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12월 12일 그 날의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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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12월 12일 그 날의 결말
  • 승인 2023.12.0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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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서울의 봄
감독 : 김성수출연 : 황정민, 정우성, 박해준, 김성균, 이성민
감독 : 김성수
출연 : 황정민, 정우성, 박해준, 김성균, 이성민

역사는 실제했던 사건이지만 그것을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 있다. 그로인해 몇 년 전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할 때도 집필진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에 호불호가 나누어지며 한바탕 소동이 난 적도 있었다. 또한 그동안 폭군으로만 알려져 있던 광해군이 영화를 통해 재해석 되기도 하고, 개연성을 기반으로 한 허구의 사건들이 가미가 되면서 팩트를 기반으로 한 역사의 의미가 변화되는 모습을 늘 봐오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서울의 봄> 역시 그동안 자세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12.12 군사반란을 영화적으로 재해석하며 침체기에 빠져있던 한국영화계의 구원투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뒤흔든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인 12월 12일, 보안사령관 전두광(황정민)은 반란을 일으키고자 합동참모총장인 정상호(이성민)를 납치하게 된다. 이후 군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총동원하여 최전선의 전방부대까지 서울로 불러들이게 되고, 이에 맞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정우성)을 비롯한 진압군 사이에 일촉즉발의 사건들이 지속된다.

실화를 다루고 있는 영화들은 이미 결말이 결정되어 있다는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봄>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몰입감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팽팽한 긴장감으로 표현하며 영화적으로 큰 재미를 주고 있다. 특히 그 시대 실제 장면과 요즘 배우들의 모습이 이질감 있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전반적으로 고증에 신경 썼으며, 연기 잘하는 주조연급 배우들이 총출동하고 있어 연기 보는 재미도 엄청 큰 편이다. 특히 감독의 전작인 <아수라>에도 출연했던 황정민과 정우성이 서로 대립되는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이중 황정민은 전두환 전 대통령을 묘사한 전두광으로 출연하기 위해 대머리 분장까지 하며 긴급한 상황 속 심리 표현을 비롯해 카리스마 있는 다양한 연기를 선보이며 또 한 번 ‘황정민이 황정민했다’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할 정도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그 중에서도 결말 부분에 그가 화장실에 들어가 웃는 장면은 영화 <조커> 속 조커가 연상될 정도 명장면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외에도 깜짝 출연한 정해인이 연기한 실제 인물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비롯한 여러 배우들이 실제 인물과의 높은 싱크로율을 보이는 호연 속에 긴박했던 그 날의 이야기를 제대로 전하고 있다. 물론 군대 문화를 잘 모르는 사람의 경우 영화 속 대사들이 약간 헛갈릴 수도 있겠지만 크게 개의치 않고 봐도 무방하다.

항상 성공한 역사만을 표현할 필요는 없다. 물론 이미 사건의 주동자들이 거의 세상을 떠났기에 가능했지만 <서울의 봄>과 같이 씁쓸한 뒷맛을 전하는 역사도 이렇게 영화로 만들어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는 이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것을 각인시켜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답게 봤으면 좋겠다. 벌써 정치권에서 이 영화를 놓고 이러쿵저러쿵하는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로 인해 모처럼 만의 한국 영화 흥행이 끊어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요즘 같이 매우 민감한 시기에 개봉하는 영화인만큼 누군가에게 좌우되지 말고 영화에 대한 판단은 관객 스스로가 내리길 바란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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