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아테네의 영웅 '아리스티데스', 그리고 한의계의 지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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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아테네의 영웅 '아리스티데스', 그리고 한의계의 지난 10년 
  • 승인 2023.08.07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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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길

유창길

mjmedi@mjmedi.com


'박인규, 한윤승 협회비 환입 권고' 서면결의 그 이후

유창길대한한의사협회중앙대의원
유 창 길
대한한의사협회
중앙대의원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에 아테네의 국고 감독관이었던 아리스티데스 이야기가 나온다. 아리스티데스는 정치인들의 공금 횡령을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아리스티데스는 공금 횡령을 매번 원칙대로 처리하였기에, 공금을 노리는 정치인들에게 매우 껄끄러운 존재였다. 정치인들은 각종 고발과 정치 공세로 아리스티데스를 끈질기게 괴롭혔으며, 횡령으로 적발된 동료 정치인을 비호하기도 하였다. ​

2023년,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에서 이와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업무 활동비 및 명절 선물비 명목으로 협회비를 부적절하게 가져갔던 선거관리위원회 박인규 위원장(대의원총회 의장)과 한윤승 부위원장(감사). 이들이 부적절하게 가져갔던 돈을 협회비로 환수시키기 위해 대의원총회 서면결의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박인규, 한윤승을 비호하는 대의원들이 여기저기에서 나타났다. 부적절하게 가져간 협회비를 협회 통장으로 되돌려놓자는 명료한 안건이었다. 이 안건에 반대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한의사협회 내에서 10년 넘게 요직을 맡아온 박인규, 한윤승의 인맥과 조직력은 막강했다. 협회 내 인맥과 조직력은 협회비 부당 수령 적발 후에도 뻔뻔하게 버틸 수 있는 그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었다.  ​

대의원총회 의장 겸 선거관리위원장인 박인규. 감사 겸 선관위 부위원장인 한윤승. 이들은  2017년 하반기에 선관위원장, 부위원장을 맡은 이후 업무 활동비 및 명절 선물비 명목으로 선관위 예산 약 6천만원을 부적절하게 수령했다. 박인규 위원장은 감사에게 이 건이 적발되자, 대외협력에 사용했다는 핑계를 대며 상황을 모면하고자 하였다. 하지만, 재무업무규정 제19조에 의하면, 선관위 예산은 대외협력에 사용할 수 없다. 선관위는 '선거와 회원투표의 공정한 관리 및 임원과 대의원의 자격 관리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기 위한 기구이고, 배정된 예산은 목적범위 내에서만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선관위 예산을 대외협력비로 사용한 전례가 없으며, 정관 상 근거도 없다. 대의원총회 의장이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제도의 빈틈을 이용, 선관위 예산을 매달 야금야금 가져갔던 것이었다. ​

박인규, 한윤승의 선관위 예산 부당 수령 건에 대한 감사 보고 이후, 대의원들은 박인규 의장에게 자진 반납할 것을 권유하였다. 2017년부터 연임하고 있는 대의원총회 의장으로서의 명예를 지켜주고, 그를 의장으로 3번 연속 당선시킨 대의원총회의 존엄성을 총회 구성원들 스스로 회복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박인규 의장은 자진 환입 권유 제안을 거부하였고, 온갖 정치적 술수를 부리면서 이 상황을 빠져나가려고만 하였다. 박인규 의장은 버티기 작전으로 일관하였다. 협회비를 부적절하게 집어가다 적발되었으면, 회원들께 사과하고, 가져간 돈을 협회 통장으로 전액 반납해야 함이 마땅했다. 하지만, 대의원총회 의장이 이렇게 후안무치한 태도로 뻔뻔하게 버틸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에 대의원들은 선거관리위원회 예산에서 부적절하게 사용된 비용의 환입 권고 안건으로 대의원총회 서면결의에 돌입하였다. 하지만, 서면결의를 추진한 대의원들은 졸지에 아리스티데스와 같은 입장이 되어 버렸다. 박인규, 한윤승과 친분이 있던 대의원들은 이번 서면 결의에 반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건을 적발한 감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한의사끼리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면서 서면결의에 동참하지 않는 대의원들도 있었다. 정치적 입장이나 개인적 친분을 떠나, 협회비를 부적절하게 가져간 사실만 보면, 당연히 환입 권고에 찬성해 줄 것이라 예상했지만, 본 대의원의 순진한 생각일 뿐이었다.​

