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일곱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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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일곱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9.1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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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말초저항과 콩팥 그리고 고혈압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지난 편에서 “말초저항이 콩팥의 혈압 조절 기능 즉 체액 조절과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하였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금 더 살펴보고자 한다. 앞서 말초저항이 증가하면 혈압이 상승하면서 콩팥에서 혈압-소듐이뇨가 증가한다고 하였다.

○ 말초저항 증가 → 혈압 상승 → 콩팥에서 혈압-소듐이뇨 증가 → 혈압 하강

그리고 한의학이야기 52편에서 본태성 고혈압 환자에서 “콩팥의 혈압-쇼듐이뇨 기능이 감소되어 혈압이 높지 않거나 콩팥 기능이 개선되지 않으면 적절한 양의 염분과 수분의 배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으며, 지난 편에서 “총 말초저항이 오랫동안 정상보다 증가되어 있거나 감소되어 있는 여러 조건에서도 염분과 수분이 콩팥에서 정상적으로 배설되면 심박출량과 혈압은 적절하게 조절된다.”라고도 하였다.

즉 콩팥 기능이 정상이면 말초저항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더라도 혈압-소듐이뇨가 증가하면서 혈압이 정상이 되지만, 콩팥 기능이 망가지면 말초저항이 증가하고 혈압이 상승하더라도 혈압-소듐이뇨가 감소되어 고혈압이 된다는 의미이다.

 

신장기능 저하와 고혈압

신기능 저하, 즉 사구체여과율의 감소가 고혈압 발생에 주요 원인이 된다는 것은 여러 방법으로 증명되고 있다. 염분 민감성 고혈압 쥐의 신장을 정상 쥐에게 이식할 경우 염분 민감도가 전이되며, 고혈압에 의한 말기신장병 환자가 정상 혈압을 가진 공여자로부터 신장이식을 받을 경우 고혈압이 회복된다. 교감신경계, 레닌-안지오텐신계, 저포타슘(칼륨) 식사, 사이클로스포린 등의 약물사용에 의해 지속적으로 신혈관수축이 일어나면 세관-간질 부위 염증과 혈관평활근 세포 증식 등 미세 신손상이 유발되어 세관에서는 소듐(나트륨) 재흡수가 증가되고, 사구체에서는 소듐 여과가 감소되어 소듐 저류가 유발된다. 이로 인하여 혈압-이뇨 곡선은 우측으로 이동하고 혈압이 상승함으로써 세관 허혈과 소듐 운용이 정상화된다(그림 1).

 

 

요컨대 고혈압은 신기능 저하가 동반되어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신기능이 저하가 되는 데는 지속적인 신혈관수축, 소듐 재흡수 증가 그리고 소듐 저류와 같은 기전을 통해서 혈압이 상승하게 된다.

 

양경락이 지속적으로 항진되면 콩팥은 망가진다

앞서 ‘신혈관수축이 지속되면 콩팥은 망가진다’라고 하였다. 총 말초저항이 증가하면 신혈관의 저항이 동시에 증가하기 때문에, 신혈관수축이 지속된다는 것은 총 말초저항 역시 증가해있음을 의미한다. 말초저항이 증가하는 것은 열발산을 억제하는 양경락이 항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하였으므로, 이를 한의학적 표현으로 바꿔보면 ‘양경락이 지속적으로 활성화하면 콩팥은 망가진다’라고 바꿔서 표현해볼 수 있다.

지속적인 신혈관수축에 의해 신기능 저하가 생기면서 고혈압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자면 지속적으로 신혈관수축이 일어나게 되면 콩팥으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들면서 콩팥이 손상되기 때문에, 고혈압이란 인체가 혈압을 높여서 콩팥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려 이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가 아닐까라고도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 같다.

