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다섯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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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한의학과 인체에 관한 소고-다섯 번째 이야기-
  • 승인 2023.07.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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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우

이준우

mjmedi@mjmedi.com


현대적 언어로 풀어 쓴 한의학 이야기 (60)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이준우
탑마을경희한의원

육부는 왜 양경락과 연결이 될까?

오장은 온수보일러에 해당하고 보일러에서 내보내는 온수의 양과 세기 그리고 온도를 조절하는데 관여하게 된다. 즉 오장은 혈액순환에 참여하면서 인체의 열생산에 관여하기 때문에 음경락의 이름과 오장이 연결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양경락의 이름과 육부는 왜 연결이 되어 있을까? 양경락은 열발산과 관련이 있다고 하였는데, 육부는 열발산하고 어떤 관계가 있을까? 우선 육부에 흐르는 혈류량은 오장에 비해서 많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열발산에 관여하는 역할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대인들은 육부와 양경락의 이름을 연결시켜 놓았다. 대체 왜 그랬을까?

인체는 위기 상황에서는 오장과 육부 중에서 우선순위가 생기게 되는데, 오장이 더 우선이라고 할 수 있다. 보다 더 단순하게 설명해보자면 위기 상황에서는 혈액순환이 위장기능보다 더 중요하다. 왜냐하면 혈액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바로 생명현상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상시에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의 밸런스가 중요할지 모르지만 위급할 때는 교감신경의 역할이 훨씬 중요하다.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는 상황이 되면 한가하게 음식을 먹으면서 소화를 시키고 있을 수가 없기 때문에 육부의 움직임이 상당히 억제가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육부의 움직임은 육부 단독으로 생각할 수 없으며, 열생산 그리고 열발산과 함께 생각해보아야 한다.

열발산 역시 마찬가지이다. 열발산의 촉진과 억제는 열발산 단독으로 결정된다고 할 수는 없으며, 궁극적으로 열생산의 상황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결국 열생산의 상황에 따라서 열발산의 정도가 결정이 되고 육부의 움직임 역시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열생산의 양과 심박출량은 비례한다고 하였기 때문에 심박출량의 상황에 따라서 열발산과 육부의 움직임이 영향을 받는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심박출량은 내인성 조절기전과 자율신경의 두 가지 조절기전에 의해서 조절된다고 하였으니 두 가지 조절기전에 따라 각각 나눠서 열발산과 육부의 움직임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즉 자율신경이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상황과 그렇지 않는 상황으로 나눠서 살펴보고자 한다. 물론 이 두 가지가 엄밀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는 엄밀하게 나뉜다고 가정하고 설명을 이어나가고자 한다.

 

양경락과 육부의 동기화

우선 위기 상황에서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되면 심박출량이 증가하여 체내 열생산이 증가하게 되고, 동시에 열발산을 억제하기 위해 말초혈관이 수축하게 된다. 이와 함께 교감신경이 흥분하면 위장기능 역시 억제가 된다. 위기 상황이 해소가 되고 나면 비로소 교감신경이 억제가 되고 부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된다. 이때는 열생산이 감소하면서 동시에 열발산이 증가하게 되고 위장 역시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표 21).

다만 열생산이 감소한다는 것은 교감신경이 흥분했을 때에 비해서 감소한다는 것이지, 정상 상태 이하로 감소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교감신경이 억제되고 나서 일반적으로 심박수와 혈압이 정상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지 정상 수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할 수 있다.

 

평상시 활동의 많고 적음에 따라서는 조금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이때는 자율신경의 관여가 적은 상황이며, 활동의 많고 적음 즉 대사량에 따라서 심박출량이 결정되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활동이 많을 경우에는 열생산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열발산도 증가하면서 손발이 따뜻해질 것이다. 이때는 위장 움직임 역시 활발해지면서 식욕도 좋아지고 소화도 잘 되게 된다. 반대로 몸이 약해지면서 활동이 적어지게 되면 열생산이 적어지고 열발산도 적어져서 손발이 차가워질 것이다. 이때는 위장 움직임 역시 약해져서 식욕이 줄어들고 소화도 잘 안되게 된다(표 22).

