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4)-1 반하후박탕 활용의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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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한의진료 (4)-1 반하후박탕 활용의 실제
  • 승인 2023.09.22 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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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승원

권승원

mjmedi@mjmedi.com


권승원 /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권승원
경희대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부교수

이번 기고부터는 고령 뇌졸중 환자의 다약제사용에 대한 주요 한약처방 활용의 실제에 대해 살펴보겠다. 이전 기고에서 언급했듯 한약처방의 가장 큰 특징은 다중타깃(multi-target)이다. 각 처방별로 근거에 기반하여 뇌졸중 환자에게 적용해 볼 수 있는 적응증을 살펴보고, 그 적응증에 기반한 다약제사용 관련 활용법을 확인해보도록 하겠다.

 

1. 반하후박탕은 어떤 처방?

반하후박탕(半夏厚朴湯)은 반하, 후박, 복령, 생강, 소엽으로 구성된 처방으로 중국 후한시대 『금궤요략(金匱要略)』에 처음 등장했다. “婦人咽中如有炙臠, 半夏厚朴湯主之 (여성이 목구멍 속에 고깃덩어리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을 호소할 때, 반하후박탕을 사용한다)”라는 아주 유명하면서도 짧은 구절을 통해 적응증이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는 현대의 히스테리구, 위식도역류질환, 인후두역류질환에 해당한다 볼 수 있다.

『금궤요략』에 등장한 이후, 다양한 문헌에서 전통적으로 심인성 신체증상에 사용되어 왔으며, 최근에는 다양한 임상근거에 기반하여 각종 소화기증상, 호흡기증상 및 고령자 연하장애 시 흡인성폐렴 예방약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 처방은 다양한 명칭을 가지고 있는데, 칠기탕(七氣湯), 대칠기탕(大七氣湯), 사칠탕(四七湯), 후박반하탕(厚朴半夏湯) 등의 이명이 있다. 칠기탕, 대칠기탕, 사칠탕 같은 명칭은 본 처방이 사용될 수 있는 병태의 병인(病因)이 ‘심인성’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명칭에 해당한다.

『한방 123처방 임상해설(후쿠토미 토시아키 저, 야마가타 유지 편, 권승원 역, 청홍 2021)』에 따르면, 이 처방의 적용병태는 다음과 같다.

① 기체(氣滯), 즉 위·식도의 과긴장·경련. 이에 따른 인두부 이물감, 명치부 팽만감과 비색감(이기작용[理氣作用])

② 오심·구토(이기작용[理氣作用])

③ 인두부 부종에 따른 쉰 목소리, 안면·사지부종(이수작용[利水作用])

④ 말초성·중추성 기침, 기관지 경련성 기침, 심인성 기침(진해작용)

⑤ 우울증상(향정신작용)

요약하자면, 우울로 대표되는 심인성 병인으로 인해 발생한 (심인성 병인이 필수는 아님) 신체 각 부위 평활근의 과긴장으로 소화기, 호흡기 증상이 발생한 병태에 적합한 처방이다. 신체조건으로는 중등도 또는 그 이하의 체력상태에 적합하다. 임상에서는 “심인성”, “신체화증상” 이 두 단어를 기억하자. 예로부터 반하후박탕이 가장 많이 사용되어 온 분야가 바로 이 분야이다. 다만, 심한 피부건조 경향을 보이거나, 현저한 음허(陰虛)로 판단되는 환자에게 사용 시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함을 임상에서 실감하고 있다. 따라서 음허는 보이지 않는 “심인성 신체화 증상”을 보이는 환자라면, 한 번쯤 사용을 고려해 볼 수 있겠다.

 

2. 근거기반 뇌졸중 환자에 대한 반하후박탕의 적응증(표)

뇌졸중 환자 진료 시 반하후박탕은 언제 사용할 수 있을까? 가장 주목할만한 적응증은 ‘연하장애’이다. 먼저, 반하후박탕은 뇌졸중 환자의 연하반사기능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흡인폐렴 기왕력을 가진 뇌졸중, 파킨슨병 환자를 대상으로 무작위배정 비교시험을 시행한 결과, 대조군과 달리 반하후박탕 투약군에서만 연하반사시간(초)이 유의하게 감소되었으며, 구연산에 대한 기침반사의 역치 역시 반하후박탕군에서만 유의한 감소를 보였다. 이러한 연하장애 개선효과 뿐 아니라 장기간 흡인폐렴 발생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 치매 또는 뇌혈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12개월간 무작위배정 비교시험을 실시한 결과, 반하후박탕군에서 12개월간 누적 흡인폐렴 유병률이 유의하게 낮았으며, 이에 따라 누적 항생제 사용량 역시도 적은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근거에 기반하여 일본의 “호흡기질환치료용의약품의 적정사용을 목적으로 한 가이드라인”, “일본신경치료학회 표준적신경치료: 신경질환에 동반된 연하장애”, “고령자 안전한 약물요법 가이드라인 2015”, “치매진료가이드라인 2017”에서는 각종 뇌신경질환 환자에서 연하장애가 있을 시 흡인폐렴 예방목적으로 반하후박탕을 사용해 볼 것을 권고했다.

