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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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을 구출하라
  • 승인 2023.07.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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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비공식작전
감독 : 김성훈출연 : 하정우, 주지훈
감독 : 김성훈
출연 : 하정우, 주지훈

오랜만에 시사회에 당첨이 되어서 평소 영화를 보던 곳과 다른 극장에 가게 되었다. 나름대로 몇 십 년 동안 영화를 보기 위해 가봤던 극장만 수십 개는 될 정도인데 이번에 간 극장은 난생처음 경험해 보는 곳이었다. 세상이 변하면서 영화 관람의 방식도 바뀌어서 그런지 리클라이너 좌석을 비롯하여 마음대로 휴대폰을 하면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프라이빗한 부스까지 있는 곳이었는데 바야흐로 영화만을 보던 시대에서 영화를 즐기는 시대가 되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 여하튼 이곳에서 필자가 본 영화는 1986년 레바논의 한국 공관에서 근무하던 도재승 서기관의 납치와 송환 등 실제 사건을 다루고 있는 실화 배경 작품인 <비공식작전> 이었다.

1987년, 5년째 중동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외교관 민준(하정우)은 어느 날 수화기 너머로 20개월 전 레바논에서 실종된 외교관의 암호 메시지를 듣게 된다. 성공하면 미국 발령이라는 희망찬 포부에 가득 찬 그는 비공식적으로 동료를 구출하는 임무에 자원해 레바논으로 향한다. 공항 도착 직후, 민준은 몸값을 노리는 공항 경비대의 총알 세례를 피해 우연히 한국인 택시기사 판수(주지훈)의 차를 타게 된다.

<끝까지 간다>와 <터널> 등을 연출한 김성훈 감독의 작품인 <비공식작전>은 원제인 <피랍>처럼 납치 된 외교관을 구출하는 이야기지만 여타의 작품들과 달리 납치 된 당사자보다는 그들을 구출하려는 사람들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중심으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자동차 추격 액션 등을 통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신과 함께>에서 호흡을 맞췄던 하정우와 주지훈이 다시 한 번 찰떡 케미를 한껏 선보이며 자칫 단조롭게 느껴질 수 있는 영화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고증을 통해 실제 사건이 일어났던 1980년대 레바논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모로코 로케이션 촬영과 그 당시 사용했던 자동차와 의상 등을 사용하면서 시대적 향수를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모가디슈>, <교섭> 등의 영화를 통해 비슷한 공간에서 일어나는 비슷한 상황을 접한 적이 있고, 납치와 구출이라는 너무나 진부한 소재와 실화이기 때문에 예측가능한 결말 등이 신선함이 결여된 채 어디선가 많이 본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좋은 배우들이라고 해도 전형적인 캐릭터로 일관하는 모습은 전반적으로 아쉽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벌판에 홀로 남겨진 하정우 앞에 나타난 들개 무리와 골목에 낀 자동차 장면 등은 꽤나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는 재미를 제공하고 있지만 몸값으로 납치범들과 타협하는 와중에 벌어지는 사건들을 굳이 우리가 왜 봐야할까라는 의문이 남기도 한다. 물론 구체적이 정황이 알려지지 않는 실화에 매우 영화적인 상상력이 더해진 작품이기 때문에 영화적으로 가볍게 볼 수도 있지만 결말은 또 마냥 가볍게 볼 수도 없기 때문에 영화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다 확실한 한방을 놓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장마와 폭염에 교차되고 있는 시기에 오랜만에 화끈한 자동차 추격씬을 보며 여름 무더위를 날리고 싶다면 시원한 에어컨과 편한 좌석이 있는 가급적 스크린이 큰 극장에서 관람하면 두 배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8월 2일 개봉 예정>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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