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위플래쉬, 완전한 만족에 도달하기 위한 피와 땀이 섞인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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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위플래쉬, 완전한 만족에 도달하기 위한 피와 땀이 섞인 서사
  • 승인 2023.08.1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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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김재범

mjmedi@mjmedi.com


영화읽기┃위플래쉬

완전한 만족이라는 게 가능할까.

잠시 근접하는 것은 가능하겠으나 찰나겠지.

위플래쉬는 어느 드러머 청년에 관한 얘기다.

감독: 데이미언 셔젤출연: 마일즈텔러 J.K 시몬스 등
감독: 데이미언 셔젤
출연: 마일즈텔러 J.K 시몬스 등

내가 이 영화를 처음 봤던 건 개봉하고 시간이 조금 지난 후였었다. 졸업반일 때 아카데미 수상작들을 틈만 나면 열심히 보던 때가 있었는데 위플래쉬도 그중 하나였다. 감독은 무슨 주제를 담아내려했는가에 대해 따지며 혼자 방안에서 결제해 보던 영화들이 어쩌면 그 시절 하나의 추억의 장면들처럼 느껴진다.

음악이 주요 소재로 쓰인 영화들을 좋아한다. 영화음악이 기억에 남는 영화들도 좋아한다. 음악감독이 얼마나 영화감독의 의도를 깊이 파악했는지는 장면마다의 음악배치를 보면 어렴풋이 느껴진다. 시네마천국이란 영화를 보고 알게된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감독은 오히려 그가 음악감독으로 참여한 영화들을 역으로 찾아보게 했을 정도다.

영상에 음악이 섞이면서 우리는 영상이상의 상상을 할 수 있다. 상황 속 인물의 감정, 위급함, 애틋함, 나른함, 격렬함은 배우의 어조와 표정으로 지어진 집에 음악으로 지붕을 얹게 된다.

아무튼 위플래쉬 얘기로 다시 돌아오면, 위플래쉬의 주인공은 유명음악학교에 드럼으로 입학한 신입생이다. 학교엔 메인 밴드가 있고 서브 밴드가 있는데 주인공은 서브 밴드에서도 서브 드럼을 맡고 있다. 그러다 어느 날 밤 주인공이 연습하는 것을 지켜보던 메인밴드의 지휘자가 주인공을 메인밴드 드러머로 발탁한다. 새로 발을 들인 새내기가 늘 그렇듯 주인공 앤드류는 메인 드럼연주자가 될 생각에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다. 예상대로 지휘자 플레처 교수는 앤드류를 한껏 치켜세워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본인이 원하는 템포에 맞지 않는다며 온갖 폭언과 모욕을 퍼붓고 주인공 앤드류는 눈물을 흘린다. 그렇게 앤드류는 한계를 넘어 또 다른 한계까지 계속 몰아 세워지며 연습을 거듭한다. 결국, 앤드류도 광기의 서사에 합류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색소폰을 배우기 전에 이 영화를 봤을 때와 색소폰을 배우면서 이 영화를 봤을 때 느낌이 많이 달랐다. 이유는 미친 듯한 연습이 없으면 일정 부분의 한계를 넘기가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어제보단 오늘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지만 내가 연주한 것을 녹음해서 듣다 보면 늘 그 자리 같고, 당연히 비할 바 안 되겠지만 프로연주자들의 공연을 보면서 난 언제쯤 흉내라도 내 보려나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스스로 오버랩됐달까. 불광불급이라고 하지 않나. 미치지 않으면 미칠 수(다다를 수) 없다는 말, 매일 연습해도 늘 그 자리 같고 뭐가 늘었나, 늘고 있긴 한 건가? 스스로 자책하고 의문하며 연습실 자리에 앉아 있다 보면 아마 이걸 전공으로 하는 사람들도 나랑은 다른 차원의 고민이겠지만 나처럼 이런 고독의 자문시간이 찾아오긴 하겠지? 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역시, 끝이 없구나. 라고 느꼈다. 드럼연습을 하면서 손가락에서 피를 흘리고 이를 악다문 주인공 앤드류를 보면서 오기가 동반된 노력이 인간의 잠재력을 얼마까지 끌어올리나. 연주자들이 음지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서 내가 유튜브로 보는 자유를 얻은 듯한 연주를 하게 되는 거구나 싶었다.

장마가 지나고 매미 소리가 기승을 부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무더위가 한창인 지금, 숨 막히는 드럼 비트, 교수와 제자 사이의 미묘하면서 날카로운 감정교류, 그 선을 타고 영화 전반을 아우르는 영화음악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 위플래쉬를 추천해본다.

 

김재범 /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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