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인류의 역사와 전염병(PLAGUES AND PEOP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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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김홍균의 도서비평] 인류의 역사와 전염병(PLAGUES AND PEOPLES)
  • 승인 2023.08.11 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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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균

김홍균

naiching@naver.com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도서비평┃전염병의 세계사

오랜 지구 역사가 시작되고 그 역사의 끄트머리에 출현한 인류는 이제 전 지구를 지배하는 강자가 되었다. 그러나 그 인류는 그들보다 수십억 년 먼저 출현한 각종 미생물의 지배를 받아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현미경이 발달하기 시작한 이래로 꾸준한 관찰과 예방법을 개발해 왔지만, 이러한 사실은 아직까지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는 팬데믹의 상황에서 겪었다시피 전 지구적인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한민국에서만 하루에 4만 5천여 명이 감염되고 있는 사실에서 팬데믹을 벗어났다고 좋아할 수만은 없게 되었다. 이제는 거의 풍토병이 되었다고 모두 안심하고 있는 이 시점에도 각 지역에서는 실제로 경계를 게을리 할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것이다.

윌리엄 맥닐 지음, 김우영 옮김, 이산 펴냄

이 책은 비록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꾸며진 것이지만, 마치 코로나를 염두에 둔 것처럼 전염병의 역사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그것은 자연계의 평형이라는 기본적인 원칙을 설명하고 있으며, 인간을 중심으로 기생체와 숙주의 관계를 풀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계의 평형과 균형이 이루어지는 관계 설정을 통해, 인간이라는 숙주에 거대 기생체와 미세 기생체가 어떻게 인간에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상세히 다루고 있는데, 먹이사슬로 이어진 거대 생명체들의 관계나 미세 생명체에 의한 생존의 방식은 거의 같다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다. 그것이 자연계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먹고 먹히는 관계를 이해할 수 있는 관건임을 설명하여 어떻게 인류의 질병이 발전하고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치밀한 짜임은 역사, 의학, 생물학, 지질학, 환경학, 진화학, 유전학 등의 여러 논저를 골고루 섭취하여 논거를 분명히 하였고, 크게 역사적 관점에서 질병에 대해 접근함으로써 의학사의 기본적인 서적으로 탄생하게 되었다. 그래서 의사학을 공부한다면 반드시 이 책을 교과서로 삼아 필독해야 하는 이유가 충분하다. 게다가 비록 한의학과 음양론을 이해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어만 다를 뿐이지 저자는 자연계의 평형이라는 기초적인 인식을 함으로써 한의학에 대한 기본을 알고 있는 듯한 서술을 하고 있다. 여하튼 원시 구석기시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세계사의 이해 속에 어떠한 전염병이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상세한 설명을 함으로써, 미래의 전염병에 대한 대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이제 지구 환경의 변화는 인류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환경학자가 아니더라도 모두들 인식하고 있다. 문명의 발달과 더불어 환경의 파괴는 크게 이루어지고 있고, 그와 더불어 우리는 새로운 미생물의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에 우리 조상의 지혜는 충분히 되돌아볼 가치가 있다. 지난 몇 년간의 코로나를 겪으면서, 또한 그 이전의 사스와 같은 질병은 물론이고 각종 전염성 질환을 임상에서 겪으면서, 조상들의 풍한(風寒)에 대한 치료 방안들로 큰 효과를 보았다. 그러한 경험이 이제는 자신 있게 인체 내부 미생물의 균형과 외부적인 침입에 의한 미생물의 균형까지 맞춰서 질병으로부터의 고통을 없앨 수 있다는 확신 속에 이 책을 독자에게 권한다.

 

김홍균 金洪均 / 서울시 광진구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김홍균
대구한의과대학에서 학부과정을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 석˙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는 내경한의원장과 한국전통의학史연구소장 및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외래교수로 있으며, 의사학전공으로 논문은 '의림촬요의 의사학적 연구' 외에 다수가 있다. 최근기고: 도서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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