박인규 의장을 비호하는 세력은 일부 대의원에 국한되지 않았다. 총회의 분과위원회 중 하나인 예결위(사업 계획 및 예산·결산·가결산에 대한 심의분과위원회)는 박인규에게 면죄부를 주려했던 것으로 의심되는 총 2번의 시도를 감행한다. 예결위는 지난 제67회 정기 대의원총회에 제출한 심의결과보고서 부대결의에서 박인규 의장의 부당 수령 건에 대해 황당한 해석을 내놓는다. '(세목) 1G11 선거관리 및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은 문제없음'이라는 내용이었다. '선관위 예산에는 세세목이 없기 때문에, 어떠한 용도로 예산을 사용하더라도 제제할 근거가 없다'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세세목'은 그렇게 강한 구속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며, 중요한 것은 예산의 목적에 맞게 쓰는 것인데, 이는 선관위 예산의 집행 목적 범위를 대놓고 무시한 황당한 해석이었다.​

예결위는 이런 비상식적 부대결의를 총회에 제안하며 박인규, 한윤승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대의원들은 이 부대결의에 대한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총회에서 삭제가 되었다. 이재덕 예결위원장은 부대결의에 대한 대의원들의 질문에 동문서답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제대로 된 답변도 하지 못하고 단상에서 쭈뼛쭈뼛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박인규, 한윤승에게 면죄부를 주려 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예결위의 1차 시도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났다. 하지만, 서면결의 요구서가 제출된 후 예결위는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것으로 추정되는 2차 시도를 감행한다. 회의를 소집하여 서면결의 안건 심의 후, 심의결과 보고서를 서면결의서에 첨부하였다. '일부 금액은 소명이 되었고 확대 감사가 필요하다'라는 내용이었다.  

한윤승 부위원장의 경우, '격려금 250만 원은 업무 관련 직원들에게 사용되었다'고 소명하였다. 하지만, 이는  '선물비를 가져간 것이 아니고, 수고했다고 상품권을 받았다'라는 총회의 해명 발언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그런데, 예결위는 심의에서 이런 기본적인 모순도 지적해내지 못했다. ​

기초 자료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심의를 진행했기 때문에 예결위 심의를 통해서 밝혀진 새로운 내용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아무런 소득 없는 1박 2일간의 예결위 회의 때문에 회원들의 협회비 수백만 원이 허무하게 공중으로 사라졌다. 회원들이 납부해주시는 소중한 협회비가 제대로 사용되었는지 철저하게 심의하는 게 예결위의 역할이다. 서면결의 안건 심의를 위한 예결위 회의는 현재 예결위 구성원들의 역량 부족을 드러낸 사건이었으며, 예산을 부적절하게 사용한 이들을 오히려 비호하려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드는 2번에 걸친 시도였다. ​

서면결의 가결 이후, 모 대의원이 예결위의 심의결과가 도출된 근거에 대해 질의 공문을 보냈으나, 이재덕 예결위원장은 '도출 사유를 세세하게 말씀드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꿀먹은 벙어리처럼 침묵만을 지키며 어떤 근거로 이런 심의결과가 나왔는지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

96명의 대의원들께서 서면결의 발의에 동의 해주셨고, 2023년 6월 27일∼6월 30일에 대의원총회 서면결의가 진행되었다. 결과는 가결이었으며,  내용은 다음과 같다. ​

○ 의결주문 : 선거관리위원회 예산에서 부적절하게 사용된 선관위원장, 부위원장의 업무 활동비 및 명절 선물비를 2023년 8월 31일까지 환입할 것을 권고한다. (2017년도 선관위원장, 부위원장 재임 이후 업무 활동비 및 명절 선물비 명목으로 수령한 총 금액. 박인규 선관위원장 5,680만원. 한윤승 부위원장 560만원)​
○ 의결정족수 : 재적대의원 과반수의 참여와 참여대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
○ 재적대의원 247명
○ 표결참여 194명/ 찬성 127명 /반대 35명 /기권 27명 / 무효 5명/ 미회신 53명

