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부학 수업을 통해 알아본 한의대의 양방 교육 현장
상태바
해부학 수업을 통해 알아본 한의대의 양방 교육 현장
  • 승인 2023.11.03 11:5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윤정 학생기자

황윤정 학생기자

yung0506@naver.com


이론 및 실습 1년 과정 수행…양방 교수 도입 필요성 등 지적

[민족의학신문=황윤정 학생기자] 한의계는 이전부터 필수의료 현장에 한의사의 제한된 영역에 문제를 제기하며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2019년 ‘한의학 교육 현황과 비전 토론회’에서 한의대 교육과정에 의대 교육 내용을 포함하는 것을 제시하였다. 이는 필수의료 현장에서의 한·양방 간 의료 일원화를 위해 교육 일원화를 선제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현재 한의대의 양방 교육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을까?

현재 12개의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은 모두 양방 과목을 예과와 본과에 걸쳐 포함하고 있다. 양방 과목은 대부분 본과 2학년 이내에 개설되어 있으며 대부분 학교에서 유사한 과목이 개설되었지만, 일부 특징적인 과목이 개설된 학교도 있었다. ▲해부학 ▲면역학 ▲양방생리학 ▲양방병리학 ▲생화학 ▲약리학 ▲조직학 등은 대다수의 학교에서 개설된 과목이었다. 그 외 ▲신경해부학 ▲미생물학 ▲유전학 ▲발생학 등은 일부 학교에서만 개설되었다. 생리학과 병리학은 대부분 학교에서 양방과 한방 두 분야를 모두 개설해서 해당 이론적 지식에 대한 한·양방의 시야를 모두 갖추게끔 하였다. 또한 해부학, 병리학, 약리학 등의 과목에서는 이론뿐만 아니라 실습수업도 개설하여 임상에서 이론적 지식이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학습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의대에서 양방 과목이 대두되고 있다고 해서 양방 과목에서 배우는 모든 지식을 양방학적 관점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한의대 교육은 양방 과목에서 한방과의 연계성과 응용성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가 해부학 교육이다. 해부학은 대개 예과 2학년에서 본과 1학년에 개설된 과목으로 보통 1년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본지는 여러 한의대중에서도 상지대학교 해부학 교육과정을 살펴봤다. 1학기에는 해부학 총론과 해부학 각론 중 상지와 하지의 해부학적 구조물 등에 대해서 배우고, 2학기에는 폐, 간, 심장과 같은 내장 기관과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구조물에 대해서 심층적으로 배운다.

이론 시간에는 이러한 해부학적 용어와 위치 관계, 구조물 등을 먼저 학습하고 난 후, 배운 범위에 해당하는 임상학적인 케이스를 한·양방적 시각에서 모두 탐구해보는 시간을 가진다. 예를 들어 폐를 배우는 단원이면 폐와 관련된 구조물인 가슴막, 기관기관지나무와 폐를 구성하고 있는 혈관과 신경을 먼저 공부한 후, ‘공기가슴증(기흉)’이라는 병의 기전을 양방학적 원리와 치료에 대해서 살펴보고 침 치료 시 기흉을 어떻게 예방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이다.

이론에서 배운 내용은 해부학 실습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아나토메지라는 3D 가상해부 테이블을 활용하여 해부용 시체인 카데바(Cadaver)를 활용하지 않고도 가상 환경에서 쉽고 편리하게 해부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학기마다 진행되는 약 2~3회의 카데바 실습을 통해 구조물을 직접 확인하며 이론에서 배운 내용을 다시 학습하고, 이론에서 볼 수 없었던 해부학적 예외 또한 관찰할 수 있게 한다.

수업을 들어 본 상지대학교 본과 1학년 학생은 양방 과목을 통해 한의학적 지식 또한 접할 수 있게 되어 현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이야기하였다. 그는 “해부학 시간에 배웠던 인체의 근육을 통해 경혈학 시간에 나온 혈자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 더 쉽게 느껴졌다. 해부학을 배우지 않았다면 인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을 것 같은데, 해부학에서 인체의 구조를 배우니 인체에 적용되는 한의학적 원리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방 과목을 과하게 강조하여 학생들의 한방 과목 공부를 저지하게 되지 않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 다른 본과 1학년 학생은 “교육과정이 개편되면서 양방 과목이 많이 유입돼 기존에는 없던 분야를 새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에 양방 과목을 공부하는 데 조금 더 심혈을 기울이는 것 같다”고 말하며 갑작스러운 양방 과목 유입으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전했다.

한편, 한의대에서 양방 과목이 늘어남에 따라 의대 교수 초빙의 필요성이 대두됐지만 아직은 이에 대한 어려움이 있어 시범 사업 등을 통해 한·양방이 통합해서 교육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