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함께읽는 동의신정(18) 한의사 인력, 노인 자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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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함께읽는 동의신정(18) 한의사 인력, 노인 자살 예방에 기여할 수 있다
  • 승인 2023.09.15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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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찬영

권찬영

mjmedi@mjmedi.com


권찬영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한방신경정신과
조교수

9월 10일은 세계 자살예방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에서 생명의 소중함과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날인 이 날은 우리에게 큰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한국은 2021년 기준, 10만 명 당 자살률 26.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으며, 노인에서는 자살률이 10만 명 당 41.7명에 달할 정도로 높기 때문이다.

자살 문제는 빠르게 그 위험을 파악하고, 조기에 적절히 개입하며, 전문가로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있어 한의사의 진료는 환자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통합적이고 면밀하게, 그리고 빈번하게 관찰하므로 한국의 높은 자살률 문제의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적절한 인력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한국에서 한의사 인력을 포함한 국가 자살 예방 정책은 없으므로 아쉬움을 금치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의원에서 자살 고위험군을 조기에 파악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며, 정신건강 전문기관으로 연계하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책무일 것이다. 이번 함께읽는 동의신정에서는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15년 26권 1호지에 발표된 논문으로, 지역사회 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한 결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 논문과 유사한 연구들은 많지만, 특히 이 논문을 추천하는 이유는 한의원에 다빈도로 내원하는 주소증인 화병도 노인의 자살생각과의 관련 요인으로 분석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박금숙, 김영희, 이경완, 유영수, 정헌영. 지역사회 노인의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15;26(1):39-48.

 

이 연구에서는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재가노인 16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서는 대상자들의 일반적 특성과 함께, 화병, 주관적 건강상태, 생활스트레스, 사회적지지, 우울, 자살생각을 조사하여, 다중회귀분석을 통해 자살생각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변수를 확인하고자 했다.

주요 결과를 보면, 결과적으로 대상자들의 자살생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개인적 요인은 경제적 수준이었고, 이 외에 우울, 화병, 사회적 지지가 자살생각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이 모형에서, 우울, 화병, 사회적 지지, 경제적 수준이 자살생각을 설명하는 정도는 28.4%로 분석되었다.

 

이 연구 결과가 무엇을 시사하는가? 이미 자살의 고위험 정신건강 상태로 알려진 우울 외에도, 화병이 노인의 자살 위험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처럼 화병과 자살 위험 간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화병의 주요 병리인 분노 (Psychiatry. 2014; Journal of affective disorders. 2020)나 정서적 억제 (Prevention science. 2014)가 자살행동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들이 있음을 감안할 때, 우울이나 화병으로 한의원에 치료를 받으러 온 노인 환자들에서 자살 위험을 조기에 스크리닝하고, 관리하는 것은 OECD 국가들 중 자살률 1위이며, 노인 자살률이 특히 문제가 되고 있는 한국에서 한의사 인력이 자살률 감소에 큰 기여를 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자살 사망자가 자살 이전에 이용한 의료서비스를 조사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 1년 이내 정신건강서비스에 접촉한 비율은 31%에 불과한 반면, 일차의료에 접촉한 비율은 80%에 달한다고 한다 (Scand J Public Health. 2019). 즉, 한의원과 같은 일차의료 환경에서도 드물지 않게 자살 고위험군을 만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신체 증상을 호소하며 내원했더라도 마음의 건강을 함께 진찰하고 치료하는 한의사야 말로 조기에 자살 고위험군을 선별하고 관리하게 하는 적절한 인력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요즘의 한의원은 일종의 생활공간으로, 비슷한 증상을 가지고 있는 또래를 만나고 연결될 수 있는, 즉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력과 환경을 잘 이용하여 한국의 높은 자살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이 있기를 희망하며 이번 칼럼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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