2023년 6월 30일 가결된 이후, 정말 믿기 힘든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현재 시점 8월 초까지 박인규, 한윤승 두 사람은 아무런 입장 표명을 하고 있지 않다. 박인규 의장은 대의원총회의 대표인 사람인데, 대의원총회 구성원들의 의결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3차례 연임 중인 대의원총회 의장이라는 사람이 어쩜 이렇게 뻔뻔하고 부끄러움도 없는 것일까? 이런 사람들이 한의계 핵심부에서 10년 동안 의장과 감사로 있으면서, 매번 바뀌는 협회장마저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주무르려 했다는 이야기가 여러 군데서 들린다. 

박인규, 한윤승 이 두 사람은 전체 회원들, 대의원 및 대의원총회를 능멸하고 있다. 박인규 의장은 서면결의 투표 전에, 가결과 부결 두 가지 가능성을 다 생각해서 입장문을 미리 써놓았어야 마땅했다. 서면결의 투표 결과가 나온 후, 1-2일 내로 의장 입장문이 바로 발표되었어야 했다. 그러나, 대의원들이 서면결의로 의결한 '협회비 환입 권고 결정' 이후에도 박인규, 한윤승 두 사람은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 발표도 하지 않고, 협회비 환입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 (서면결의 투표 직전에 본인의 감사직을 걸었던 최정국 감사는 가결 이후 자진 사퇴를 하였다) 일부 대의원은 박인규 의장이 사퇴하지 말아야 한다며, 강직함과 능력을 찬양하는 추태까지 보였다. 그들은 대의원총회의 존엄과 일반 회원들의 이익보다 깐부로서의 동료 의식, 협회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카르텔 유지에만 관심을 가졌을 뿐이었다.

장군에 해당하는 한의계 지도층의 마음이 콩밭에 가 있으니, 양방과의 전쟁에서, 한의학 폄훼 세력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가 없다. 자신들의 손을 더럽히며 협회비를 야금야금 받아 간 건 짭짤한 부수익이 되었을 것이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한의사협회의 상황. 이번 서면결의 진행 과정 전후를 살펴보면 충분히 이해가 갈 것이다.​

"진정한 장군이라면 손이 깨끗해야 한다."  ​

아테네의 공금 감독관이었던 아리스티데스가 횡령을 일삼는 고위 정치인들에게 한 말이다. 박인규 의장과 한윤승 감사는 한의사협회의 장군으로서 한의사 회원들을 더 이상 모욕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속히 입장 발표를 하여 부당 수령했던 협회비에 대한 환수 일정을 밝히고, 기한 내로 환입하여 본인들의 손을 깨끗하게 씻어야 할 것이다.  ​

노블레스 오블리주(고위직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 대신 노블레스 말라드(병든 지도층)가 지배하고 있는 한의사협회의 현재 상황. 일부 지도층의 윤리의식은 처참하게 무너졌지만, 이번 서면결의를 통해 점차 회복되기를 기대한다. 청렴이 실종되고, 권모술수가 승리하는 조직에는 미래가 없다.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는 집단에서 꿈과 희망을 위한 한의사들의 노력은 결실을 맺기 힘들다. 그러나, 이번 서면결의에 찬성 표를 던져주신 127명의 대의원분들이 계셨기에 가결이 이루어졌으며, 다시 한번 한의사협회의 부활을 꿈꿔볼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서면결의를 통해 협회비 환수가 완벽하게 마무리된다면, 미래를 꿈꾸는 한의사들이 좀 더 많아지리라 기대한다.  박인규, 한윤승 두 사람의 협회비 환수 여부에 모든 한의사들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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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2023-08-07 15:54:50
좋은 글 감사합니다.
회원들의 소중한 협회비가 조속히 환수되기를 빕니다.

허브 2023-08-07 15:52:09
대의원들의 서면결의도 무시하고 버티기에 들어간 박인규 한승윤은 부끄러움을 정말 모르는걸까요? 도대체 저들에게 면죄부를 주려던 예결위는 뭔가요? 즉시 그동안 가져간 불의한 협회비를 반환 하십시오!! 평회원들이 관심갖고 지켜봐야 겠습니다!!

ㄱㄷ 2023-08-07 15:24:40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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