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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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
  • 승인 2005.01.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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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세 한국 의학사 되짚는 책

조선시대를 비롯한 근세 한국 의학사를 되짚어보는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이 책을 쓴 저자는 카이스트에 재직하고 계시는 신동원 박사이다. 신동원 박사는 ‘조선사람의 생로병사’ ‘조선사람 허준’ ‘한 권으로 읽는 동의보감’ ‘한국馬의학사’와 같은 책으로 널리 알려진 뛰어난 분이다.

조선시대 사람들의 생활사, 질병, 출산, 제도에 대해서 세세한 필체로 묘사한 ‘조선사람의 생로병사’를 한번 읽어보신 독자라면, 신동원 박사의 아기자기한 글 솜씨를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저자의 해박하고 탁월한 지식을 남김없이 쏟아낸 ‘호열자, 조선을 습격하다’는 1820년대에 조선을 강타한 괴질의 모습을 생생하게 뒤쫓으며, 당시의 혼란 속으로 독자들을 끌고 들어간다. 사람들은 공황(panic) 상태에 빠져들고, 국가는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이 질환을 잡지 못한다. 마치 영화 ‘아웃브레이크’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호열자, 즉 콜레라의 창궐은 인간·문화·사회에 깊은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근세 조선의 여러 모습을 바꾸어 놓는다. 마치 페스트가 근엄하던 중세 종교사회를 무너뜨리고, 神 중심의 세계관을 인간 중심의 세계로 바꾸어놓은 르네상스 시대를 불러일으켰듯이…

신동원 박사가 저술한 책의 특징은 철저한 고증이다. 수많은 문헌과 자료를 인용하면서 매 자료마다 인용근거를 빠짐없이 기록하여, 독자들의 궁금증에 대해 완벽한 애프터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책에서도 상세한 문헌근거를 제시하고 있으며, 페이지를 메우는 수많은 사진들은 책의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책 속의 ‘의녀이야기’편에서 나오는 대장금과 의녀들에 대한 내용은 TV에서만 알았던 내의원의 의녀들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정말 여자 환자는 실로 진맥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도 답을 해주고 있다.

저 먼 삼국시대에서, 근세 조선을 거쳐 일제강점기, 그리고 근대사에 이르기까지, 이 땅을 거쳐간 수많은 민중들… 그들의 삶… 그리고 면면히 이어지는 오늘날의 의료현장까지 저자의 붓끝은 종횡무진 달려간다.

이 책은 전염병의 역사뿐만 아니라 조선사람이 본 세균, 전녀위남법의 역사, 내의원, 의녀 이야기, 우두법의 역사에 대해서 깊이 파헤친다. 우두법을 보급하였던 한의사 지석영의 활동과 동시대에 있어왔던 다른 의료 선각자들의 모습을 살펴보며 서양의학과 한의학이 어떻게 어울리며 공존했는지를 보여준다. 한의사들도 무릎을 치게 만드는 저자의 해박함에 또다시 놀랄 따름이다. 이 책을 통해서 변강쇠전, 심청전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이르는 역사의 재미 속에 푹 빠져보시길 바란다. <값 1만7천8백원>

장 인 수 (우석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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