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133) 노홍철처럼 생각하기
상태바
[김영호 칼럼](133) 노홍철처럼 생각하기
  • 승인 2023.11.03 06: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영호

김영호

mjmedi@mjmedi.com


김영호
한의사

나이가 들면 경험이 쌓인다. 그렇게 쌓인 경험은 긍정보다는 부정, 도전보다는 조심을 선택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순간에 ‘잘 될 거야’라는 생각보다 ‘잘 안되면 어쩌지?’하는 걱정이 번개처럼 마음을 선점한다. 그래서 옛날 어른들은 환갑이 지난 자식들에게도 ‘차 조심’하라는 말씀을 그렇게 많이 하셨나보다. 나이가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큰 자리를 차지하는 조심성과 부정성은 참 극복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가 들어서도 긍정적인 마음을 지켜낸다는 것은 노화를 거스르는 것만큼 대단한 일이다.

<긍정>은 일종의 생각하는 습관이다. 어떤 일이 찾아와도 결국엔 자신의 인생에 득(得)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믿음이다. 마냥 좋은 일만 생길 거라는 주술적 믿음과는 다르다. 이런 긍정적 믿음은 어떻게 생길까.

‘일이 안 풀리고 힘들 때 있지? 그때가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인거야. 결국 더 잘 될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계속 걸어가.’ ‘나는 얼마나 더 잘 될까? 너무 운이 좋아서 가끔씩 겁난다니까’ 이런 말을 쉴 새 없이 내뱉는 사람이 있다. 나와 동갑인 이 유명인은 나 같은 일반인이 노력으로 도달하기 어려운 차원의 사고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보여주기 식의 긍정이 아니라 인생이 긍정 그 자체인 그는 바로 노홍철이다.

 

많은 매체 속에서 그는 자신에게 일어났던 과거의 모든 일이 현재의 노홍철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강력하게 믿고 있었다. 힘들고 곤란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도 그 순간을 ‘더 나은 결과로 이어지는 과정’으로 받아들였다. ‘왜 나한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지? 앞으로 이런 일이 또 생기면 어쩌지? 나는 왜 이렇게 운이 없지?’와 같은 생각의 길이 펼쳐지기 전에 ‘이런 일이 생기는 걸 보니 앞으로 엄청 좋아 지려나 본데.’ 와 같이 긍정적 생각의 길로 걸어 들어갔다. 이런 습관이나 믿음은 힘든 경험을 더 나은 미래로 향하는 일종의 <고시:考試> 같은 과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게 해준다.

우리의 소소한 걱정은 대부분은 걱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매번 걱정하고, 생각 속 불행을 마치 일어날 것처럼 믿으며 불안을 증폭시킨다. 긍정과 부정의 생각습관은 바로 이 지점에서 명확히 갈라진다.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상적 불행이이지만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기억하며, 떠올리느냐에 따라 확연히 다른 생각의 길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생각의 길이 생기면 다음부터 생각은 그 길을 따라 흐른다. 그렇게 만들어진 길은 자주 왕래할수록 넓고 깊어진다. 처음엔 1차선 비포장도로 같던 길이 점점 2차선 4차선 8차선의 고속도로로 확장된다. 이렇게 되면 생각은 그 외의 길로 흐르기 어려워진다. 점점 성격으로 굳어지고 타인의 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게 변해간다.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순간이 있다. 잘 될 것 같은 기미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그 순간마다 희망의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노홍철씨는 그런 순간마다 자연스러운 부정의 감정을 버리고 긍정을 택했다. 누가 봐도 나쁜 일을 경험하고 있을 때도 그 순간에 매몰되지 않고 ‘괜찮다. 오르막길을 오르고 있는 중이다.’며 묵묵히 견뎌냈다. 부정적 경험의 그 순간에 멈춰 서서 결론내지 않고 더 먼 미래로 시선을 옮겨갔다. 그는 항상 이랬다고 한다. 뭔가 잘 안되면 그건 아직 끝이 오지 않아서 일뿐이라고, 조금 더, 조금 더 하다보면 <행복한 끝>과 만나게 될 거라고.

얼마 전 태국의 저가 항공을 예약한 적이 있었다. 녹(NOK)에어라는 비행사인데 저렴한 티켓을 예약하다 보니 수하물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것을 간과했다. 탑승 이틀 전, 뒤늦게 검색 해보니 비행기 티켓 보다 훨씬 더 비싼 수하물 요금폭탄을 맞았다는 글들이 많이 보였다. 그 순간 내 생각의 길 위엔 걱정과 불안이 신나게 왕래하기 시작했다. 이때 문득 노홍철이 떠올랐다. ‘만약 노홍철이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는 대신 잘 될 거라고 믿고, 생각을 멈추지 않았을까?‘ 그 순간 나는 넓고 편한 내 생각의 길 앞에 멈췄다. 평소처럼 걱정하며 검색을 반복하는 행동을 멈추고 내가 할 수 있는 일만 하기로 마음먹고 잠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공항에 들러 NOK에어 카운터에 갔고, 운 좋게 친절한 직원을 만났다. 그리고 검색을 통해 알던 가격보다 훨씬 저렴하게 수하물 표를 구입할 수 있었다. ‘항공권을 예매할 때 왜 미리 수하물 규정을 챙겨보지 않았을까, 과도하게 비싼 수하물 요금이 나오면 어쩌지?’ 걱정하는 대신 생각을 멈추고 평소와 다른 생각의 길을 걸어가 본 덕일까. 잘 될 거라고 믿고 힘껏 생각을 멈춘 그 순간, 나에게 돌아온 손해는 없었다. 걱정하며 낭비하는 내 에너지(心力)를 아낄 수 있었고 좋은 결과만 있었을 뿐이다.

앞으로도 짜증나고 고통스러운 순간 노홍철을 떠올려보려 한다. 걱정의 길은 조금 적게 걷고 노홍철 식 생각의 길은 조금 더 걸어보려 한다. 항상 좋은 결과만 있진 않겠지만, 걱정으로 소모되는 에너지는 분명 아낄 수 있을테니 어색하고 낯선 그의 길을 따라가 볼까 한다.

걱정 대신 긍정! 오케이?! 그래 가는 거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