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원자폭탄 탄생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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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원자폭탄 탄생 연대기
  • 승인 2023.08.25 0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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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오펜하이머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감독 :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 킬리언 머피, 에밀리 블런트, 맷 데이먼,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 플로렌스 퓨

우리는 늘 딜레마 속에 빠져 살고 있다. 무엇을 하든 동전의 양면처럼 선택의 기로에 놓여 한동안 고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예를 들어 오늘 소개할 <오펜하이머>라는 영화를 선택할 때도 항상 놀라운 작품을 연출하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니까 무조건 선택하고 싶지만 3시간이라는 상영 시간이 걱정되어 예매를 주저하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좋을지 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는 영국과 독일에서 유학하면서 이론물리학과 양자역학 등을 접하게 되고,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그 후 미국으로 돌아와 강단에 서게 되고, 공산당원으로 가입했었던 캐서린(에밀리 블런트)을 만나 결혼하게 된다. 이 때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미군 대령 레슬리 그로브스(맷 데이먼)는 오펜하이머를 맨해튼 계획의 책임자로 임명한다. 오펜하이머는 더 이상 공산당과 교류하지 않으며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뒤 자신이 좋아했던 뉴멕시코주의 로스앨러모스에 연구소를 만들고, 당대 물리학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을 영입한 후 ‘맨해튼 프로젝트’를 준비한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핵무기 개발을 주도한 물리학자이자 원자폭탄을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 영화이다. 특히 오펜하이머의 평전인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원작으로 하면서 놀란 감독 초기작인 <메멘토>처럼 컬러와 흑백으로 시간대를 나누며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부터 맨해튼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이야기와 1954년에 원자력 협회에서 벌어졌던 오펜하이머 청문회, 그리고 1959년에 있었던 루이스 스트로스 제독의 인사청문회를 담고 있다. 영화는 ‘프로메테우스는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이로 인해 그는 쇠사슬로 돌에 묶여 영원히 고문 받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시작하는데 바로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함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냐하면 오펜하이머는 제2차 세계대전을 종전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원자폭탄을 만들었지만 그로인해 수많은 인명이 피해를 받았다는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기 때문이다. 이런 복잡다단한 오펜하이머의 모습은 영화 내내 보여지게 되는데 이를 킬리언 머피가 매우 섬세하게 표현해 내면서 관객들의 감정들을 끌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원자폭탄을 만드는 과정뿐만 아니라 냉전 시대의 공산주의에 대한 적대감과 공포 분위기 속에서 매카시즘의 희생양이 되는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주되게 다루고 있기에 이에 대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영화를 보다보면 3시간이라는 상영시간이 매우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또한 필자처럼 과학적인 지식이 1도 없는 사람이라면 영화 속에 등장하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누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에 따른 이론도 뭔지 잘 모르기 때문에 감정이입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믿고 보는 놀란 감독의 작품이기에 오펜하이머의 내적 갈등을 묘사한 장면을 비롯하여 CG 없이 원자폭탄을 재현한 장면 등은 매우 놀랍다. 그러나 그의 다른 필모그래피와 비교했을 때 이번 작품 <오펜하이머>는 큰 기대에 비례해 영화적으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작품이다. 굳이 아이맥스 극장을 찾아가 볼 만한 작품도 아니며, 퍼즐처럼 시간대를 맞춰 나가는 재미도 찾기 어렵고 원자폭탄 제조에 관련된 내용도 그다지 영화적 흥미를 끌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와도 뗄레야 뗄 수 없는 인연으로 인해 광복절에 개봉된 특이점이 있지만 <오펜하이머>를 아직 안 봤다면 보러 가기 전에 단단히 고민하길 바란다. 안 그렇다면 개인차가 있기는 하겠지만 시간과 비용에 대한 후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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