말초혈관이 지속적으로 수축하게 되면 신혈관이 수축하게 되고 콩팥이 망가지면서 고혈압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 역시 한의학적 표현으로 바꿔보면 ‘양경락이 지속적으로 항진되면 신혈관을 수축시키고 콩팥을 망가뜨리며 고혈압을 일으키게 된다고’라고 표현해볼 수 있다. 콩팥의 높은 압력에 의해서 족삼양경락의 유주방향이 결정된다고 하였지만, 거꾸로 양경락의 지나친 항진은 콩팥의 기능을 망가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콩팥이 망가지면 다시 말초저항이 증가하면서 고혈압이 되기 때문에, 양경락이 지속적으로 항진되면 콩팥이 망가지고 콩팥이 망가지면 다시 양경락의 항진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 말초혈관의 지속적인 수축 → 콩팥의 기능 저하 → 혈압 조절 능력 상실 → 말초저항 증가 지속 → 고혈압

말초혈관의 지속적인 수축을 ‘양경락의 지속적인 항진’이라는 한의학적 표현으로 바꾸면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 양경락의 지속적인 항진 → 콩팥의 기능 저하 → 혈압 조절 능력 상실 → 양경락의 항진 지속 → 고혈압

 

신장기능과 지황

腎陰虛를 개선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약재가 지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황의 주요 성분은 catalpol이기 때문에 catalpol의 효능을 살펴보면 지황의 효능을 어느 정도 유추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catalpol의 효능 중에서도 콩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고혈압을 유발한 쥐에게 catalpol을 투여하게 되면 catalpol을 투여하지 않는 쥐에 비해서 용량 의존적으로 혈압이 떨어지게 된다. 수축기 혈압과 이완기 혈압 모두 떨어진다. 그리고 피검사상에서도 catalpol을 투여한 쥐에서 catalpol을 투여하지 않는 쥐에 비해 혈청 크레아티닌, BUN, angiotensinⅡ, 바소프레신, endothelin-1 과 같은 수치가 많이 개선되면서 동시에 소변으로 나가는 알부민 수치는 줄어들고 있다. 이는 catalpol에 의해 콩팥 기능이 회복되었음을 의미한다. 더구나 catalpol을 투여하면 고혈압으로 인해 작아졌던 콩팥의 크기가 용량 의존적으로 회복되고 있다(그림 2). 이러한 결과는 catalpol이 고혈압 쥐의 사구체여과 장벽과 세뇨관 기능을 보호하는 효과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신장기능의 보호효과는 강력한 혈관수축제인 angiotensinⅡ와 endothelin-1의 억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즉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회복시켜서 신장기능을 회복한다는 의미이다.

 

임상적인 관점으로 지황에 대해서 두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다. 첫째는 지황이 補陰을 한다고 해서 단순히 체액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황의 조혈작용은 뚜렷하지 않으며 오히려 이뇨작용이 있다. 즉 체액량을 증가시키는 약재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보기약인 감초는 가성알도스테로니즘이라고 해서 항이뇨 효과가 있어 부작용으로 부종을 동반하기도 한다. 즉 지황의 효능은 체액을 보충하는 것이 아니며, 콩팥으로 가는 혈류량의 회복을 통한 신장기능을 회복시키는 효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소양인 食滯痞滿에 처방하는 독활지황탕에 대해서이다. 독활지황탕은 지황이 4돈이나 들어가 있는 처방으로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보음하는 지황을 소화불량에 사용한다는 것이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말초저항을 억제하는 지황의 효능과 한의학이야기 60편에서 위장기능과 열발산은 synchronized된다는 점을 함께 생각해보면 소화불량에 효과가 있는 상황을 유추해볼 수 있다. 즉 지황이 말초저항을 억제한다는 것은 교감신경의 활성화 역시 억제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되고, 이렇게 되면 교감신경의 활성으로 인해 억제되었던 위장 움직임 역시 다시 회복시킬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위장이 冷한 체질이라면 지황으로 개선시키기 힘들겠지만, 교감신경의 잦은 활성화로 인해 위장기능의 억제가 자주 되는 체질이라면 지황의 처방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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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을 검토해준 동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권찬영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그림을 그리는데 도움을 준 군자출판사 김도성 차장님, 유학영 과장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대한고혈압학회 엮음, 고혈압 개정판, 대한의학, 2020. 2) Cong Cong, Catalpol attenuates blood pressure and improves renal function in spontaneously hypertensive rats, Int J Clin Exp Med,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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