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재의 임상8체질]마음과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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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마음과 믿음
  • 승인 2023.10.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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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을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_83

우주가 돌아가는 질서를 보면 그 질서의 주재자로서 신(God)을 떠올리지 않을 도리가 없다. 우주의 주재자는 온 우주 생명체가 지닌 생명의 근원이기도 하다.1)

 

자유의지

인류를 제외하고 생명체는 본능에 따라 생존하고 번식한다. 인류만이 본능에다 자유의지를 지녔다. 자유의지는 바로 욕심이다. 자유의지는 또한 본능을 다스리는 도구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본능을 제어할 수 있게 된 후에는 자신에게 맡겨진 사명을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 삶의 제2의 임무이자 주재자의 명령이다.

 

마음

모든 것이 오로지 마음의 조화이다. 그렇다고 이 말로부터 모든 현실이 허상이라고 인식하는 것은 너무 과하다.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는 대상에 대한 판단과 인식의 문제인 것이다.

 

마음의 행로

마음의 행로는 여러 갈래이다. 기본적으로 본능의 표출이다. 식욕과 성욕 그런 후에 성취욕이다. 식욕은 생존을, 성욕은 번식을, 성취욕은 발전을 향한 표현이다. 이것은 자기 자신을 향한다. 다음은 감정의 표현이다. 이것은 상대에 의한 그리고 상대를 향한 표현이다. 전통 동양학에서는 칠정(七情)이라고 했는데, 동무 공은 애노희락(哀怒喜樂)으로 압축했다. 다음은 인의예지(仁義禮智) 같은 도덕의 표현이다. 도덕은 사회활동과 교류를 위한 조건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에게는 자유의지가 있는데, 자유의지란 결국은 삶에서 무엇을 선택하는가이다. 인간 세상은 서로의 선택이 충돌하면서 조화와 부조화가 발생한다. 이것이 인간사를 복잡하게 형성한다.

 

마음의 창

구호(口號)로는 절대 구호(救護)할 수 없다. 하지만 정치인은 구호가 허울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구호하겠다는 구호를 외친다. 그리고 대중은 그런 외침을 믿어준다. 그게 선거판이다. 결국 뛰어난 정치인이란 대중이 잘 믿어줄 만한 아이템(item)을 잘 외치는 사람일 것이다.

좋은 의사라고 하면 무엇보다 환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의사뿐만 아니라 모든 상담자에게 꼭 필요한 덕목이기도 하다. 8체질의사에게는 체질침이라는 훌륭한 도구가 있다. 이것을 통해서 의사에게 집중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내게 집중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리고 그의 눈을 보라. 눈은 마음의 창()이다.2) 그의 마음이 지금 평화로운지 건강과 평화를 향해서 나를 믿고 움직일 준비가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의 말

믿음이란 무엇인가. ‘어떤 사실이나 사람을 믿는 마음이다. 한자는 신()인데 이 글자는 사람()과 말()의 회의자이다. 설문해자에는 信 誠也라고 했다. 정성 성()인데, 이 글자의 구성은 ()이 이루어진다()’가 된다. 한자(漢字)를 만든 사람들은 믿음에 사람과 말을 연결했던 것이다.

한자 신()은 처음에는 소식(消息)이란 의미였다. 글자가 만들어지기 전에 멀리 있는 다른 사람에게 소식을 알리는 건 처음에는 말 자체였을 것이다. 먼저 그 말을 뱉은 것도 사람의 말이고, 전한 사람이 전달한 것도 사람의 말이다. 그러다가 신()은 정보의 뜻이 되고 또 믿음이 되었다.

나중에 글자가 만들어지고 또 글자를 기록하는 도구와 물건이 생기면서 서간(書簡)의 형태를 갖추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안에 담긴 것 또한 여전히 사람의 말이다. 그러니 믿음이란, 사람이 뱉은 말을 통해 전해진 그 내용을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그것이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믿음

사람이 행하는 모든 일에는 그 바탕에 믿음이 있다. 삶이란 믿음과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한 후에는 불안과 안심이 교차한다. 믿음과 선택, 불안과 안심이 시간을 따라 전진한다. 살아가는 일은 결국 무엇을 믿고 살아가는 것이다. 엄마를 믿고, 친구를 믿고, 선생을 믿고, 버스기사를 믿고, 배우자를 믿고, 내 목에 면도칼을 들이미는 이발사를 믿어야 한다.

사람의 믿음에는 힘이 있다. 믿음의 힘은 위대하고 또 위험하다. 그래서 사람을 위대한 것을 이루도록 이끌기도 하고 또한 사람을 추악하게 만들기도 한다. 가치란 항상 상대적이니 무엇이 좋은 믿음이고 또 나쁜 믿음인지 단정할 수는 없다.

광신(狂信)과 자기 확신의 오류, 과대망상을 가진 지도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믿음이 다른 집단을 혐오하도록 대중을 선동한다. 대중은 개구리밥3) 같아 헛된 구호에도 한꺼번에 한쪽으로 쉽게 쏠린다. 그렇게 믿음이 충돌해서 전쟁이나 학살 등 인간사의 비극이 발생했다. 수많은 종교 분쟁과 전쟁이 지나갔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종교가들이 주장하듯이 그들 종교가 받드는 신이 인간과 소통하는 존재라면 최소한 종교전쟁이라는 것은 일어나지 말아야 옳다. 믿음이 다른 집단은 모두 죽여야 한다고 부추기는 신이 있다고 나를 반박한다면,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욕심

오늘을 건강하게 잘 살면 건강하게 내일을 시작할 수 있다. 오늘에 충실하면 그뿐 내일 이후를 미리 욕망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 이것이 너 나 없이 삶의 화두이다. 마음이 건강해야 몸도 건강해진다. 그리고 건강한 몸에서 건전한 생각이 나온다. 마음과 생각이 건강하지 못한 채 단지 오래 사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런데 마음은 자유분방하다. 생각은 한계가 없고 욕심은 끝을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동무 공은 수세보원〉 「성명론에서 존기심(存其心), 책기심(責其心)4)이라고 강렬하게 말했던 것이다.

