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 강화만으로 안전 확보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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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 강화만으로 안전 확보 불가능
  • 승인 2005.01.14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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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청 방침에 “제도 보완돼야 제구실”

한약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검사기준 강화와 함께 관련 규정의 정비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안전성만이 아니라 한약의 품질을 향상하기 위해서는 한약재 제조 등 관리 규정에 대한 대대적인 손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지적은 정부가 한약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잔류 농약 및 중금속의 시험기준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입안예고 했지만 현 시장 구조를 그대로 놓아두고는 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개정안이 입안예고 되자 “과연 안 그대로 실행될 수 있겠냐”는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표백성분인 이산화황과는 달리 중금속과 농약의 경우 검사 강화를 반대할만한 명분이 부족해 안 그대로 고시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언제쯤 한약재를 대량 수입해 올 것이냐를 저울질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 제기동에서 한약제조업을 하고 있는 A모씨는 “개정안은 마치 노점상들에게 첨단시설을 갖추고 각종 검사에서 합격한 제품만 취급하라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검사하지 않아도 한약재를 사서 팔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과연 몇 개 업체나 이 규정을 그대로 지킬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한약재 제조·유통 업체는 극히 영세하다. 대기업은 자사 브랜드 제품이 문제를 일으킬 경우 업체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관리에 만전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또 영업정지 등 행정명령이 떨어지면 엄청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돼 주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약업계 상황은 일반 기업체와는 전혀 다르다. 시중에 시험을 거치지 않은 값싼 약재가 유통되는데 영세한 업자들에게 법 규정이 먹혀들 리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국산, 수입 차원을 떠나 모든 약재는 제조업소를 통해서만 제조할 수 있도록 하고, 처벌규정도 농산물 수준이 아닌 의약품 제조 수준으로 높여야만 안전성이 확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제조업체 중 그 기준을 만족할 시설을 갖춘 곳은 극히 드물 수밖에 없어 제조업체의 한약 품질관리는 사실상 의미를 상실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수입할 때 한번 검사에 통과하면 그 이후에는 나몰라라 하고 판매만 하면 되는 셈이다.
또 식품으로 둔갑해 들어오는 등 검사를 하지 않아도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이 도처에 깔려 있는 상태에서 강화된 기준은 불량의약품만을 양산해 낼 따름이어서 한약에 대한 불신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약재에 대한 불신을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한약재의 안전성 검사는 1차적으로 국가 기관을 거치도록 하는 것을 검토할 수 있으나 이들 한약재를 지속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시설·장비 등을 보유한 업체에 한해서만 제조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개혁의 틈을 이용해 한약제조업체가 마구 쏟아지고 있어 한약재의 안전성과 품질을 땅에 떨어뜨리고 있다”며 “상식적인 수준에서라도 한약재를 제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곳만이 제조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조업체가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는 이유는 제조업체가 수입하는 한약재는 통관 검사시 자가검사를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어 이를 이용해 불합격을 막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지난 2003년 부산 세관을 통해 수입업자가 들여온 대황은 10건 중 1건만 합격했지만, 제조업체가 들여온 20건 중 기준 미달로 폐기 처분되거나 반품된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하기도 한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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