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1078> - 『肘後百一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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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1078> - 『肘後百一方』②
  • 승인 2023.10.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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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answer@kiom.re.kr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一字一句 치밀하게 교감한 고전명저

 

 『주후방』은 우리 의학사에서도 삼국시대 이래 늘 인구에 회자되던 의서이건만 『주후방』에 대한 각종 의서해설이나 문헌사전을 모두 뒤져봐도 이 판본에 대한 설명이나 조그만 추정의 실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간기에 나타나있는 인명, 곧 간행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劉自化’란 인물을 추적해 보기로 하였다.

 ◇ 『중정주후백일방』

  그러나 『중의인명사전』을 들춰보니 같은 이름은 등장하지만 명대 사람으로 추정되며, 그 생애와 활동지역을 알 수 없다고 적혀 있을 뿐이다. 『四時頤養錄』(5권)이란 책을 지었지만 이미 실전되었다고 했으며, 명대 만력 연간에 나온『世善堂藏書目錄』에 가까스로 서명이 기재되어 이름만 남아 전해졌던 것으로 보인다.

  혹시나 하여 다른 참고서 『의가전록』을 살펴보니, 좀 더 상세한 史傳이 드러났다. 그는 “萬曆 2년(1574) 岳州知府란 관직을 지내면서, 갈홍이 지은 『주후비급방』을 校刊하였다.”고 적혀있다. 이로써 이 책의 말미에 적힌 문구와 정확하게 합치함을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은 劉自化가 岳州知府로 있던 1574년(조선 선조7)에 간행한 교감주석본을 대본 삼아 등사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판본은 중국이나 한국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며, 여러 판본을 모아 교감 주석한 현대 주석본에서도 참고본으로 조차 이용된 적이 없다. 따라서 이 판본의 실존 여부도 분명치 않아 보인다. 내친 길에 국내 『주후방』의 소장현황을 목록을 통해 살펴보니, 한독의약박물관 一山文庫에 『重訂肘後百一方』이란 동일한 서명이 보여, 이 책과 관련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여타 『주후방』의 판본들은 대부분 청대 말엽인 광서연간(1885)에 간행한 후대 목판본이거나 근대 시기에 이르러 상해에서 간행한 석인판, 그것도 아니면 고판본의 영인판인 것으로 나타나 이 책의 판본과는 별로 관련성이 없을 것으로 여겨질 뿐이다.

  따라서 임진왜란 이전에 간행한 『주후방』교감주석판을 대본으로 전사한 이 초사본 역시 상당히 중요한 문헌적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이를 토대로 다른 참고서를 참조해 보니 劍江 李栻刻本이란 판본이 같은 해(1574)에 간행된 것으로 기술되어 있다.

  아마도 이 두 가지 판본이 같은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 자료는 상반부인 권1~4까지가 결실된 채이니 당장 판본을 정확하게 査定하는 일은 용이하지 않을 듯하다. 하지만 이로써 조선시대 중엽 이후에도 『주후방』의 여러 판본이 유입되었던 사실이 확인되었으며, 혹시라도 앞으로 고려에서 새로 새겨 펴낸『(新彫)肘後方』이 우리 눈앞에 모습을 드러내길 간절히 기원해 본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점은 대상 자료의 상단 여백 곳곳에 매달려있는 교감주석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원문의 교감에 사용한 책들은 원작과 비교적 편찬시기가 가깝고 본문에 많은 분량이 인용되어 있는 책들이다. 게다가 역대 의학문헌 가운데 빠트릴 수 없을 정도로 인용 빈도가 높은 대표적인 명저들로 구성되어 있다.

  예컨대 『외대비요』를 비롯하여 『증류본초』, 『천금방』, 『천금익방』, 『금궤방』, 『본초강목』등의 주요문헌과 일자일구를 대조하여 세심하게 교감해 놓은 것들이다. 이중 명대에 처음 간행된『본초강목』이외에는 모두 본문에 직접 인용된 것들이다.

  교감주석은 주로 이 책의 원문이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후대 문헌의 내용과 뒤섞이고 전래과정에서 오탈자 등 누락되었거나 혹은 잘못된 오류가 많기에 문구를 일일이 대조해 정오를 바로잡는 내용들이다. 또는 때때로 원서의 마멸된 곳의 문구를 찾아내 복구하거나 교착된 곳을 바로잡는 校記들로 가득 차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동의보감사업단 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동의보감사업단에서는 동의보감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고 이를 홍보하기 위한 사업을 진행해왔다. 최근기고: 고의서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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