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전 세계 연구자의 열정, 약침학을 넘어 한의학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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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 세계 연구자의 열정, 약침학을 넘어 한의학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어”
  • 승인 2023.10.20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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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현

강성현

mjmedi@mjmedi.com


ISAMS 2023 참관기
강성현 /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4학년
강성현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4학년

시작하면서

더위가 꺾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10월에 아름다운 제주도에서 ISAMS 2023 (International Scientific Acupuncture and Medicine Symposium)이 개최되었다. 대한약침학회(Korean Pharmacopuncture Institute), 사단법인 약침학회(Medical Association of Pharmacopuncture Institute), 그리고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Institute of Korean Medicine Education and Evaluation)이 공동 주최한 이번 학술대회는 태국, 일본, 중국, 한국 등에서 임상의, 연구자 및 정부 관계자들이 모여 약침 뿐만 아니라 한의학 교육, 임상연구, 법률 제도, 대마, 인공지능(디지털 치료기기, Chat GPT 등)과 같은 미래 분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다.

ISAMS 2023은 제주도 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제주도 라마다 플라자 호텔에서 2023년 10월 6일부터 8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전야제, 연사 강연, 포스터 발표 및 Young Scientists들의 발표가 있었다.

 

전야제

6일 저녁에는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맥파이 브루어리(Magpie Breweries)에서 전야제가 진행되었다. 초청된 기타리스트의 흥겨운 기타 소리와 함께 제주의 향을 듬뿍 담은 다양한 수제 맥주와 음식들을 즐기며 다양한 연구자들과 교류할 수 있었다.

 

주요 참여 내용

1. 한국한의학연구원(Korea Institute of Oriental Medicine) 강연

7일 오후 Room 2에서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대주제는 ‘침 치료 연구의 방법론적 개선’으로 그 중 ‘통증 조절에 있어 치료점 선택과 Sham 침 이용에 따른 효과 비교’에 대한 한국한의학연구원 이보람 박사님의 발표를 들을 수 있었다. 발표를 통해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들을 수 있었는데, 네트워크 메타분석 결과, 만성 요통(chronic low back pain)에 대해 실제 경혈을 자극한 Sham 침과 실제 침 사이에 유의한 효과의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편, 비경혈을 사용하였을 때와 실제 경혈을 사용할 때를 비교하면 같은 Sham 침이라도 경혈을 사용한 경우가 치료 효과가 높게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침 치료의 효능을 평가할 때 자극 위치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그동안의 침 치료 연구에서 Sham 침을 어떻게 적용했는가에 따라, 침 치료의 효과가 실제보다 낮게 측정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었다. 침 치료 연구의 방법론적 개선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던 주제인데 실제로 많은 연구자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고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 Keynote Speech #3. Harumi Hotta, 골격근 항상성과 관련된 체성-자율 반사

Harumi Hotta 박사님은 홋카이도 대학을 1984년에 졸업하고 Tokyo Metropolitan Institute for Geriatrics and Gerontology에서 약 30년의 연구 경험을 쌓고 현재 자율신경과학 부서의 팀장을 맡고 있다.

Basic Research Laboratory, 기초생의학 연구라는 대주제 하에서 진행된 이번 발표는 7일 오후 Room 1에서 진행되었다. 마우스에서 Lumbar Sympathetic Trunk(LST, efferent), Spinal Cord, Dorsal root(afferent)를 각각 절제하여 그에 따른 골격근 수축력의 변화를 관찰하는 연구를 주제로 하였다. LST를 절제한 마우스에서 수축력은 약 10% 감소하였으며 이는 자율신경에 속하는 교감신경과 체성신경에 속하는 근육신경 사이에 feedback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발표에서 주목할 점은 연령에 따른 변화를 보고하였다는 부분인데 발표에 따르면 LST를 제거할 경우 어린 마우스에서 수축력이 더 많이 감소하였고 수축력은 감소하였지만 교감신경 신호는 증가하였다는 내용이 발표되었다. 이는 LST가 수축력에 미치는 영향은 연령에 따라 감소하며 앞서 제시한 근육신경과 교감신경 사이에 feedback 시스템이 존재한다는 가설을 다시 증명하는 결과가 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만성통증 환자군에 침 치료를 시행한 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보고하였다. 발표에 따르면 침 치료를 시행한 이후 환자가 주관적으로 보고한 통증 VAS score는 7에서 2로 현저히 감소하였고 경부 및 견관절의 가동범위 또한 크게 증가하였다고 보고하였다.

