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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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4)-2
  • 승인 2023.10.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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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반하후박탕 활용의 실제-
권승원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전편에 이어

3.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 상태에서 반하후박탕의 역할은?(표)

전 항목에서 살펴본 것처럼 반하후박탕은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 가능한 매우 다양한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다약제사용 상태에 놓인 환자의 경우, 반하후박탕 한 처방을 활용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다양한 종류의 약제의 감량 또는 중단이 가능하다.

먼저, 연하장애 동반환자에서 흡인폐렴을 효율적으로 예방함으로써 흡인폐렴 발생 시 사용해야만 하는 각종 항생제 사용량의 경감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 임상시험을 통해서도 직접 증명된 사항이다. 빈번한 항생제 사용은 항생제 내성을 일으킬 가능성을 높이는데, 그 결과 환자가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VRE)이나 카바페넴 내성 장내세균(carbapenem-resistant Enterobacteriaceae, CRE) 집락상태에 놓이게 되면 감염 관리를 이유로 원활한 재활치료를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반하후박탕 사용은 무엇보다 이런 가능성을 일차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데 의의가 크다. 이 외에도 항생제 사용에 따른 복통, 배탈, 설사, 피부발진, 두드러기, 아낙필락시스 등에 대한 우려도 줄일 수 있으며, 드물게 발생하는 신장손상, 간손상, 심박동수 이상, 햇빛 노출 시 과민반응, 경련 등의 부작용 가능성도 낮출 수 있겠다.

반하후박탕의 기능성 소화불량, 위식도역류질환, 인후두역류질환에 대한 효과를 고려하면, 이 질환에 제1선택약으로 주로 활용되는 PPI의 중단 또는 감량이 가능하다. PPI는 매우 흔히 활용되고 있지만, 2010년 미국식품의약국에서는 장기간 사용 시 골다공증, 골절 관련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음을 사전에 환자에게 경고하고 설명할 것 권고했다. 고령자의 경우, 골다공증의 진행에 따라 낙상을 하게 되면 골절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편측마비를 동반하며 신체활동이 불편한 뇌졸중 환자에서는 그 위험성이 더욱 높다 할 수 있겠다. 따라서, 반하후박탕 활용을 통해 PPI 사용을 감량 또는 중단할 수 있다면 원활한 재활치료 진행에 보탬이 될 수 있다. 이 외에도 PPI는 신경계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는 비타민 B12및 마그네슘 흡수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으며, 위장관계 감염사건 증가를 일으킬 수도 있으므로 감량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감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PPI 외에도 소화관 운동기능개선제로 활용되는 레보설피리드(levosulpiride)나 메토클로프라미드(metoclopramide)와 같은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의 감량 또는 중단도 충분히 가능하다.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는 소화관 운동기능을 개선하여 위장관증상 경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으나, 각종 추체외로증상 발생과 같은 이상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체기능에 제한이 발생한 뇌졸중 환자에서는 되도록 적게 사용하거나 사용하지 않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반하후박탕이 이 때 도움이 될 수 있겠다.

COPD나 기침형 천식에 대한 효과 측면에서도 반하후박탕은 다약제사용 상태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급성발작기 COPD는 논외로 하고, 안정기 COPD에는 흡입형 장시간작용성 기관지확장제(장시간 작용성 항콜린제(long-acting muscarinic antagonist, LAMA)와 장시간 작용성 ß2 작용제(long-acting beta2-agonist, LABA))가 주로 활용된다. 이 두 약제는 흡입형으로 활용되므로 전신 부작용을 잘 일으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관지천식이 합병되거나 증상이 심하게 악화와 완화를 반복할 경우, 흡입스테로이드(inhaled corticosteroid, ICS) 배합제 사용을 고려하게 되는데, 프로파노산 플루티카손 (fluticasone propionate), 다이프로피온산 베클로메타손(beclomethasone dipropionate), 부데소니드(budesonide) 등의 흡입스테로이드의 경우, 고용량으로 장기 사용 시 피부 멍, 부신 기능억제, 골밀도감소 등과 같은 전신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질환 이환 이후 장기간 재활치료를 통해 꾸준한 운동을 해야만 하는 뇌졸중 환자에게 부신기능억제나 골밀도감소는 원활한 재활치료 자체를 제한하게 될 뿐 아니라 낙상에 따른 골절 사고 발생 우려가 생긴다는 측면에서 피해야만 할 존재이다. 이런 맥락에서 앞서 언급했듯 반하후박탕은 기존 COPD나 기침형천식의 표준치료에 병용했을 시, 증상과 염증상태를 유의하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므로 흡입스테로이드 배합제 사용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할 수 있겠다.

불면장애에 대한 효과 역시 약제 감량에 도움이 된다. 불면장애 환자에게 주로 활용되는 클로나제팜(clonazepam), 알프라졸람(alprazolam), 로라제팜(lorazepam) 등의 벤조디아제핀계 수면제, 졸피뎀(zolpidem) 같은 비벤조디아제핀 수면제, 그리고 아미트립틸린(amitriptyline), 독세핀(doxepine), 트라이미프라민 (trimipramine) 등의 삼환계항우울제나 디펜히드라민(diphenhydramine) 같은 항히스타민제는 주간졸음을 유발하여 낙상사건 발생 가능성을 높이며, 항콜린작용을 가지고 있어 뇌졸중 환자의 인지기능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반하후박탕 사용을 통해 이와 같은 각종 수면제의 사용량을 감량 또는 중단할 수 있다면, 이 약제들로 인한 이상반응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뇌졸중 후 우울증에 있어서도 그 역할이 있다. 우울증에 주로 활용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 SSRI)나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erotonin-norepinephrine reuptake inhibitor, SNRI)는 다양한 이상반응이 보고되어 있지만 그 발생율은 낮은 편이다. 다만, 이 두 분류의 약제가 잘 듣지 않았을 때 사용하게 되는 삼환계 항우울제는 상황이 다르다. 전도지연 부정맥(1차방실차단, 다발 갈래차단), 기립저혈압, 섬망, 발작, 추체외로계증상 등을 빈번히 초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험으로는 반하후박탕 단독 보다는 SSRI나 SNRI 병용이 더욱 좋은 효과를 낸다. 뇌졸중 후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는 환자가 있다면 반하후박탕 병용을 통해 SSRI나 SNRI 수준에서 좋은 효과를 만들어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비교적 이상반응 발생율이 높은 삼환계 항우울제 사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한약처방의 특징은 다중타깃이다. 바로 한 가지 처방으로 다양한 적응증에 효과를 내는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 본 것처럼 반하후박탕은 소화기, 호흡기부터 신경정신계통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타깃을 향해 약의 효과를 나타낸다. 이를 통해 다양한 약제의 감량이 가능하며, 동시에 약제가 일으킬 수 있는 문제의 발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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