두 번째 적응증은 ‘기능성 소화불량’이다. 뇌졸중 환자들은 일상활동의 제한과 장애로 인한 스트레스 등이 겹치면서 소화관 내 기질적 이상은 확인되지 않는 소화불량, 곧 ‘기능성 소화불량’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때 반하후박탕을 활용해 볼 수 있는데, 한 증례집적연구에서는 전통적인 반하후박탕의 적응증을 반영하여 인후두이상감각과 복부팽만감 동반 여부에 따라 반하후박탕 복용 전후 증상의 변화를 확인했다. 그 결과, 인후두이상감각 동반 시에만 위배출률과 Gastrointestinal Symptom Rating Scale(GSRS), 복부팽만감 동반 시에만 Gas Volume Scale(GVS)과 GSRS의 유의한 향상이 확인됨을 보고했다. 일본의 “기능성소화관질환진료 가이드라인 2021-기능성소화불량 (개정2판)”에서도 증(證)을 고려하여 한방약을 투약할 것을 제안하면서, 여기서 육군자탕과 함께 반하후박탕을 활용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위식도역류질환’과 ‘인후두역류질환’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앞서, 이 처방의 출전인 『금궤요략』의 적응증을 ‘위식도역류질환’이나 ‘인후두역류질환’으로 볼 수 있다고도 했는데, 몇몇 임상시험을 통해 그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한 연구에서는 프로톤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PPI)인 라베프라졸(rabeprazole)과 반하후박탕을 병용했을 때, 라베프라졸 단독 복용 시에 비해 유의하게 높은 유효율과 낮은 부작용 발생률을 보임을 확인했으며, 또 다른 연구에서는 PPI인 라베프라졸, 세로토닌 5-HT4 수용체 길항제인 모사프리드(mosapride)와 반하후박탕을 병용했을 시, 라베프라졸과 모사프리드 만을 복용했을 때 보다 유의하게 높은 유효율과 낮은 부작용 발생률을 보임을 확인하기도 한 것이다.

고령 뇌졸중 환자 중에는 장기간 흡연력을 보유한 환자가 많은데, 그렇다보니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이나 기침형천식 동반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여기에도 반하후박탕의 활용이 가능하다. COPD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배정 비교시험이 진행되었다. 통상적인 COPD 표준치료 만 시행한 군과 거기에 반하후박탕 병용을 함께 실시한 반하후박탕군으로 나누어 3개월 간의 경과관찰을 시행한 결과, 3개월 내 급성 악화 발생건수가 반하후박탕 병용군에서 유의하게 적었다. 기침형천식 관련 임상시험결과도 존재하는데, 2건의 연구에서 각각 통상처치군과 반하후박탕 병용군의 치료결과를 1개월에 걸쳐 확인한 결과, 반하후박탕 병용군에서 기침증상 완화기간, 기침정지기간, 야간기침정지기간이 유의하게 감소했으며, 인터루킨-13(IL-13)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증상 개선 뿐 아니라 일종의 항염증효과도 발휘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살펴 본 적응증은 모두 신체증상에 국한된 것이다. 하지만, 반하후박탕은 앞서 언급했듯 발병요인 중 심인성 요인과 관련된 병태에 활용되어 오던 처방이다. 그렇다보니 정신증상 적응증도 존재한다. 첫 번째 정신증상 적응증은 ‘불면장애’이다. 일본의 “수면장애 대응과 치료가이드라인 제2판”에서는 “민간요법, 한방, 건강기능식품으로 수면제를 대체할 수 있는가?”라는 임상질문에 불면장애에 사용해 볼 수 있는 한약처방을 제안하면서 그 중 하나로 반하후박탕을 수록했다.

마지막으로 반하후박탕은 ‘뇌졸중 후 우울증’에도 활용이 가능하다.. 뇌졸중 후 우울증은 아주 흔한 증상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재활치료 자체의 원활한 진행을 막기도 한다. 앞서 언급했듯 반하후박탕은 심인성 요인 특히 우울과 관련된 병태에 사용할 수 있는 처방인데, 이와 관련된 연구결과도 보고되어 있다. 뇌졸중 후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반하후박탕을 복용한 군과 반하후박탕 외 다른 처방을 복용한 군(대조군)의 치료 성적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반하후박탕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Beck Depression Inventory(BDI) 점수가 대조군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하후박탕을 복용했던 환자를 다시 음증(陰證)과 양증(陽證)으로 나누어 평가해 본 결과, 음증군에서만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 이는 반하후박탕이 모든 뇌졸중 후 우울에 효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음적인 성향을 보이는 여타 신체증후가 동반된 경우에만 효과를 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증치지의 중요성을 보여준 결과가 아닐까 한다. 이 외에도 반하후박탕의 ‘뇌졸중 후 우울증’에 대한 효과를 보여준 임상연구결과가 여럿 존재하며,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중풍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는 ‘중풍 환자의 중풍 후 우울증 개선을 위해 한약 투약을 고려할 수 있다’, ‘중풍 환자의 중풍 후 우울증 개선을 위해 한약 투약 병행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권고하면서 임상적 고려사항으로서 활용 가능한 한약처방 중 하나로 반하후박탕을 제시했다.

 

 

-2편에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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