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부속한방병원
일반수련의
두통은 임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문제로, 한의의료기관을 찾는 많은 환자분들이 약물치료의 한계 또는 약물이 두통의 원인이 된 약물과용두통으로 내원하게 된다. 그만큼 임상에서 두통에 대한 한의치료는 비약물요법이 중요하며, 주요 두통 유형인 긴장형 두통과 편두통에 대하여 침치료는 이미 높은 수준의 근거로 그 치료적 이득과 안전성이 지지되고 있다. 하지만 통상적인 침치료 외에도, 한의 임상에서 활용되는 다양한 비약물요법이 있으며, 그 중 하나로 귀에 시행하는 방혈요법도 두통 강도의 경감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수련의 및 학생 연구원들이 ‘두통에 대한 이혈 방혈요법의 유효성’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하였고, 이번 칼럼은 이 논문의 주저자인 수련의 주도로, 독자들에게 본 연구의 배경과 방법, 결과와 의의를 설명하도록 하고자 한다.
- 동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권찬영
두통은 1년 유병률이 45~85%에 이르며, 일차의료기관 방문 빈도가 높아 한의의료기관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임상적 상태이다. 그 원인을 구분해보면, 두통의 원인이 되는 기질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 원발성 두통이 전체 두통의 약 90%를 차지하며, 이는 편두통, 긴장형 두통, 삼차자율신경 두통 (군발두통을 포함하는 개념) 및 기타 원발성 두통으로 구분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표적인 두통 질환인 편두통을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10대 질환 중 하나로 꼽았으며, 대한두통학회는 2018년 조사 결과 편두통으로 인한 사회활동의 제약이 10년간 2.5배 증가한 것으로 보고하였다. 두통을 비교적 경미한 질환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으나, 환자의 고통은 상당하며 실제 사회적 부담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두통에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에는 서양의학적 약물치료가 있다. 그러나 진통제 투여에 대한 근거가 미약할뿐더러, 진통제 약물을 지속적으로 복용할 시 자극 수용체의 민감도를 높여 통증의 역치를 낮추고 자연적인 진통 시스템의 상향조절로 인하여 만성매일두통으로 악화될 수 있다. 또, 약물 자체가 두통의 원인이 되는 약물과용두통도 문제가 된다.
한의학적으로 두통은 風寒, 風熱, 風濕, 肝陽上亢를 비롯한 각 병인에 따라 한약치료 및 침치료, 추나치료 등을 시행한다. 귀를 세로 방향으로 접었을 때 상단 끝부분인 이첨혈의 방혈로 대표되는 이혈 방혈요법 역시 임상에서 다용된다. 그러나 이혈 방혈요법에 대한 임상연구 및 문헌고찰은 현재까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본 필자는 두통에 대한 이혈 방혈요법의 유효성에 대해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을 시행하여 이번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34권 3호에 보고하였다.
이경은, 박민령, 이지원, 황인준, 이보람, 서종철, 권찬영. 두통에 대한 이혈 방혈요법의 유효성 분석: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3;34(3):259-274.
본 연구에서는 총 5개 데이터베이스를 포괄적으로 검색하여, 두통 환자에 대하여 귀에 방혈요법을 시행하는 이혈 방혈요법의 효과를 보고한 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을 수집하고자 했다. 이에 따라 2023년 7월까지 발표된 총 8편의 연구가 포함기준에 부합했다.
그 중, 메타분석에는 5편이 포함되었다. 우리는 사용된 치료들의 특성을 크게 약물요법과 비약물요법으로 구분하여, 약물치료와 비교한 이혈 방혈요법의 단독 효과 또는 보조 효과를 분석하고자 했다. 분석결과, 이혈 방혈요법은 약물치료와의 비교에서 총유효율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고 (RR, 1.24; 95% CI, 0.78 to 1.96), 약물치료와 병행될 경우 총유효율이 유의하게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 (RR, 1.23; 95% CI, 1.12 to 1.35).
또, 메타분석에 포함되지 않은 연구들에서도 이혈 방혈요법에 추나, 침, 뜸치료를 병행한 치료군이 각각의 단독 대조군에 비해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었다. 비록 포함된 연구의 수가 부족하고, 비뚤림 위험이 불분명하거나 높은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임상에서 두통에 빈번하게 적용하고 있는 이혈 방혈요법이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치료적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일면 확인할 수 있었다.
방혈요법은 경혈 부위에 사혈 요법을 실시함으로써 자락에 비해 출혈을 통한 어혈 제거의 의미가 강조된 방식이다. 더불어 이러한 이첨 방혈요법의 일차성 고혈압 치료에 대한 유효성이 보고된 바 있다. 포함된 연구들을 개별적으로 분석할 때, 이혈 방혈요법은 이러한 기전으로 긴장성 두통 및 간양상항형 두통에 대해 유효성을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한 서양의학적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편두통에 대하여 가장 일반적인 가설은 삼차신경의 과민성으로 인한 신경혈관이론인데, 방혈요법을 통해 이혈에 가해진 자극이 해당 신경의 병리적 흥분상태를 저하하고 신경 흥분의 균형을 조절하여 신경성 두통의 완화에도 유효한 것으로 사료된다.
만성 통증은 한의 치료가 경쟁력을 갖는 대표적인 분야로, 여러 치료 방법이 정립되어 있다. 이침 요법도 이 중 하나의 방법이지만, 이혈 방혈요법을 중재로 하는 국내 연구는 아직 부족한 상황이다. 때문에 본 연구의 만성 두통에 대한 이혈 방혈요법 효과를 토대로, 중재의 적용 범위를 그 밖의 만성 통증에 대하여 확장시켜 볼 수 있을 것이다. 또 본 연구에서 두통의 완화 외에 불안, 우울 척도를 포함한 정신건강 지표 역시 유의하게 개선되었음을 알 수 있었는데, 이에 따라 두통에 동반된 정신과적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이 치료가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의료기관 방문 시 두통이 주소인 경우도 있으나, 다른 주소증에 부수적으로 두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두통에 대해 직접적인 한약 치료를 적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다수 있을 것이다. 이혈 방혈요법은 다른 자락요법에 비해 방혈양이 적어 상대적으로 비침습적이며, 치료시간이 짧고 수행이 용이하다.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이혈 방혈요법을 비롯한 치료법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혈 방혈요법을 비롯한 다양한 치료의 적용을 통해 한의치료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영역 확장을 기대해 보는 바이다.
이경은 동의대학교부속한방병원 일반수련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