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규제에 대한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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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비의료인에 의한 의료기관 개설 규제에 대한 해설
  • 승인 2023.09.22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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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민

이영민

mjmedi@mjmedi.com


이영민​​​​​​​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이영민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의료법 제33조 제2항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격을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기타 비영리법인 등으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에 위반해서 무자격자가 개설·운영한 병원을 속칭 ‘사무장병원’이라고 합니다. 의료법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있는 자의 자격을 제한하고, 개설자격 없는 자의 의료기관 개설을 금지하는 이유는 의료기관 개설자격을 의료전문성을 가진 의료인이나 공적인 성격을 가진 자로 엄격히 제한함으로써 건전한 의료질서를 확립하고, 영리 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경우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을 미리 방지하고자 하는 데에 있습니다(대법원 2009도2629 판결).

사무장병원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납니다. 흔히 떠올리는 유형은 비의료인이 의료인을 내세워 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한의사가 적법하게 한의원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비의료인이 한의사를 고용해서 한의사의 명의로 한의원을 개설하고, 자신이 배후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것입니다. 또한, 의료인일지라도 면허 범위를 넘어 의료기관을 설립하는 경우 사무장병원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의사는 종합병원ㆍ병원ㆍ요양병원ㆍ정신병원 또는 의원을, 치과의사는 치과병원 또는 치과의원을, 한의사는 한방병원ㆍ요양병원 또는 한의원을, 조산사는 조산원만을 개설할 수 있는데(의료법 제33조 제2항 단서), 치과의사가 한의사를 고용해서 그 명의로 한의원을 개설하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 됩니다. 그리고 비의료인이 이미 개설된 의료기관의 의료시설과 의료진을 인수하고 개설자의 명의변경절차 등을 거쳐 그 운영을 지배·관리하는 등 종전 개설자의 의료기관 개설·운영행위와 단절되는 새로운 개설·운영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경우, 위 조항에서 금지하는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에 해당합니다(대법원 2019다299423 판결). 그 외에도 비의료인이 재단법인인 의료법인에 재산을 출연하고 대표이사가 된 후, 의료법인 명의로 의료기관을 개설·운영하는 경우도 사무장병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판시에 의하면 의료법이 금지하는 무자격자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는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의 시설 및 인력의 충원·관리, 개설신고, 의료업의 시행, 필요한 자금의 조달, 운영성과의 귀속 등을 주도적인 입장에서 처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대법원 2009도2629). 이는 결국 사안별로 위 기준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따져야 하지만, 보통 자금의 흐름을 통해 무자격자가 병원의 설립과 운영에 자금을 출자하는지, 병원 수익을 정당한 대가없이 가져가는지, 명의자인 의료인에게 근로의 대가만을 지급하는지를 살펴보고, 무자격자가 인력 충원 등 병원의 경영에 얼마나 관여하는지, 병원 구성원들이 무자격자를 대표로 인식하고 있는지 등의 사정을 살펴봅니다. 한편, 대법원은 의료기관 개설자가 의료법인인 경우에는 비의료인도 의료법인에 출자하는 것이 허용되고, 의료법인의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에 반드시 이사 등 자연인의 개입이 요구된다는 특성상 의료인 개인을 이용하여 병원을 개설하는 경우와 다른 기준으로 사무장병원을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비의료인이 실질적으로 재산출연이 이루어지지 않아 실체가 인정되지 아니하는 의료법인을 의료기관개설·운영을 위한 수수단으로 악용한 경우이거나, 의료법인의 재산을 부당하게 유출하여 의료법인의 공공성, 비영리성을 일탈한 경우 중 어느 하나에 해당되어야 합니다(대법원 2017도1807 판결).

만일 사무장병원으로 인정될 경우, 사무장병원을 실질적으로 개설한 비의료인은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87조), 무자격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의료인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됩니다(90조). 비의료인과 의료인의 양형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의료인인 개설명의자는 실질 개설·운영자에게 자신의 명의를 제공할 뿐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에 관여하지 않으며, 그에게 고용되어 근로 제공의 대가를 받을 뿐 의료기관 운영에 따른 손익이 그대로 귀속되지 않기 때문입니다(대법원 2018두44838 판결). 그리고 비의료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이나 의료급여비용을 청구한 경우, 형법상 사기죄 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죄도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비의료인의 의료기관 개설행위로 인한 불이익은 형사처벌에 그치지 않고, 여러 행정처분을 수반합니다. 의료법에 의하면 보건복지부장관은 의료인이 의료기관 개설자가 될 수 없는 자에게 고용되어 의료행위를 한 때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2호), 의료인이 의료관계 법령을 위반하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면허를 취소합니다(의료법 제8조 제4호, 제65조 제1항 제1호).

그뿐만이 아닙니다. 국민건강보험법에 의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요양급여비용을 청구한 요양급여기관이 의료법 제33조제2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요양기관이 청구한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고(국민건강보험법 47조의2), 이미 지급한 요양급여비용에 대해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하게 됩니다.(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 이때 해당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자 및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자 모두 국민건강보험법 제57조에 따라 부당이득징수처분의 상대방이 됩니다(대법원 2018두44838 판결). 마찬가지로 의료급여법에 의하면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한 의료급여기관이 의료법 제33조제2항을 위반하였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결과로 확인한 경우에는 해당 의료급여기관이 청구한 급여비용의 지급을 보류할 수 있고(의료급여법 제11조의5 제1항), 의료기관의 개설명의자 및 실질적으로 개설·운영한 자에게 부당이득징수처분을 하게 됩니다(의료급여법 제23조).(한편, 법재판소는 국민건강보험법 제47조의2에서 요양급여기관이 의료법 제33조 제2항을 위반했다는 사실을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로 확인한 경우 요양급여비용을 지급보류할 수 있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며, 2024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개정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는 결정을 선고했습니다.)

최근에 사무장병원 쟁점과 관련하여 많이 문제되는 것은 MSO계약입니다. 즉, 의료인들이 개원하면서 마케팅, 인력관리, 급여비용청구, 환자응대, 직원 교육 등에 관해 어려움을 겪자 병원경영지원회사와 MSO계약을 체결하여 직원이 방문하여 직접 도움을 주는 형태 또는 자문 형태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받는데, 계약 내용이 포괄적이고, 병원경영지원회사가 도움을 주는 분야가 많은 경우 MSO계약이 병원경영지원회사가 병원을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수단이라는 오해를 받아 수사가 진행되는 것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은 형사처벌뿐 아니라 자격정지, 면허취소, 의료급여 및 요양급여의 지급보류, 부당이득징수처분 등 엄중한 행정처분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수사기관으로부터 의료법 제33조 제2항 위반의 의심을 받고 있다면 그러한 오해를 받는 원인을 찾고, 실질적인 의료기관 운영 주체가 의료인이라는 점을 잘 설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영민 /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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