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80> - 『農家雜說』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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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80> - 『農家雜說』①
  • 승인 2023.11.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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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바람 부는 날, 한 해를 예측하다

  겨울이 시작되는 초입, 立冬이 코앞에 다가서도록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환경재앙이라도 닥칠까봐 내심 걱정이다. 이제 밭작물을 말리고 가을걷이도 서둘러야 할 때인지라 때늦은 가을비에다가 태풍 같이 거센 강풍이 마뜩치 않다. 때마침 근간에 입수한 책 가운데 『농가잡설』이란 제목이 달려있는 특색 있는 자료가 보이기에 이 자리를 빌려 민간의약의 관심영역을 살펴보고자 한다.

◇ 『농가잡설』
◇ 『농가잡설』

  조선시대 민간에서 작성한 필사본으로 농사의 풍흉과 기후 예지법으로부터 구황방, 그리고 장부총론을 비롯한 장부생리와 질병증상, 필수 처방 및 여기에 덧붙여 12경락유주법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내용이 골고루 안배된 자가편집 의서라 할 수 있다. 대개 조선 후기 『동의보감』, 『제중신편』등 관찬의서로부터 유래한 의약지식이 가정생활에 반드시 필요한 생활건강 상식으로 민간에 전파됨에 따라 다양한 민간의약서가 산출되는 현상을 자아내었다.

  겉표지에 ‘農家說’이란 서제와 함께 장부총론, 유주경이란 부제가 함께 적혀있다. 또 辛巳年抄란 명문이 있어 대략 작성 시기를 1800년대 후반으로 짐작할 수 있다. 이제면에는 제목을 ‘農家雜說’이라 했고 ‘辛卯十月念五日書耳’라 적은 필서기와 함께 九旺精舍라는 書塾名이 드러나 있어 작성한 주체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서발이나 목차 없이 곧장 본문이 시작되는데, 첫 장에는 陶朱公奇書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일월성신, 風雨雲晴, 霞虹雷霜雪電, 氣候, 朔日 등으로 구분해 논설을 펼친 내용이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인지, 필자는 보고들은 것이 과문한 탓에 가늠해 보기 어렵다.

  천문현상 이외에도 60갑자와 山地, 草花, 走獸, 飛禽, 魚龍, 祥瑞 등의 기준에 따라 일기변화와 길흉을 예측하였다. 아마도 風雨賦처럼 민간신앙에서 유래된 천문관측에 관한 기술로 보인다. 대개 오랜 경험에서 우러난 예지법이거나 관념적인 분류법에 따라 기술한 것이 뒤섞여 있어 적부를 논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예컨대, 論雨에서 속담에 “천하가 태평하면, 밤에 비오고 낮에는 맑게 갠다.”고 했으니 농사에 방해될 것이 없다는 뜻이라고 풀었다. 또 論霞에서는 아침에 구름 끼고 해질녘에 노을이 지면, 차 달일 물이 없다고 했으니 가뭄이 온다는 말이며, 아침에 노을이 지면 시장에 나가지 말고 해질녘에 노을이 지면 천리길을 달려가라 했으니 이는 모두 비온 뒤에 잠깐 맑아지는 징조라는 말이다.

  이어 紀歷最要에는 1년 12달을 통틀어 매 월별로 기상을 관측하여 날씨와 풍흉을 예지하고 때맞추어 챙겨야할 농사일이 기재되어 있다. 예를 들어 10월조를 더듬어보니, 14일에 구기자차를 달이고 18일에 닭이 울자마자 목욕하면 장수할 수 있다고 하였다. 또 11월 11일에는 흰머리 가락을 뽑아내면 다시 나지 않는다 하였으니 과자만 주고받지 말고 머릿속도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질병과 관련된 갖가지 세시풍속도 찾아볼 수 있다. 그 한 예로 동짓달 보름날밤에는 날이 밝아오기 전에 목욕을 하도록 하면 그 사람에게 근심이나 허물이 생기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 이 달에는 章陸(자리공)의 뿌리를 캐먹으라고 하였으니, 오랫동안 울체된 사기와 노폐물을 땀을 내어 밖으로 몰아내고 대소변을 소통시켜주는 약효로 宿積과 부종을 제거하려는 의미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한편 옛날 共工씨의 어린 자식이 동짓날에 죽어 疫鬼가 되었기에 애가 싫어하던 팥으로 죽을 쑤어 병귀의 사기을 눌러야 한다고 생각하여 동지팥죽을 먹는 풍습이 이어지게 되었다. 또 동지에 一陽이 처음 생기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거나 大醉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으니 세시풍속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알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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