자율신경의 관여가 적은 상황에서 심장의 펌프 기능은 심박수나 혈압에 큰 변화가 있기 보다는, Frank Starling 기전이 위주로 작동하기 때문에 1회 박출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형태로 심박출량이 증가하거나 감소하게 된다.

요컨대 육부가 양경락과 연결되는 이유는 열발산과 위장기능이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즉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을 뜻하는 ‘synchronized’라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다. 열발산과 위장기능이 함께 움직이는 것은 자율신경이 적극 관여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모두 마찬가지이다. 교감신경이 흥분하거나 신진대사가 감소하면 열발산과 위장기능이 함께 억제가 되고, 교감신경이 억제가 되거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열발산과 위장기능이 함께 촉진된다.

 

양경락이 억제가 될 때 위장기능이 촉진된다

위장의 움직임도 밑으로 향하고 양경락도 하강하기 때문에 위장의 움직임이 활발해야 양경락 역시 항진되지 않을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반대로 양경락이 항진이 될 때 위장기능은 억제가 되고, 양경락이 억제가 될 때 위장기능이 촉진된다.

인체의 표면이 차가워진다는 것은 말초혈관이 수축해서 피부혈류량이 감소해서 생기게 되며, 내부의 열을 보호하기 위해서 열발산을 억제해야하는 상황이다. 위기상황일 수도 있고 추위에 노출되는 경우일 수도 있으며 신진대사가 떨어진 경우일 수도 있다. “중심체온의 보존” 이것만큼 인체에서 급한 일이 없으며 이를 위해 교감신경이 흥분하면서 말초혈관이 수축하게 된다. 특히 교감신경의 α수용체가 흥분하면서 말초혈관이 수축하고 체표가 차가워지게 된다. 말초혈관이 수축한다는 것은 양경락에 흐르는 寒氣가 증가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위기가 해소되거나 날씨가 따뜻해지거나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 “중심체온의 보존”이 조금 여유로워진다. 이때야 비로소 교감신경이 억제되고 다시 정상 상태로 회복된다. 이 때부터는 열발산도 잘 이루어지고 위장으로의 혈류량도 늘게 되며 위장의 움직임 역시 활발해진다.

요컨대 양경락이 억제가 된다는 것은 말초혈관이 확장하면서 양경락의 寒氣가 줄어든 상태를 의미하며, 이렇게 교감신경이 억제가 되고 부교감신경이 활발해진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열발산도 잘 이루어지고 위장기능도 활발하게 된다.

○ 교감신경억제 + 부교감신경흥분 → 말초혈관 확장 + 양경락의 寒氣 감소 → 열발산 증가 + 위장기능 촉진

임상적으로도 위장기능이 약해진 환자를 침으로 치료할 때는 오수혈 중에서도 양곡, 해계(위정격의 補穴)와 같은 火穴이나 족삼리, 곡지(대장정격의 補穴)와 같은 土穴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으며, 양경락을 차갑게 만드는 金穴이나 水穴을 선택해서 치료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양약 중에서도 위장운동 촉진제의 경우 기전에 따라서 5HT 수용체 작용제(agonist),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antagonist), 모틸린 수용체 작용제 등이 있는데, 도파민 수용체 길항제의 경우 카테콜라민 중의 하나인 도파민의 수용체를 억제함으로써 위장기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역시도 교감신경의 억제를 통해서 위장기능을 촉진시키는 기전을 활용한 것이다.

(하지만 교감신경의 자극이 항상 위장기능과 길항관계에 있는 것은 아니다. 교감신경 자극은 소화관 분비샘에 대해 양면적인 효과가 있다. 단지 교감신경 자극만으로는 일반적으로 분비를 약간 증가시킨다. 만약 이미 부교감 신경이나 호르몬 자극에 의해 분비샘들이 현저한 분비를 일으키고 있다면, 이때 동시에 일어나는 교감신경 자극은 대개 분비를 감소시키는데 이는 혈관수축으로 인한 혈액 공급 감소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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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의 내용을 검토해준 광명면력한방병원 유종민 원장, 동의대학교 한방신경정신과 권찬영교수에게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 참고문헌 1) 의학계열 교수 32인 공역, Guyton and Hall 의학생리학 12판, 범문에듀케이션,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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