충청도 연산의 양반가문(부친 尹頤敎) 출신인데, 누대로 의약경험이 풍부했던 집안에서 자라났다. 무산땅에 와서 南敎監이란 인물을 만나『草窓遺訣』을 전수받았고, 동북지역 西頭水란 곳에서 도학을 수련했다고 전해진다.

  윤동리는 남교감으로부터 오운육기를 익히고 훗날 무산에서 많은 제자를 양성하기도 했다. 조선시대 무산 지역의 의사들이 오운육기를 잘 이용하였는데, 이런 연유로 동북지역에서는 조선의 운기치료법을 일명 ‘茂山五運六氣’라고 지칭해 왔다고 한다. 여기에는 아주 그럴싸한 한편의 의약사화가 곁들여져 전해지고 있다.

  어느 해인가 왕후가 큰 병을 앓아 한양으로 불려 올라갔는데, 붕루가 그치지 않아 속수무책인 상황이었다. 진맥을 한 후 3일 동안 하는 일없이 궁리만 하니 주변에서 모두 수군대기 시작했다. 아랑곳하지 않다가 나인들에게 생강을 준비시켜 한번에 3냥씩 하루에 3번 생즙을 내어 들이게 하니 3일 만에 그치고 완쾌하였다.

  모두 놀라 그 연유를 물으니 왕비가 충청도 태생인데 꿩고기를 좋아해 자주 먹었다. 충청도에는 밭에 생반하가 흔하게 자라기 때문에 꿩이 즐겨 캐어 먹으니, 그 고기를 상복한 왕비의 몸 안에 반하독이 누적되어 발병하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 반하중독을 풀기 위해 생강즙으로 해독시키자 병증이 저절로 사라진 것이다.

  윤동리는 20대 초반에 벌써 오운육기에 관한 운기론을 집필하였으며, 10여년 뒤 다시 「用藥勸」편을 추가해서,『초창결』로 완성하였다. 여기에는 또 이보다 훨씬 앞선 전승내력이 존재한다. 무산은 원래 백두산에서 발원한 두만강과 함경도의 서두수, 그리고 중국 쪽에서 흘러온 홍기하, 이 3갈래 강줄기가 모이는 곳으로 예부터 피난지로 널리 알려져 수도하는 도꾼들이 몰려들었다.

  함경도 경원출신으로『鶴陰秘訣』이란 술수비기를 남긴 학음선생(逸名)이 무산 땅 三河江口에 와서 이곳은 난세의 피난지이자 우리나라 도학의 발원지라 하면서 도학자가 날 것이라고 말하였다. 또 전5백년은 이씨요, 후5백년도 이씨가 다스릴 것이라고 예언하였다. 실제 이곳은 독립군 항일투쟁에서 피해를 입거나 土匪들에게 노략질 당하지 않았으며, 한국전쟁 때도 총소리 한번 들리지 않은 채 지냈다하니 앞날을 내다보는 식견이 대단했던 셈이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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