인간은 욕심에 따라서 산다. 기본적으로 식욕과 성욕은 본능의 영역이다. 생존과 번식이다. 그리고 성취욕이 있다. 이것이 인류사를 이룬다. 욕심이 없다면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사람이라면 욕심이 없이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욕심 때문에 삶이 지질해진다.5) 얼마나 적당하고 얼마나 절제하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그것이 건강을 좌우한다.

인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의 삶은 무조건 본능을 따른다. 그들에게는 욕심이 없다. 그래서 지질하거나 천박해 보이지 않는다. 동무 공은 태소음양인(太少陰陽人)이 욕심에 따라 인의예지(仁義禮智)를 버린 삶에 대해서 규정했다. 바로 비박탐나인(鄙薄貪懦人)6)이다. 비인(鄙人)은 태양인이고, 박인(薄人)은 소양인이며, 탐인(貪人)은 태음인이고, 나인(懦人)은 소음인이다. 동무 공은 수세보원에서 시종일관 사람의 욕심, 그것의 나쁜 점을 부각시켜서 강조하고 경계했다.

 

마음가짐

자신의 병을 인정하고, 그 병이 생긴 원인을 깨닫는 자만이 진정으로 그 병을 이겨낼 수 있다. 30년 이상의 임상경험을 가진 가정의학 전문의인 웨인 조나스(Wayne Jonas),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의사의 치료가 아니라 환자 자신, 특히 마음가짐에 의해 낫는다.”고 말했다고 한다.7)

자신이 살던 근거를 벗어나서 산으로 들어가 암을 고쳤다는 사람들의 병이 치료된 원리는, 그들이 새롭고 특별한 무엇인가를 먹었기 때문이 아니다. 헛된 욕심을 버렸고 자신의 마음가짐을 바꾸고 자신의 몸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이다.

 

욕심의 절제

삶의 도를 깨우친 사람들은 삶의 모든 방면에서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공통적으로 말한다. 그것은 그들 자신의 반성문과도 같다. 나는 수세보원이 동무 공의 긴 반성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욕심을 줄여야 한다.’고 말한 뒤에는 그 깨달음이 이미 늦었다.’고 고백하는 경우가 많다. 조금 더 일찍 알거나 깨닫지 못한 것을 후회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도 삶의 아이러니인가. 나 역시 얼마 전까지는 늦었다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런 반성과 후회로부터 새로운 의지를 일으킬 수 있다는 한 희망을 보았다. 이미 늦었다고 깨달은 그 시점에서 새로운 삶의 의지를 일으키면 된다. 삶에서 늦은 때란 없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이에 관해서는 8체질론의 원리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권도원 선생의 논문 「화리」에 담겨 있다.
    「화리」, 『과학사상』 1999년 가을호(제30호) 범양사 p.273
    우주 원인화(宇宙 原因火;Cosmoetiopyr) 
  ; 우주에 편재하는 전 우주화의 존재 원인이 되는 본체로 창조신의 절대 자존을 상징하는 명칭이다.

2) 얼굴 표정은 감추거나 위장할 수 있지만, 눈은 그렇게 할 수 없다. 그래서 마음의 창이라는 것이다.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은 눈빛도 흔들린다.   

3) 부평(浮萍)

4) 〈壽世保元〉 「性命論」
    存其心者 責其心也 心體之明暗雖若自然 而責之者淸不責者濁 

5) 지질함
   : 명품매장에서 불만을 표출하려고 바닥에 눕는 사람이 있다. 어느 쪽의 잘못인가 따질 필요도 없이 그가 보여주는 행동은 지질하고 천박하다. 사실 세상의 명품이란 그런 족속들의 허영심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긴 하다. 

6) 동무 공이 〈수세보원〉의 「사단론」에서 제시한 비박탐나인의 아이디어는 《영추》의 「통천」에서 왔다.
    《靈樞》 「通天」
    太陰之人 貪而不仁 下齊湛湛 好內而惡出 心和而不發 不務於時 動而後之 此太陰之人也
    少陰之人 小貪而賊心 見人有亡 常若有得 好傷好害 見人有榮 乃反慍怒 心疾而無恩 此少陰之人也 
    太陽之人 居處於於 好言大事 無能而虛說 志發乎四野 舉措不顧是非 為事如常自用 事雖敗而常無悔 此太陽之人也
    少陽之人 諟諦好自貴 有小小官 則高自宜 好為外交 而不內附 此少陽之人也
   태음지인(太陰之人)을 묘사하면서 “탐욕스럽고 어질지 못하다. 겉으로는 겸손하고 단정한 듯 보이는데 자신의 생각을 깊이 감추고 있다.”고 했다. 「사단론」에서 탐인(貪人)은 “인을 버리고 욕심을 추구하는 사람(棄仁而極慾者)”이라고 했다. 「사단론」에 태소음양인과 비박탐나인이 왜 함께 등장하는가. 비박탐나인이 원초적인 사람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7)  [한의사 안세영의 도서비평] 질병의 치유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민족의학신문』 〈1198호〉 2019.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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