한의학은 노년기 치료에 큰 장점을 지니고 있다. 서양의학과 비교해 한의학의 치료는 침습 정도와 부작용이 적어 노년기에 적용하기에 훨씬 유리하다. 침 치료가 신경을 자극하여 치료 효과를 유발한다는 결과는 이미 많은 연구에서 발표된 바 있으며 이번 ISAMS 2023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를 통해 노년기의 근육량 감소 및 만성 통증 관리에 침 치료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성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되었다.

 

3. 포스터 발표

8일 아침부터는 학회장 중앙에서 포스터 발표가 진행되었다. 학회 측에 따르면 50건 이상의 포스터가 발표되었고 그에 따라 발표와 평가의 열기가 매우 뜨거웠다. 많은 연구자들이 자신의 연구를 소개하고 있었고 심사위원의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기억에 남았던 발표는 대구한의대학교 박서경/장세린 학생의 연구였는데, 주제는 ‘불안 증세를 동반한 우울증에 대한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효과’였다. 결과에 따르면, 동아시아 전통의학 치료군에서 Hamilton Anxiety Rating Scale을 통해 측정한 우울증 환자의 불안 증상이 대조군과 비교해 유의하게 낮고, 부작용은 적게 보고되었다. 본인의 연구를 자신 있게 발표하고 질의응답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4. 포터블 초음파를 이용한 가이드 약침 시술

한편 8일 오전 Room 3에서는 초음파 장비를 이용한 약침 시술에 대한 세션이 진행되었다. 최근 대법원에서 한의사의 초음파 장비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의 판결이 있었던 이후, 임상에서 초음파 장비를 진단 및 치료에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번 ISAMS 2023에서는 단순히 초음파 해석 강연이 아니라, 실제로 포터블 초음파 장비를 이용하여 가이드로 약침 시술을 시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원광대학교 추홍민 교수님은 직접 ACUVIZ 포터블 초음파 장비를 이용하여 척추 모형에 침도 시술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초음파를 활용하면 facet joint와 같이 깊은 곳에 존재하는 구조물을 정확하게 자극할 수 있다고 강조하였다.

초음파에 이어 엑스레이 기기를 활용한 골밀도 진단이 합법이라는 1심 판결이 발표된 바 있다.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한의사의 영상의료기기 사용은 점차 증가할 것이고 그것은 국민 건강에 이바지하는 올바른 방향인 것이다. 현대 의료기기의 사용과 함께 한의학의 치료 효과는 더욱 증대되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5. Young Scientist 발표

8일 오후부터는 Room 3에서 17명의 Young Scientist들의 발표가 진행되었다. 한의과대학 학부생, 대학원 재학생, 외국 연구자 등이 본인의 연구 결과를 영어로 구연 발표하는 시간이었다. 시간 제한은 5분으로 한 발표당 짧은 시간이 주어졌으며, 침 치료의 가이드라인, XR(증강현실)을 활용한 레이저 침, 천연물을 활용한 자살 시도 분석, 한의과대학 학생의 만족도 조사 연구 등 열정 있는 젊은 연구자들의 다양한 연구가 발표되었다. 연구의 규모는 작았지만 흥미로운 주제와 참신한 접근법으로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을 통해 발표자와 청중 모두 새로운 연구에 대한 인사이트가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 또한 시행해왔던 연구 (<Suicidal use of East Asian traditional herbal medicine: a systematic review of observational studies>)를 발표하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는데 발표를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 연구 과정을 되짚어보고 미흡했던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고 다른 연구자들과 의견을 공유하면서 더 나은 연구를 설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정리

이번 ISAMS 2023 학술대회를 요약하자면, “교류와 열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약침, 초음파 장비, 대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네트워크 약리학, 유전자 분석, 문헌 고찰 등 다양한 연구 방법론의 적용 그리고 한의사, 의사, 컴퓨터 공학자, 유전자 공학자 등 다양한 전공자가 함께 모여 이루어진 이번 학술대회는 한의학과 학술대회의 미래를 보여주고 있었다. 열정 있는 연구자들과 교류하고 생각을 나누면서 한의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었다. 학술대회는 강연에 참여하여 지식을 축적하는 것도 의미 있지만, 다른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것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번 ISAMS 2023에는 한국, 중국, 일본의 연구자뿐 아니라 서구권 연구자 및 태국의 복지부 인력이 파견되었는데 한의학을 필두로 한 동양의학이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에서 조명을 받고 있으며 그 활용 가능성이 무궁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 또한 이번 경험을 통해 연구를 통한 한의학의 근거 확립에 대한 의지와 다양한 분야의 인력과 함께 통합의학의 미래를 그려볼 수 있었다. 학부생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연구 기회를 주신 동의대학교 권찬영, 서종철, 김선경 교수님께 그리고 함께 뜻을 펼친 연구원 동료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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